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니까 감동도 컸죠.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라니까요, 지금은 완전히 변질되었죠. 사회적 희망보다는 개인의 욕망만 하늘을 찌르는 세상. 우르르 몰려가서 서열 정하고, 이긴 쪽은 우쭐하고 진 쪽은 주눅이 들고……. 이런 세상에서 낮꿈을 꿀 필요가 있나요?
그래도 삶의 목표라고 하는 것이 있어야.
물론 인간에게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으로서 꿈이 있죠.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으로서의 꿈 말고요. 하지만 목표라고 하는 꿈요, 그러니까 남들보다 더 잘 사는 꿈요? 글쎄 그건 욕망이라니까요. 내 삶과 세상을 개혁하려는 의지가 담겼던 원래의 희망과는 전혀 다른. 암튼 낮꿈보다는 밤꿈이 꿈이죠. 자연스럽게 꿈을 꾸는 것이니까. (87쪽)
사람을, 약자를 먼지 취급하니까, 먼지만도 못한 없는 존재로 아니까. 해서, 먼지 같은 존재도 ‘없지 않은 존재’라고 항변하는 거요.
없지 않은 거면, 있는, 있는 존재네요.
예, 없는 존재들도 말을 하네요. 저자가 대중들한테 민주주의 강의를 하다가 ‘부자가 왜 나쁜가요?’ 물었더니, 어떤 할머니가 스스럼없이 그랬다네요. ‘나쁜 짓을 안 하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은대.’ 누구라도 터무니없이 많이 돈을 모았다면, 아마도 남한테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을 했을 것이라는 거죠. 그 할머니 생각으로.
네?
그런 큰돈이 나온 곳에서라면 다른 누군가는 필시 울고 있다는 말. 평생 살아보고 깨우친 이치가 그렇다는 거죠. (173~174쪽)
자유가 최고라는 시대에는 그 자유를 최고로 누리는 사람의 지능이 최고의 지능이다. 지능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아니, 가난하면 자유 자체를 모른다 했던가. 아니, 뭐야! 그러니까 지능이 모자라면 자유를 모르게 되고, 자유를 모른다는 것은 가난하다는 말이다. 지능이 모자라서 가난하고, 가난해서 자유를 모르고. 그 말이 그 말이네. 진리네. 권력자가 하는 말은 진리다. 작은 행복이 무시당하는 느낌에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시간을 보낸다. 그저 죽어라 벌고 아끼며 저축하면서 살아온 나는 거대한 케일 밭에서 케일 잎 귀퉁이를 갉아먹는 벌레인가, 겨우. (3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