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3. ‘자연 속 여행 기숙학교’ 중에서
자연속학교는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일하고 노는 여행 기숙학교다. 날마다 학교에서 살 때와 달리 온 종일 함께 지내니 평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서로에게 배우고, 느끼고, 싸우고, 웃는다. 일주일을 함께 지내니 저마다 개성이 듬뿍 묻어나오고, 부모와 떨어져 낯설고 집보다 불편한 곳에서 살다보니 힘듦과 짜증을 내는 것도 자연스럽다. 자신을 위한 잠자리와 익숙해서 편한 화장실, 먹고 싶은 것만 먹을 수 있고, 자신의 기운과 호흡대로 자유롭게 쉬고 놀 수 있는 집을 떠나 다 함께 살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함께 사는 규칙이다. 옛말에 집 떠나면 고생이라 하지 않았던가.
밥 먹을 때도 모둠단위로 밥을 받고, 날마다 어울려 노는 즐거움도 있지만 서로 자꾸 다투는 일도 생기고, 순간 못된 마음으로 상대방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구를 더 드러내며 다른 사람의 몫을 생각하지 않는 때도 있고,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 날마다 희노애락의 감정이 누군가로부터 쏟아져 나온다.
p72. ‘마을 학교(대안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 중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마을은 교육의 오래된 미래로 이야기 되어왔지만, 본격으로 우리나라에서 마을,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실천해온 곳은 대안교육현장이었다. 성미산마을, 무지개교육마을, 삼각산재미난마을이 널리 이름을 알린 곳이었고, 마을 속 작은 학교로 자리를 잡아 갔더랬다. 교육과정의 자율성, 유연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고, 학부모들과 마을주민이 함께 교육 속에 지역을 담고 지역의 교육을 위해 애써온 역사이다.
공교육에서는 12년 전쯤 마을과 마을교육공동체에 주목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런데 지금은 공교육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정책 담당 부서와 사업이 혁신교육지구와 함께 본격으로 제기하고 있고 꿈의학교, 몽실학교, 혁신교육지구 모두 마을교육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교육의 흐름에서도 마을과 학교는 연결된 흐름이고, 학생들의 배움을 확장하는 마을교육생태계를 미래교육이라 말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시대, 마을은 미래교육에서 그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p174. ‘마을 여행계와 마을 음악회, 마을 세배’ 중에서
마을공동체를 가꾸려는 양지마을주민자치회 모임과 마을 여행계모임도 특별한 마을살이 재미다. 양지마을주민자치회는 지금은 마을신문 펴내는 일을 하는 것 말고는 달마다 모이는 활동은 하지 않는 상태이고, 마을여행계모임 〈여행나눔모임〉도 지금은 멈춰있다. 코로나시기(2020년-2022년)에 여행을 가기 어려운 여건에도 여행나눔모임은 꾸준히 이어졌다. 1기 24집이 참여(2017년-2018년), 2기 시즌투 23명(2019년-2021년), 3기 8명(2022년)이 마을여행계모임 덕분에 가족이나 부부가 즐거운 여행을 다녀와 마을에서 여
행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마을살이 재미를 누렸다.
2016년 10월, 맑은샘학교 앞 숲속놀이터 앞에서 첫 마을음악회가 열렸다. 어린이들과 마을 어른들이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던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난다. 마을음악회는 2017년 제 1회 방바닥음악회, 2019년 제 2회 방바닥음악회, 2022년, 2023년 제 3, 4회 방바닥음악회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했던 새해 1월 1일 마을 세배하기 행사도 특별한 추억이다. 코로나 전까지 꾸준히 했던마을 세배하기는 동네 어린이들이 마을을 돌며 집마다 세배하는 골목 풍경을 꿈꾸며 시작했다. 복돈은 참여하는 어른들이 부담없도록 유치원 오백원, 초등학생 천원, 중학생 2천원, 고등학생 3천원, 대학생 4천원으로 정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신이 났던 행사였다.
p253. ‘농사교육과 교과통합’ 중에서
텃밭 교육은 생태과학이나 우리의 절기를 다 담아낼 수 있다. 음식으로 발효와 화학 등을 연결시켜서 많은 활동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갈무리가 중요하다. 농사짓는 것, 심는 것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가꾸는 것, 풀 뽑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그 다음, 거둔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텃밭에서 거둔 귀한 먹을거리가 밥상에 오르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과 거두어서 학교에서 어떻게 해서든 먹어야 한다. 자그마한 땅이지만 조금만 규모가 크면 많은 양이 나온다. 그러면 아이들과 함께 장도 담그고 발효를 시켜야 한다. 그런 노력들이 교육에서 중요하다.
p.341. ‘교육의 전환과 미래교육’ 중에서
우리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 생태계와 인류 멸종의 위기, 바이러스 위기, 전쟁, 핵 방사능 위기, 경제 위기, 실업 위기까지 탐욕의 시대 수많은 위기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지옥일 수밖에 없다. 곧 닥친다는 과학자들의 증언인 기후위기가 곧 식량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코로나 시대 대도시 사람들이 입코가리개(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섰다지만 먹을거리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는 때가 온다면 그 배고픔의 줄서기는 가능하기나 한 걸까.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일상이 되는 때 교육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우리들의 수업 방식은 무엇인지, 교육과 학교 체제에 대한 물음, 우리가 적극 제안하고 공론화시켜야 할 것, 마을교육공동체에서 살필 것들, 지역사회에서 할 노릇까지 두루 살피고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구체로는 원격학습 권장 시대의 교육과 교사의 존재 방식과 노릇, 전염병 창궐시대 건강과 안전 수칙, 학사일정 조정의 범위도 있었다. 한국 교육이 마주한 현실이며 담아야 할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