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세계
가수 조용필이 1982년에 발표한 노래 〈못 찾겠다 꾀꼬리〉에서 우리는, “나는야 오늘도 술래, 나는야 언제나 술래”라는 화자의 자기 인식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최명숙 소설을 읽는 독자도 그의 소설에서 마치 끝나지 않는 술래잡기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대체로 지난 시간의 기억에 자유롭지 못하고, 무엇보다 오래전 맺었던 관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은 묵은 상처이기도 하고, 상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최명숙 소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억과 관계가 끊임없이 연결된 순환의 고리이기도 하다. 오래전 관계를 맺었으나 인연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이들과 조우하거나 혹은 술래처럼 그들을 찾아 헤매는 인물이 많다. 기억은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억이란 한 주체가 자신의 과거를 현재와 관련짓는 정신적 행위이며, 시간 경험이다. 우리는 이 시간 경험 속에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한다.
최명숙 소설의 인물은 하나같이 마음의 상처가 간단치 않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삶은 현재의 삶과 만난다. 중요한 것은 이 만남에서 삶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체로 타자에 대한 연민과 세계의 모순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로 귀결된다. 갈등이 증폭되어 파멸에 이르는 대신 상처를 껴안고 화해로 끝난다. 작가의 성정이 그러하기 때문인데, 이는 소설을 읽어가면서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일이다. (중략)
최명숙 소설은 이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기억과 관계가 끊임없이 연결된 순환의 고리에 있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고 비슷한 상처를 지닌 인물을 껴안아 마침내 자신의 상흔을 치유하는 회복의 서사로 가득하다.
이는 세상을 대하는 따뜻하고 순정한 작가의 성정을 드러낸 것으로, 모순과 마주하고 그것과의 대결을 통해 세상을 바꿔보려고 사투를 벌이는 여타 서사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어느 쪽이 올바르고 바람직한가를 따지는 것은 따라서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따스함이 차가움을 녹이고 이겨낼 수 있다는 마음, 믿음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