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기의 수필집 《커피는 무엇으로 마시는가》에서 보여주는 작품 세계는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말로 그 특징을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소재가 다양하여 전혀 지루하지 않다. 문학, 교육, 정치, 시사, 가족, 신앙, 심지어 무협지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유년 시절 어머니의 돈을 ‘삥땅’한 죄의식을 다룬 〈어머니의 500원〉, 은퇴 후 구십 노모를 모시는 일상을 그린 〈오줌싸개〉는 꼬끝을 찡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국어 교사의 경력을 살려 시시콜콜 맞춤법에 대해 따지거나 어원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다양성’의 두 번째는 다양한 분량이다. 145자의 아주 짧은 글부터 2,645자의 상당히 긴 글까지 망라한다. 분량을 기준으로 글의 완성도를 따지는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글의 길이와 완성도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단형 수필이 많은 이유는 필자가 시인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정 선생은 약관의 나이부터 지금까지 줄곧 시인으로 활동했다. 동인 모임에 처음으로 수필을 한 편 들고 온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그러니 수필집을 내는 지금도 여전히 시인이며 시 정신이 그대로 수필 속에 깃들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