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새벽녘의 동이 트는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던가
고요한 새벽의 그 끝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간선을 따라서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또 다른 한 바퀴의 시작
본 것들을 후회가 되는가 아니면 미련이 되는가
느껴온 것들은 아쉬움이 되는가 아니면 슬픔이 되는가
조각들을 맞추어 본다면 아름다움이었으나
조각 하나하나는 추한 것들의 집합체였다
발버둥 쳐야만 했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열심히 그리고 또 열심히여만 했다
스스로 정하지 않은 목표가 매일 따라다닌 채
유영하듯 돌아보는 쳇바퀴의 굴레 속에
결국은 쳇바퀴임을 깨닫기를 부지기수
이제는 무엇 때문에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사흘 밤낮을 숨을 죽이며 고민한지도
무엇 때문에 보름 동안 그것에 걱정한지도
결국은 지나가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는
어르신들의 말이 지나치게 맞았던 것이다
알면서도 지나치게
알면서도 외면한 채
눈앞의 헛것이라도 좇은 채
종소리는 깊어만 가는데
그 울림 따라 나는 울기만 하네
방향도 알지 못한 채
눈물로 지새는 길 위를 걸어가고
그 수면 위를 잠재울 고독한 우울감으로
무엇이든 참아가며 나아간 것이다
동은 터 오는데
나는 길을 모른다
헤맨 끝에서 맞는 태양을 바라볼 뿐
그 무엇도 하질 않는다
다시 돌아본 그 굴레는
이리도 아름다웠던가
꽃의 모습도, 풍경의 모습도
동이 트고, 지고
사람들이 웃거나, 울고
“이리도 아름다웠을 줄이야”
- 맞이하는 새벽녘 7 -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변해가고 흘러감을 느꼈을 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
나의 시간은 아직 너와의 그날인 채였다
연도의 끝마저도 함께하지 못한 슬픈 계절의 비애
나는 너의 이해심을 바탕으로
표현해야 할 것들을 표현하지 못했다
사랑을 그렇게나 공부하던 어느 어르신도 내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이라던데
그 말은 언제나 빗나간 적이 없어서
무지개로 이어진 마음에 구멍이 하나씩 생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거짓말
그 약을 찾는 것은 그저 시간이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어느새 너의 감정은 익숙함에 점점 무뎌져만 간다
덧없는 세월의 끝,
깊어질수록 지워지지 않는 나의 무지개들이
먹구름이 되어 추억이라는 비를 내리고
그 추억이 흙이 되어 너와의 시간이라는 꽃을 피웠을 때
그렇게나 오랜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
또
그리고 나서야 오랜 걸음을 걷고 나서야 다시 뒤를 돌아봤을 때
나의 시간은 아직 너와의 그날인 채임을 그제야 다시 깨닫고
애써 부정하던 구멍 난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로
기쁨에서 슬픔만 남아버린 추억을 되새긴다
수없이 이어진 수놓을 수 없는 여러 개의 밤하늘
그 밤하늘에 이어진 별 하나하나를 따라서
오로라에 기운 달 하늘의 너와
그 달 하늘을 바라보는 그리움의 나와
내일의 걱정 없이 오늘만을 사랑하던 우리를
어김없이 돌아오는 수만 개의 밤하늘에
너를 새긴다
잘 부탁하노라
너를 맡긴다
여전히 잔이 기운다
강철로 된 추억이 나를 때린다
- 표현 -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