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본 시조대전』(심재완 편)은 그동안 나왔던 시조집을 모두 대조해 가면서 여러 이본들을 정본화 해 본 것으로서 이 방면 연구에 큰 족적을 남긴 저서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발췌역을 하며, 같은 저자의 『역대 시조전서』, 그리고 이후에 나온 『한국시조문학대사전』(박을수 편), 『고시조대전』(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편) 등 여러 시조 자료집을 두루 참고하며, 작업 시 의심나는 부분이나 재차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까지 나온 전 시조자료집을 비롯해, 실제 가집 모두를 한데 모아 놓고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재차 거쳤다.
사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오래전에도 이 부분을 빼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일었다가, 그때마다 先學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새삼 숙연해졌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작업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첫술에 배부르겠냐며, 첫 책에서는 발췌역을 하면서 확인하고 조금 다듬고 덧붙이는 작업에 그쳤으나, 언젠가 공부가 무르익으면 보다 멋진 자료집 관련 작업을 뜻있는 이들과 한번 해 보리라고 딱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봐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건만, 그동안 마음먹었던 일, 학문적 포부가 눈에 띄게 성과가 있어야 할 텐데, 오히려 학자로서 멀리해야 할 게으름만 온 전신에 덕지덕지 붙인 채 세월을 보내온 것 같으니 참. 그래도 이왕 마음먹은 것, 내친김에 한번 저질러 보기로 했다.
사실, 옛 원고를 다시 보며 분명한 오류는 바로잡고, 필요한 부분은 깁고 다듬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언젠가는 누군가가 품이 많이 드는 이러한 작업을 하겠지, 그냥 포기하고 편한 길을 갈까 하는, 안일한 마음이 은근슬쩍 다시 고개를 드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번 손에 쥐면 쉬이 놓기가 쉽지 않은 학자적 고질병 때문에 어쩌다가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작업하는 과정에서 또 욕심이란 것이 생겼다. 그래서 이전에 누락된 가집 및 작품들, 작가들은 다시 보완하여 부록 편을 마련하게 되었고, 해석이 어려운 부분에는 각주도 달아보면서 신나게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시가 사설시조적 질서로 재편된 작품(곧 한시 현토 작품들)의 경우는, 한시 독음을 그대로 기재하기보다는, 뜻풀이를 같이 실어두면 공부하기가 편할 듯하여, 원뜻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어역도 같이 부기해 두었다.
또한, 부록 편에 실린 작품을 함께 녹여 원 사설시조 편에 하나로 넣을 수도 있었지만, 원 자료집에서 누락된 작품 및 가집, 작가들을 분명히 알면 더욱 좋을 듯하여,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부러 따로 떼어 놓았다. 그렇기에 보다 보면, 원 사설시조 모음집과 부록 편에 실린 작품 중에는 이본 관계도 더러 발견되는데, 이는 모두 주석을 붙였으니 같이 살펴보면 될 것이다. 아울러 선집(選集)이라는 제목도, 수많은 사설시조 중 일부만 가려 뽑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 시조 작품 중 사설시조만 추려냈다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여차저차 해서 나온 것이 바로 본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