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고모 집에서 지내게 된 여진이
고모네 아파트 복도에서 희미한 울음소리를 듣게 되는데….
고모네 옆집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여행이 평생의 꿈이었던 여진이네 할머니는 생일을 맞아 엄마 아빠와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진이는 그동안 고모 집에서 지내게 된다. 고모는 여진이에게 집에 머무는 동안 쓸데없는 호기심을 발동시켜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여진이는 절대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고모가 출근한 뒤, 동네를 구경하러 밖으로 나온 여진이는 스티커 사진관에 들어가게 되고, 빨간 운동화를 신은 어떤 사람이 부스 안에서 나오지 않는 바람에 원하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아주 예의 없는 아이와 두 번이나 마주쳐 매우 기분이 상해서 돌아온다.
그날 밤, 여진이는 잠을 자다가 희미하게 들리는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아침에 고모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고모는 쓸데없는 호기심 때문에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고 하면서 출근한다. 고모가 출근한 뒤, 곧바로 연우에게 전화가 걸려 왔고 이번에는 연우가 아무도 없는 여진이네 집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며 걱정을 한다. 무서운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여진이는 집에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없는지 샅샅이 살피고 고모 집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여진이는 또다시 구슬프게 우는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울음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 것인지 추리하기 시작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같은 층의 2303호. 다음 날, 여진이는 2303호 현관문에 귀를 대고 듣다가 벌컥 열린 문에서 나온 그 아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전에 만난 아주 예의 없는 아이가 같은 층에 살고 있었던 거다. 과연 그 아이는 울음소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여진이와 친구들은 울음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예의인 시대,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린 요즘 아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경험케 하는 이야기
우리는 ‘대혐오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 사이에 여러 가지 갈등이 많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손해를 본다거나,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이나 손해 보는 것에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고, 말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이코패스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는 우리가 서로의 일에 최대한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예의인 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당연한 일들이다. 누구도 사생활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함부로 관심을 가지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 결과 우리는 바로 옆집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나도 알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나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수상한 옆집》은 바로 이러한 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어른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아이들은 끊임없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에 불안해한다. 친구네 집에 누가 침입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조차 어른들은 함부로 끼어들어선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 상황에서 여진이와 친구들은 아파트 복도에서 울리는 울음소리를 따라가게 되고, 뜻밖의 소외된 이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여진이와 친구들이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이웃을 발견하고 함께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주변과 진정한 교류를 나눌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인간애를 느끼고, 몸에 익히게 하는 책이다. 또한 진정한 친구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많은 어린이가 더 현명하게 다른 이와 교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인간애를 가진, 그런 따뜻한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