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규제함으로써 여백을 비우고 채워가며 현명하게 나이가 들어가면, 어느 날엔가 나만의 지혜에 호수, 고요의 바다에 이를 것이다. 이것이 오롯이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여정이라면, 무기력이라는 멈춤을 기어이 멈추려는 가벼운 발걸음은 살기 위한 치열하고 고독한 몸부림이겠다. 간단치 않고 쉽지 않겠지만 즐겁게 가보자. 내가 얻고 싶은 자유의 모습을 찾아서.
일단 걷자. 아무튼 걷자. 어쨌든 걷자.
마구마구 걷자. 밥 먹듯이 걷자.
걷다 보니 생각이 넉넉히 펼쳐지기 시작한다.
고이지 않고 흐른다.
어느 출발의 날에, 비우고 채워지는 작은 생각들이
어느 훗날, 깊고 넓게 익어 갔으면 좋겠다.
- 비움과 채움 중에서 -
다들, 동네마다 이런 에베레스트, K2, 안나푸르나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은가? 1년에 한두 번씩만 올라도 그게 어디냐. 높은 산에 오르는 일도, 힘겨운 고난의 인생길의 회복도 첫걸음,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온 국민이 전문 산악인이 되는 거다. 온 동네 사람들이 고난스러운 삶의 언덕을 거침없이 오르내리는 베테랑 등반가, 우리 동네 OO 공원, OO 산 날다람쥐가 되는 거다. 공원이든 야산이든 놀이터든 산책로든 슬기롭게 공간을 활용하자.
산에서 만난 이 남자. 언뜻 보면 고독해 보이다가도, 어랏, 춤까지 춘다. 자유로운 영혼임이 틀림없다. 뉘 집 아들인지 참, 영혼이 발랄하고 깜찍하다.
이 남자…. 작가가 될 상이다.
- 일 년에 에베레스트를 다섯 번 오르는 남자 중에서 -
누가 억지로 멱살 잡고 글쓰기 하라고 시킨 일도 아닌데, 쓰는 날이 많아질수록, 자기 위축 또는 부담을 자꾸 확장하는 이유는 뭘까? 잘하고 싶은 마음이겠다. 조급한 마음도 한몫하고. 그러니 자꾸만 자책과 반성이 넘쳐나는 요즘의 일상이다. ‘인간아. 초보운전자가 어찌 F1 그랑프리 카레이서 같은 현란하고 엄청난 질주를 꿈꾸는가. 좋아하는 일 오래 하려면 마음을 비워야 하는 법. 어처구니없는 욕심이 웬 말이냐?’
애면글면하면서 놓쳐버린 것은 ‘긴 호흡’이겠다. 정신 줄을 바짝 당겨본다. 나는 어떤 끈기와 근성으로 ‘몸으로 마음으로’ 책을 읽고 글을 밀고 나갈 것인가? 긴 호흡으로 가자. 좋아하는 일을 몸과 마음으로 밀고 가보자. 그 길이, 그 여정이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소망해 본다. 딸도, 아빠도.
어느 말간 새벽, 인터넷 공간에서 딸의 호출이 날아온다. “깨톡”
“나는 그림을 그릴 테니, 아빠는 글을 쓰시오.”
“네. 따님.”
딸은 그리고 아빠는 쓴다. 딸은 그림으로 정제된 말을 하는데, 아빠는 글로 정신머리 없는 그림을 그린다. 갈 길이 멀다.
-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