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을 한다니,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워하던지 어깨가 절로 올라갔다. 지수도 한마디 거들었다.
“네가 복스럽고 맛있게 먹긴 하지.”
와, 이게 무슨 일이야? 지수가 나를 인정해 주었다. 내가 먹는 건 또 언제 본 거야? 설마 저 말은 나에게 관심 있다는 뜻인가? 괜히 마음이 부풀었다. 지수가 방송에 출연한 나를 본다면, 너무 복스럽고 맛있게 먹는 나를 보고 반해서 고백이라도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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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에는 내 얼굴이 있었다. 게 눈 감추듯 고기를 삼키는 내 얼굴, 고기를 먹고 좋아서 눈을 질끈 감고 느끼는 내 얼굴을! 내 얼굴이 우스꽝스러운 ‘짤’로 만들어져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게 뭔데?”
“이게 바로 영원히 고통받는 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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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영상을 보고 무엇을 느꼈나요?”
내가 퀴즈를 맞히듯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우리 가족은 거의 움직이지 않아요!”
그러자 건강 쌤이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올려 보였다.
“꼭 나무늘보 가족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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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히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인데…….”
나는 천천히 주방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갔다. 킥킥 웃어 대는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불이 꺼진 주방에서 냉장고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냉장고 앞에 있는 사람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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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 샤워까지 마치고 물을 한 잔 마셨다. 기분이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 운동을 하니 조금 피곤했지만 만족스럽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럴까? 왠지 모르게 배불리 먹고 벌렁 드러누웠을 때보다 기분이 상쾌했다. 조금 몸이 가뿐해진 느낌이었다. 이런 게 바로 땀 흘리는 운동의 효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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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정말 누나 말이 맞았다.
“먹방 유튜버가 입맛을 잃다니. 이건 최악이니까.”
누나는 한숨을 훅 내쉬며 물었다.
“나루야, 그냥 행복한 뚱보가 되면 안 될까?”
“응? 행복한 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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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먹을 것을 조절하고, 운동하는 것도 위대한 일이에요?”
“당연하지! 매 순간마다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아빠는 그걸 평생 못했잖아. 그런데 우리 나루랑 나래는 아직 어린데 벌써 시작했잖아? 그러니까 엄청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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