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9
책을 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솔직함이었습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아나운서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의 아나운서, 영어 MC가 마주하는 현실에 대해 잔인할 만큼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 MC가 궁금한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이 책은 저의 성공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 결코 아닙니다. 성공의 의미는 주관적이니 정의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저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전진하는 현재 진행형 아나운서거든요. 제가 감히 아나운서 업계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저보다 훌륭한 역량을 지닌 동료들도 많습니다.
다만 ‘국제뉴스 전문 아나운서’라는 특성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영어 MC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제대로 짚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MC 지망생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를 받습니다. 지금까지 적어도 300건은 받은 것 같습니다. 1년에 1회 진행하는 무료특강 공지를 올리면, 하루 만에 20명 정원이 꽉 찹니다. 그만큼 참 많은 분들이 이 분야에 대해 궁금해 하고 이 직업을 원한다는 뜻이겠죠. 관련 정보를 개인이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용기를 냈습니다.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얘기를 해보겠다고요.
p33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나운서라는 직함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 에너지, 돈이 필요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 모든 걸 투자한 사람 중에서도 전문 진행자가 갖춰야 할 역량을 지니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아나운서와 공식 행사 MC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진입 장벽이 꽤 높은 직업인 건 확실합니다.
p54
시청자분들은 아나운서들이 예쁘게 꾸미고 TV에 나오니까 TV 스타로 생각해주실 때가 많습니다. 물론, 관심 가져주시고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죠. 하지만 아나운서는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지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아나운서는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고, 뉴스에서는 소식을 전하고 정리하는 입장이지 뉴스의 주인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시사 교양,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아나운서는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 전체를 총괄합니다. 전하는 정보와 모시는 초대 손님을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물론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된 최상의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야 하는 것도 맞고, 시청자에게 호감으로 다가가 사랑을 받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습니다.
p74
Q. 섭외를 잘 받는 비결은?
실력, 홍보, 관계, 태도. 이 네 가지 키워드로 비결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공채에 합격한 25살 때부터 6년 동안 다양한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채용돼 정규직, 혹은 계약직으로 일하다, 7년 차부터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한 지 올해로 12년째가 됩니다.
초반에는 제가 방송국에 찾아가 프로그램 진행자 오디션을 봤고, 2년 정도 후부터는 방송국으로부터 섭외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아나운서 후배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이 섭외가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해야 끊임없이 섭외를 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p115
Q. 케이블TV 출신으로 KBS에서 일하게 된 원동력은?
알맹이와 냉정한 자기객관화, 지독함 덕분이었습니다.
먼저, 알맹이 얘기를 해볼게요. 저는 2007년부터 아나운서로 일하면서 다양한 TV 프로그램과 공식 행사를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여러 채널에서 뉴스, 경제 프로그램, 문화 교양 프로그램, 인터뷰, 영어 뉴스, 대담까지 진행했어요.
이 와중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저 혼자 ‘국제뉴스 외길’을 걸었습니다. 교양 프로를 진행하면서도 집에 와서는 혼자 외신 기사를 읽으며 국제뉴스를 분석했고, 그 내
용을 기록했어요. 처음 몇 년은 혼자만의 노트에 썼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소셜 미디어에 공개했습니다.
2018년에 SBS CNBC(현 SBS biz)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국장님께 직접 찾아가 제가 해온 작업에 대해 말씀드렸고, 방송에서 국제 정치, 사회, 경제 이슈를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처음엔 아나운서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비평까지 한다는 점 때문에 반대하셨지만 결국 기회를 주셨고, 처음으로 국제뉴스를 깊게 분석하는 코너가 생겼습니다. 시청자분들의 인정과 사랑 덕분에 2년 동안 즐겁게 방송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