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찾는 이들은 대개 소상공인입니다. 그들은 인사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동원하는지, 경영은 어떻게 하고 매뉴얼은 어떻게 만드는지 묻습니다. 창업하고 몇 년 동안 장사를 잘했는데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곳이 없다고들 하지요.
저는 경영학자도 컨설턴트도 아니기에 제가 경험했던 일과 리더들에게 배운 교훈, 그동안 시도했던 방법을 들려주었습니다. 저에게는 가벼운 대화였는데 제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이들을 만났고 그 만남을 통해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이 제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제가 만났던 멘토와 리더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핸즈커피’는 없었겠지요. 그들에게 값없이 받은 것처럼,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저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고 싶습니다. (17쪽)
투표 결과는 폐지 55%, 유지 45%였습니다. 참 예매한 결과였죠. 아직 수용이 안 되는 분들이 45% 정도 있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점주님들, 우린 창업 이래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를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현재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본부 직원들이 보완방안을 정리해서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 볼 테니, 올해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 폐지 건은 내년에 한 번 더 토론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지금 제도를 폐지하기엔 우리의 생각들이 너무 나뉘어 있습니다.”
그러자 즉시, 폐지 쪽에 있었던 점주님 한 분이 ‘그럽시다. 지금까지 해왔는데 일 년 정도 더 해보지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이분의 동의에 박수로 재청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제가 다시 질문했습니다. 그랬더니 전체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큰 박수로 재청해 주셨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60여 명의 점주님들 얼굴이 모두 밝았습니다. 일년 후, 점주 OJT에서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를 두고 다시 토론했습니다. 이번에도 생각이 좁혀지진 않았죠. 결국 투표를 진행했고 폐지하자는 의견이 85%였습니다. 체인 본부 대표로서 저는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잠시 정회를 선언하고 15% 점주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그분들은 8년 전 핸즈커피 초기 아주 작은 핸즈커피를 선택하셨던 분들이었는데, 제 비즈니스의 형님, 누나들이었고 친구 같은 분들이었죠.
“점주님들! 오늘 우리는 투표를 통해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의 폐지를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우리가 서명하고 약속한 계약상의 규칙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15%의 점주님들은 이 할인 제도가 너무 중요합니다. 우리6 개월 후에 다시 최종 토론하면 어떻겠습니까?”
제 말이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우리가 모두 핸즈커피란 상호 아래에서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끝까지 기다려 주고, 마지막 소수의 점주님까지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6개월 후, 점주님들이 다시 모였을 때는 토론이 필요 없었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토론했고 이제 마지막 결정만 남아 있었던 것이죠. 투표 결과, 점주님 한 분만 반대하고 나머지는 모두 테이크아웃 할인 제도를 폐지하자는 의견에 손을 들었습니다. 제가 마이크를 다시 드니까 테이크아웃 할인제도 폐지를 반대했던 점주님이 벌떡 일어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반대했지만, 더 미루지 말고 폐지합시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잖아요?”
그 자리에 모인 점주님들이 모두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하나의 브랜드가 그냥 만들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다수가 동일한 가치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포기가 필요합니다. 결국 오늘의 핸즈커피는 이런 아픔의 생채기가 고스란히 흔적으로 남아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과 전체를 위해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들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진리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 글을 마치면서 저의 부족함을 여전히 ‘신뢰’로 보답해 주시는 점주님들에게 마음 다해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43-45쪽)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고 동일성이라는 원칙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가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메뉴북 하나를 만들어도 촬영과 디자인, 인쇄까지 다양한 투자와 선택이 필요했고, 앞치마와 근무복, 잔과 식기류, 냅킨과 포장지, 테이크아웃 용기, 의탁자, 간판 등, 상표를 넣고 대량 생산해야 하는 아이템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일성이라는 원칙 앞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동일성이라는 원칙이 오히려 경쟁력에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경우입니다.
언젠가 예비 가맹점주와 창업 상담을 하고 있었는데, 대화 도중 그분이 핸즈커피라는 브랜드를 선택하기 전에, 자신의 카페를 만들고 싶어서 상당한 준비를 해 온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전 사실 개인 가게를 열어 제가 그동안 준비한 쿠키나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팔고 싶었어요. 손이 많이 가더라도 좀 더 특별한 음식을 만드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메뉴에 대한 전문성만으로는 카페를 창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브랜드를 선택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핸즈커피가 메뉴에 대한 제 생각과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서 이렇게 온 거예요. 혹시 우리 가게에서 제가 잘만드는 메뉴를 추가해서 팔 수 있을까요?”
저는 동일성의 원칙 때문에 고민했지만 ‘창업 교육 시간에 짬을 내서 점주님이 잘할 수 있는 메뉴를 한번 만들어 보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주 중에 더 탁월하고 창의적인 메뉴를 만들 수 있는 이들이 꽤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자신의 매장에서 자신이 만든 메뉴를 제공하고 싶은데 프랜차이즈 중에 그것을 허락하는 브랜드가 없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제도가 BCM(Branch Choice Menu)라는‘가맹점 선택 메뉴’입니다. 각 매장에서 판매하고 싶은 메뉴를 개발한 후, 일정한 양식을 갖춰 본부 R&D팀에게 승인을 신청하면, 매장당 5개의 메뉴까지 판매를 승인하는 제도입니다. BCM 제도는 생각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132-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