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폴 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자 국내 첫 번역서
★뉴욕공공도서관 ‘영 라이언스 픽션 어워드’ 수상
★퍼블리셔스 위클리 ‘2013년 여름 최고의 책’
★뉴요커 선정 ‘주목해야 할 책’
“폴 윤은 얼핏 보면 완벽한 미니멀리스트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의 모든 섬세한 몸짓 너머에는 깊고 복잡한 역사가 일렁이고 있다… 고독한 삶에 대한 아름답고 감동적인 명상.” _앤 패칫,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커먼웰스』 저자)
“고독한 한 남자의 삶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폴 윤은 종종 단순명료한 헤밍웨이의 문체를 떠올리게 한다.”_보스턴 글로브
▶디아스포라의 지평을 넓힌 폴 윤의 첫 장편소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폴 윤이 첫 장편소설 『스노우 헌터스』로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가 특징인 폴 윤의 소설들은 미국 문단과 전 세계 독자들의 주목과 호평을 받아 왔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이었던 폴 윤의 할아버지는 전쟁고아들을 위해 보육원을 설립하였다. 폴 윤은 조부가 모아둔 6·25 전쟁 관련 자료와 사진, 특히 고아로 가득 찬 피난민 열차에 대한 이미지가 이 소설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스노우 헌터스』의 주인공 요한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포로로 본국 송환을 거부하고 제3국행을 택한다. 요한은 태양이 강렬한 나라 ‘브라질’로 이주하고, 그곳에서 일본인 재단사 기요시와 함께 일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이국의 땅, 이질적인 언어와 문화, 그리고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낯선 이들 속에서 요한이 정착하고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 소설은 그동안 영미권 위주로 집중되어 온 한국계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를 남미까지 확장시킨다. 동시에 한국전쟁 당시 그리고 그 이후 남미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삶과 기억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 전쟁으로 인한 깊은 상처
아스라이 전해지는 희망과 치유
요한은 전쟁 발발 후 첫 번째 겨울에 포로가 되었고, 폭격으로 정신을 잃고 눈 속에 파묻혀 있다가 미군들에게 발견되었다. 이 때문에 수용소를 관리하는 미국인들은 그를 ‘스노우맨’이라고 불렀다. 요한이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 속에서 본 피난민 가족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필사적으로 생필품을 찾으려고 눈 속을 헤집는 스노우 헌터스 즉, '눈 사냥꾼들'이었다. 브라질에서 살아가며 요한은 고향과 전쟁의 기억을 종종 마주하고, 때로는 그에 압도된다.
요한의 일상을 잠식한 전쟁의 후유증은 재단사 기요시, 정원사 페이쉬, 거리의 아이들 등 브라질에서 만난 이들로 인해 점차 옅어진다. 이들의 친절한 과묵 속에서 요한은 머뭇거리지만 정확한 지점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요한이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사라지지 않는 전쟁으로 인해 슬픔과 무기력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스노우 헌터스』는 위로와 함께 아스라한 희망을 건넨다.
▶한국전쟁 후 제3국으로 향한 북한군 포로 요한,
그리고『광장』의 이명준
그 겨울, 비가 내릴 때, 그는 브라질에 도착했다. _ p.15
요한은 비가 내리는 겨울, 바다를 건너 브라질에 도착한다. 북한도 남한도 아닌 중립국, ‘브라질’에 도착하면서 서사가 시작되는 『스노우 헌터스』는 『광장』의 이명준을 떠오르게 한다. 이명준은 중립국을 선택하며 좌우 이념의 체계를 넘어 ‘중립’이라는 새로운 선택지와 비전을 제시했지만 한반도를 떠나 인도를 향하던 도중에 선박에서 투신자살한다. 이명준이 포기한 중립 또는 제3국의 삶이 어떠할지 궁금해하던 독자들은 요한을 통해 그 삶의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의 기억 속 전쟁터와 포로수용소는 눈이 흩날리는 한겨울이자 밤의 세계이다. 그런 그에게 브라질, 즉 중립국의 미래는 태양이 강렬한 곳, ‘더 이상 밤이 없을 것 같은’ 세계이다. 전쟁의 상처와 고통이 남아 있는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차가운 겨울이 존재하지만, 브라질에서 그는 따뜻한 환대와 희망을 체험하고 점차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스노우 헌터스』는 한국전쟁 문학사의 계보 속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며 중요한 서사로 자리매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