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차 스포츠 기자가 풀어내는
국가와 시대를 넘나드는 야구의 모든 이야기
★KBO 공식 추천 도서 선정★
▶ 야구에는 우리 인생이 녹아 있다!
베테랑 야구 전문 기자가 바라본 그라운드 안과 밖의 순간
9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투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담장을 넘긴다. 패배로 끝날 것 같던 경기가 극적으로 뒤바뀌고 승리를 맞게 되는 순간 떠올리는 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야구를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인생과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경기에 출전하는 신인은 사회 초년생 시절을, 슬럼프를 겪는 선수는 삶의 힘든 한 시기를, 명예롭게 은퇴하는 선수는 인생의 후반부를 떠올리게 한다. 야구의 이야기는 왜 이토록 쉽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야구에는 어떤 힘이 있기에.
25년간 프로야구 현장을 취재하며 그라운드를 누빈 김양희 스포츠 기자는 야구의 힘을 일상성에서 찾는다. 그리고 기록과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야구인들의 삶과 우리 인생의 ‘야구적’인 순간을 포착해낸다. 『인생 뭐, 야구』는 베테랑 야구 전문 기자가 오랜 경력을 토대로 풀어낸 야구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의 순간을 담은 책이다. ‘그깟 공놀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많은 웃음과 울음을 담고 있는 야구. 그라운드 안팎에서 펼쳐지는 우리들의 야구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자.
▶ 화려한 성적과 플레이 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이종범’이라는 무거운 세 글자를 부담으로 지고 한국 프로리그에서 성공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이정후는 2022년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다음 해 타격 기술에 변화를 줬다. 결과는 좋지 않았으나 처음 겪은 슬럼프는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 “잘하려면 변화를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노력은 아시아 야수로서 최고액으로 메이저리그라는 문을 열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프로 선수가 많지 않은 현대 야구, 오타니는 던지고 치는 훈련을 남들보다 두 배로 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그의 모습은 야구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치고 던지는 것. 그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야구다. 한 가지만 하고 다른 하나를 하지 않는 것은 나에게 부자연스럽다. 다른 이들이 하지 않는 것(투타 겸업)을 하는 것이 재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그냥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다.”_「야구의 새 패러다임, 오타니 쇼헤이」 중에서
투수의 투구 동작은 근육과 인대, 관절, 뼈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행위다. 안으로 굽는 게 자연스러운 어깨와 팔꿈치의 구조상 투구는 그 반대 방향으로 많은 운동량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구는 많은 투수의 몸에 악영향을 준다. 수천수만 번 반복해 송구를 연습하는 타자 또한 기형적으로 변한 몸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고는 한다. 그라운드 위의 야구를 위해 선수들은 팔과 어깨를 비틀며 몰두하는 것이다. 오늘도 자기 몸을 태우며 한계에 도전하는 그들의 에피소드는 화려해 보이는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노력 뒤에 숨은 무수한 과정들을 상상하게 한다.
▶ 그라운드 밖, 야구가 우리 인생에 던지는 질문들
야구팬들에게는 그라운드 밖의 삶에도 야구가 스며들어 있다. 저자는 야구가 문득 우리의 일상에 건네는 메시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2019년 이후 KBO리그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인 ‘노히트노런’. 투수에게는 일생일대 최고의 기록이지만 대기록이 다음 경기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 아주 특별한 순간이지만 그 또한 긴 야구 인생에서 마주할 수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인 것이다. 저자는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노히트노런 다음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야구는 이어지고 삶도 야구와 마찬가지다.
야구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수에게는 더 빠른 공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속구의 구속은 자연스레 떨어지는데, 이때 필요한 게 다양한 변화구다. 배우기 어려워서, 잘 던지는 공마저도 망가질까 봐 새로운 구종을 익히기를 주저한다면 선수에게 한계는 빠르게 닥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를 보며 우리의 삶에도 속구를 던져야 할 때와 변화구를 던져야 할 때가 있다고, 야구든 삶이든 멈춰 있으면 도태된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속구, 커브, 슬라이더만으로 타자를 상대해도 됐지만, 지금은 체인지업, 스위퍼 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지고 있는 구종이 다양할수록 삶의 난제를 해결해나가기는 더 쉬울 것이다.
▶ 기쁨과 슬픔, 분노와 열광의 144경기
그 속에서 야구가 만들어내는 무수한 추억과 이야기
여성으로서 오랜 시간 야구의 현장을 누빈 저자의 삶 또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는 그라운드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여자 스포츠 기자가 많지 않던 때, 자신을 낮추어 보는 시선과 부딪히며 살아남아야 했던 시기를 지나 어느새 기자 1년 차 때 만난 이들은 단장, 감독, 코치가 되었다. 기자로서의 삶을 회상하며 저자는 자신이 날린 홈런과 실수로 던진 폭투를 떠올린다. 그리고 “힘든 게임도 많았지만, 9이닝 내내 그라운드 위에 서 있고자 버텼다”며 그 과정을 돌아본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는 일상과 늘 함께하며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팬들은 기쁨과 괴로움, 분노와 열광을 느끼며 144경기 내내 관중석을 지킨다. 저자는 스포츠 팬이 된다는 건 ‘평생의 족쇄를 차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과의 일치감, 동질감을 통해 자신이 팀과 심리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느낀다. 삶의 순간에서 끊어낼 수 없는 중독성이 스포츠 팬심에 녹아 있는 것이다.
야구는 마치 떼어놓을 수 없는 고향과 같다. 아무리 고통받고 힘들어도, 비시즌에 뿌린 희망으로 ‘혹시나’하는 내년에 대한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과 애정이 강렬한 야구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