나무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들었다. ‘아무도 뿌리는 보지 못합니다. 꽃과 열매보다 중요한 것은 뿌리입니다. 향기로운 꽃을 피워내는 것도 달디 단 열매를 맺는 것도 한 철일 뿐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돌고 도는 계절이 아니라 깊이 내린 뿌리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뿌리에 집중하고 또 뽑히지 않도록 지켜내세요. 그러고 이내 돌아올 계절을 기다리세요. 나무는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기다리는 자에게는 언제나 복이 있습니다.’ 꼬깃한 백지를 펼쳐내 당신에게 전하는 문장을 꾹꾹 눌러 적었다.
‘우리가 꽃피우지 못한 자리에 맺혀버린 열매가 부끄러워 품속에 꽁꽁 숨겨두었어요. 기다리는 자에게 주어지는 복이란 어쩌면 흘러가는 시간도 휩쓸어 갈 수 없는 초연한 마음이 아닐까요. 그 마음은 변치 않을 거예요. 떨어진 열매는 어느새 나무가 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대여 언제나 계절은 다시 돌아옵니다. 그러니 그대의 마음이 늘 안녕하기를 바랍니다.’
사랑은 외로움을 견디는 법을 가르치고,
그리움은 존재를 보존하는 법을 가르치는
열음이었다.
- 월요열음 산책자 -
삶의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교훈을 준다.
남들 보기에 아쉬울 것 없는 결혼생활과 순리대로 흘러가는 듯한 일상… 어쩌면 나의 배우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남모를 고통을 홀로 감내하고 있을지 모른다. 너무 늦기 전에 내 짝이 잠시 누워 쉴 수 있도록 어깨를 내주어야 한다.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내가, 청춘이라면 청춘인 나이의 내가, 결코 짧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시작은 서로만 바라보며 했을지라도 부부가 함께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마주 앉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부가 잘 산다는 것은 서로만 바라보며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꾸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힘들 때에는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면서 말이다.
가을 하늘 아래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배웠고
비로소 진정한 부부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 화요열음 엉겅퀴 -
계절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1년에 3개월동안 그 모습을 뽐내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모든 계절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 하나 빼놓을만한 계절이 없는 셈이죠. 이것은 비단 계절만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매력이 다를 뿐이지 그것을 틀렸다고 표현하지는 않아야겠습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당신에게 매력이 없다고 생각되신다면 그 생각을 고이 접어 여름의 하늘 위로 날려버리세요. 당신만의 매력을 자신이 모를 뿐이지 모두에게 숨겨진 매력은 언젠가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계절의 역할처럼 당신에게도 당신의 역할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든 계절은 소중합니다. 당신 또한 그렇습니다. 언제나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당신만의 재능으로 반짝거릴 별이 될 것입니다.
그때를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당신의 삶도, 행복도 함께 말입니다.
- 수요열음 최별 -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람들의 모습.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시선 속에 담기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산책 그 자체이고 그게 나의 작품이, 나의 세상이 되어간다는 걸 알게 되었고 내가 당신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것 또한 나와 당신이 이 순간만큼은 함께 그 세상을 산책하는 중이라고 새삼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스쳐 가며 놓쳤던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때때로 일상에 파묻혀 소중한 것들을 놓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내가 모르던 세상을 알아가고, 내가 마주하는 상대방을 산책하며 나 또한 그 사람의 주변을 돌아보며 나 자신까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결국은,
당신을 산책하며 나의 내면이 단단해지고 성장해 가지 않을까.
이제 나는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내 ‘열음’이 되어,
나 또한 그들의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당신이 이 글을 본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나의 열음이라고.
당신이라는 열음을 산책하며
나 또한 나라는 열매를 맺어가는 중이라고.
- 목요열음 치키 -
나는 사랑을 술에 비유하곤 한다. 사람들이 술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람들과 솔직한 대화를 하기 위해 또는 지금 힘듦을 한 잔의 술로 잊어보려고. 술의 성분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하고, 흥분시키며, 과하면 무모한 용기마저도 생긴다. 그러나 과한 음주는 두통과 구토로 다음 날 지장을 준다. 그러곤 다짐한다.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사람을 들뜨게 하고, 흥분시키며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 못할 일은 없다며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뜨겁게 사랑한 후에 차가운 이별을 마주하면 세상 모든 이별 이야기가 내 이야기 같고, 다시는 이런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나의 다짐은 바다 위의 모래성처럼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사랑에 빠진다. 내 마음인데 여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다시금 들어온다.
그러니 말하고 싶다. 지금이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뜨겁게 사랑하고, 잘못된 사랑이라고 판단되면 차갑게 이별하라고. 열매의 방언인 열음처럼 당신의 사랑이 뜨거운 여름에 열매 맺기를 바란다. 평생 사랑할 것처럼 사랑하라.
해(쪼이)카르트는 말했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금요열음 해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