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지 않아도 배불러도 인생은 흘러간다
영화 같은 작품 『재생력』으로 새로운 한국 그래픽노블을 선보인 조성환이 〈배고픔〉에 관한 그림책을 미메시스에서 출간한다. 책은 작은 크기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세계는 커다랗다. 주인공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해서 배에 뭔가를 채워 넣는 여자다. 그리고 남자는 같이 밥을 먹어도 한 접시를 먹는 동안 일곱 접시를 비우는 그녀에게 반한다. 소설가가 꿈인 글쟁이 남자와 많이 먹고 빨리 먹기 대회에서 늘 우승하는 여자는 그렇게 함께 살게 된다. 어느 날, 여자는 남자에게 말한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으니 다른 방법으로 배를 꽉 채우면 어떨까?〉
뭘 해야 행복할까? 어떤 일이 일어나야 행복일까?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면 행복하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면 마음이 충만해져서 다른 게 들어올 틈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때때로 그 또는 그녀는 마귀로 변한다. 어제는 마음속에 부드러운 깃털이 들어찼었는데 오늘은 유황불이 타 오른다. 친구와 가족도 마찬가지다. 모두 나에게 주면서 동시에 빼앗는다. 어떤 날은 사랑하지만, 어떤 날은 환멸스럽다. 그들이 주는 사랑은 항상 나의 바람보다 작다. 삶과 행복을 냉소하려는 게 아니다. 『배부르지않아 배부르잖아』를 읽고 있자니 그저 이런 답 없는 질문들이 다시 떠올랐다. 무얼 해야 행복할까? 어떤 일이 일어나야 행복일까? ㅡ 영화감독 조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