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5.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유’ 중에서
충격적이게도 저희 집 라면의 유통기한은 무려 2년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왜 아무도 저에게 라면의 유통기한이 고작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주지 않았을까요? 그 옆에 있던 김밥 김의 유통기한은 무려 4년 전의 날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나름 자취 경력 10년 차임에도 이런 단순한 부분 하나 점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4년 전이라면 그사이 이사를 두 번이나 했고, 그 두 번 중 한 번은 바로 몇 주 전이었는데, 도대체 왜 그때도 저의 피 같은 돈을 이삿짐센터에 지불하면서까지 이 쓰레기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왔을까요? 그리고 지금도 이 쓰레기들을 이렇게 집 안 한 편에 고이고이 모셔 두고 매일같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p59. ‘물건이 없어진다고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닌데’ 중에서
실체가 있는 물건들을 소유하지 않고서도 그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든 사진과 종이 자료를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 전자파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제 과거의 추억은 이 작은 usb에 압축해서 추억 보관함에 고이 저장했습니다. 사실 이렇게 정리해서 보관해 둔 파일은 만들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펼쳐보는 일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언제든 기억하고 싶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존재한다는 든든함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의 제가 있기 위해 과거의 제가 참 부지런히 살아 주었기에 그 과거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꼭 그것이 물건의 형태여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건들을 비우기 어려운 나의 마음은 그저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제서야 저의 추억과 물건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었고, 편안하게 물건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p122. ‘나의 삶에서 가장 먼저 채워야 할 한 가지’ 중에서
당신의 삶에는 무엇을 가장 먼저 채우고 있나요? 그저 눈앞에 닥친, 중요하지 않은 일을 처리하느라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놓치면서 살아가고 있진 않나요? 만약 모래나 자갈처럼 불필요하고 덜 중요한 것으로 나의 인생을 채우게 되면 정작 나에게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들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인생을 나답게 살아내려면 나의 유리병에 가장 먼저 담을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먼저 채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내 인생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담으며 살아갈지 선택하고 결정해 나가는 작은 연습 덕분에 저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다워진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p150. ‘상상 속 편리함에 속지 말자’ 중에서
어느 날은 쇼파 앞에 둘 거실 테이블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쇼파에서 티비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간식과 커피를 먹을 수도 있는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구매 전에 거실 테이블을 대체할 만한, 주방 식탁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 긴 나무의자를 놓고 며칠 생활을 해봤습니다. 편하긴 했지만 공간이 생기니 신기하게 그 위로 물건이 계속 쌓였습니다. 청소거리가 늘어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할 때도 잠깐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는 행동들도 꽤 성가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실 테이블로 인해 편리함을 느끼는 순간도 분명 있지만, 동시에 불편함도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편리함 보다 제가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가 컸기에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p.192. ‘꿈을 이루는 미니멀 라이프’ 중에서
예전의 저는 무언가를 쉽게 시작은 하지만 마무리를 잘 맺지 못했습니다. 그땐 싫증을 잘 내고 변덕이 심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해내느라 써버린 에너지로 인해 정작 중요한 일을 지속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먼저 제가 정말 원하는 일을 시작하고, 그 일을 진행하면서도 무엇이 중요한지 계속 질문하고 답을 합니다.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부터 다시 생각합니다. 그렇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결정들을 하니, 점점 내가 원하는 삶이 만들어졌습니다.
나의 생각을 글과 말로 표현하고 싶었고, 내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블
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블로그에서 모임을 함께할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내가 알게 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나누었고, 블로그 글을 보고 강의 의뢰도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강의도 하고 블로그에 쌓인 글들을 모아 출판사에 투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결정된 저의 책 출판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꿈을 이루게 해주는 미니멀 라이프와 함께라면 앞으로다가올 시간들이, 그리고 저의 미래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