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2. ‘방송작가, 뭐하는 사람이야?’ 중에서
방송작가는 크게 드라마작가, 구성작가, 라디오작가, 번역작가로 나눕니다. 드라마작가는 여러 형태의 드라마 대본을 써요. 출연자들의 캐릭터 및 상황을 설정하고 행동, 대사 전부를 조목조목 적어줍니다. 시대적으로는 사극, 시대극, 현대극으로 구분하고 방송 형태로는 단막극, 일일극, 주간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시트콤으로 구분합니다. 최근엔 웹드라마 작가도 활발히 활동하죠.
구성작가는 그 외 다양한 TV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작가입니다. 저를 포함한 교양 작가와 예능 작가, 어린이 프로그램 작가로 나누는데요. 교양 프로그램이란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고 예능 프로그램이란 웃음과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꼭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 ‘쇼양(쇼+교양)’이라 부르는 예능과 교양을 적절히 섞은 분야의 인기가 많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예능 요소를 더해주는 거죠. 어린이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의 지능 발달, 지식 전달을 위한 것으로 어린이에게 재미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p88. ‘방송작가, 뭘 잘해야 해?’ 중에서
작가는 아이템발, 피디는 편집발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아이템이 좋은 아이템일까요? 일단 신선해야 합니다. 아무리 괜찮은 아이템이라도 이미 여기저기 노출됐다면 신선한 게 아니죠. 만약 방송에 나왔다면 6개월은 텀을 두고 촬영하는 게 암묵적인 룰입니다. 그리고 하늘 아래 새로운 아이템은 없어요. 같은 아이템을 다르게 보여주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요리에 비유하자면 아이템은 재료, 방송은 요리, 구성은 조리법이라 할 수 있죠. 좋은 재료, 좋은 아이템의 또 하나의 조건은 시의성입니다. 당시 상황이나 사정과 들어맞아야 하죠. 제철 음식, 그 시기에 피는 꽃,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와의 관련성 등을 들 수 있겠어요.
정보성도 있어야 합니다. 재테크, 건강, 살림법 등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 흥미를 끌 수 있으니까요. 흥미성도 빠지면 아쉽죠. 기쁨, 재미, 감동, 위로, 슬픔, 분노를 전할 수 있냐 따져봐야 할 겁니다.
p105. ‘방송작가, 힘들지 않아?’ 중에서
Freelancer. 프리랜서. Free, 자유란 단어가 붙은 만큼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프리랜서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몸이 되는 동시에, 퇴근할 수 없는 마음이 되는 것이란 말이 있던데 아주 적절한 표현이에요.
때는 2005년, 맡은 프로그램이 종영하면서 생긴 여유 시간에 뉴욕 여행을 가려 했어요. 당시 미국은 비자 없이는 발을 들일 수 없었고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까지 해가며 비자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같이 일하던 피디님이 따로 제작사를 차렸어요. 신생 업체인 만큼 합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싶다는 제안을 거절하긴 어려웠습니다. 이후 제가 미국 땅을 밟은 건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졌을 때였죠.
p113. ‘방송작가, 이렇다던데?’ 중에서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방송을 만드는 데는 돈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출연자들의 출연료, 그들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코디네이터 비용, 촬영 비용, 장소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 편집 및 필요한 경우 더빙, 자막, 효과 등 후반 작업 비용, 방송사 전파를 타는 데 드는 송출 비용 등 상당하죠. 때문에 비용을 절약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다면 참 고마운데요. 그중 하나가 PPL입니다. 얼마간의 비용을 받고 해당 제품을 화면에 노출하는 거죠. 얼핏얼핏 보이는 경우부터 꽤나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모습까지 자주 보이는 탓에 이제 시청자들도 “저건 PPL이네.” 알아보는데요. 대부분 제작진에게 미리 사용해볼 수 있게 샘플을 전달하고 촬영에 들어가기에 어느 정도 홍보성 멘트가 들어가더라도 전혀 아닌 장점을 나열하진 않습니다. 너무 거부감을 갖고 보진 않길 바라요. 고마운 존재입니다.
p.147. ‘방송작가, 계속 할 거야?’ 중에서
방송작가는 일용직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이거든요. 하지만 50대 후반의 선배 작가님들이 현업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어느 직업보다 안정적이라고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와 공무원의 은퇴 시기는 65세인데요. 그때까지 꽉 채워 다니는 게 쉽지 않죠. 하지만 방송작가의 경우 의지만 있다면 방송 외에도 강연, 스토리텔러, 콘텐츠 기획자, 지자체 콘텐츠 사업 등 확장도 가능하기에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 봅니다. 저 역시 50세가 넘어서도 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