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 쇼팽을 연주하는 당신의 검은 정수리 위로 흰 달빛은 내리고
- 문성해 詩‘달빛 소리’ 중(Ballade 2)
쇼팽의 발라드는 폴란드의 시인 ‘아담 미츠키 에베치’의 서사시를 읽고 탄생했다.
쇼팽이 어느 한 문학가의 작품을 읽고 쇼팽 발라드를 썼듯, ‘쇼팽을 읽다’는 4명의 소설가와 4명의 시인이 쇼팽 발라드 1~4번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담아낸다.
유희란, 김강, 권정현, 채윤 소설가가 각 발라드 1번부터 4번까지를 맡아 그 곡에서 건져 올린 느낌과 감상, 스토리를 작품으로 재해석한 소설을 창작해 선보인다.
유종인, 문성해, 이소연, 최라라 시인은 쇼팽 발라드 4곡을 모두 듣고 느낀 감정을 담아낸 시를 발라드 1곡당 시 1편씩 담아냈다.
각 발라드마다 최정호(포항시립교향악단 사무장)가 쇼팽의 발라드를 해설한 곡 해설도 담겨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쇼팽 발라드 1번에서 영감을 받아 쓴 유희란의 소설 ‘그 한 가지’의 준수는 집을 짓는 일에 대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을 상상하게 되는 작업 같아”라고 말했다. ‘준수’에게 집을 짓는 행위가 쇼팽에게는 곡을 쓰는 행위와 같았고, 유희란 작가에게는 소설을 쓰는 행위와 같았다. 결국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은 그 마음’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다.
시인 유종인은 시 ‘거미의 가을’에서 ‘부서지는 용기와 찬란한 슬픔의 응고’라는 표현으로 쇼팽의 발라드1번을 노래했다.
발라드 2번에서 영감을 걷어 올려 쓴 김강의 소설 ‘블라블라블라’는 봄과 어울리는 작품이다.
발라드 2번은 여인들이 러시아의 압제로부터 폴란드가 독립하기를 기도하자 호숫가의 꽃들이 독을 품은 꽃들로 변한다는 것을 묘사한 미츠키 에비치의 시 ‘윌리스의 호수’를 바탕으로 쓴 곡이다. “나에게 다음 봄이 있었던가. 지난 봄의 기억이 없으니 나에게도 첫 봄이 아닌가. 멋있게, 최선을 다해서 첫 봄을 준비해야겠다”는 김강의 ‘블라블라블라’ 속 화자처럼 쇼팽도 그 시절 미츠키 에비치의 시를 읽고 다시 올 봄에 대해 노래하지 않았을까.
시인 이소연은 시 ‘금목서, 금목서’에서 ‘꾹꾹 눌러쓴 별자리 쇼팽의 음표 같았어요’라는 구절로 발라드 2를 풀어냈다.
“어떤 인연은 헤어진 뒤 원수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인연은 헤어져 아쉬움이 남고
어떤 인연은 담담하다.”
- 권정현 소설‘노이즈 캔슬링’중(Ballade 3)
발라드 3번을 듣고 권정현 작가는 소설 ‘노이즈 캔슬링’이란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설은 책에 적힌 메모 “경혜가 없는 세상에서 그리워하며 함께 듣던 발라드 3번과 함께. 1966.”를 우연히 발견하고 모든 삶에는 저마다의 노래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결국, 함께한 모든 순간의 소리와 노래가 이어져 그 관계가 되고 결국 그 관계가 추억이 됨을 이야기 한다.
시인 문성해는 ‘경포대에서’라는 시에서 ‘그 옛날 어떤 이에게선 곡조로 쏟아져 나옵니다. 끝없는 파도처럼’이라는 표현으로 쇼팽의 발라드 3번을 노래했다.
쇼팽 발라드 4번에서 이어진 채윤의 소설 ‘페이지터너’에는 “진실 속에는 의외로 삶의 현실을 무심히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말하는 ‘나’가 등장한다. 이 ‘나’는 현실을 사는 평범한 우리네 모습이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는 쇼팽의 발라드 4번에 대해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풍부한 음악적 본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지터너’의 ‘나’의 삶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풍부한 인간의 모습으로 쇼팽의 그것과 이어진다.
시인 최라라는 ‘나는 비처럼 흥얼거렸다’에서 ‘나는 언제부터 비를 흥얼거리고 있었을까’라는 구절로 발라드 4번을 노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