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 사천억. 어마어마한 돈이다. 우리는 이 돈이 얼마나 큰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이런 돈을 만져 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어느 날 마을에 여기저기 현수막이 붙었다. ‘일조 사천억 원 규모 양수발전소 유치 성공!’
누구는 양수발전소가 들어오면 일자리가 생길 거라고 했고, 누구는 양수발전소가 들어오면 안개가 껴서 농사도 못 지을 거라고 했다. 또 누구는 양수댐을 관광자원으로 쓸 수 있을 거라고 했고, 또 누구는 어마어마한 물을 끌어다 가둬 놓는데 누가 냄새 나는 물을 보러 오겠느냐고 했다. 어딘가에서는 친환경이라고 했고, 어딘가에서는 반환경이라고 했다. 아, 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야?
구구단 청소년출판팀은 양수댐 예정지 마을에 직접 찾아갔다. 물에 잠길 곳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숲 물속에서 산개구리알도 보고, 마을 주민이 가꾼 대숲도 보았다.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엄청난 땅이 물에 잠긴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그 큰 댐이 정말로 여기를 다 물에 잠기게 해서라도 꼭 필요한 건지 묻고 싶었다. 다른 걸 상상할 수는 없을까?
“이야기로 전해 들었을 땐 댐이 얼마나 큰지 잘 몰랐는데, 직접 가서 위치와 크기를 가늠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댐이 훨씬 더 큰 규모로 지어진다는 걸 알고서는 무척 놀랐어요. 산과 산 사이로 댐이 들어오고 거기에 물을 채운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곳이고, 또 누군가에겐 생명이 달린 곳이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양수댐이 정말로 필요한지,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_양수댐 예정지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