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네책방의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는 그날까지!
몸과 마음이 힘들 때, 살짜쿵 기분전환
산지니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살짜쿵’의 세 번째 책
사랑하는 마음이 일으킨 오늘, 문장을 쓰고 자연과 소통하며 꿈꾼 미래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책방이라는 꿈을 준비하다
꿈을 꿀 수 있는 시점은 정해져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40대로 접어드는 나이에 꿈이 생겼다.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귀엽고 인심 좋은 할아버지가 되리라는 꿈이었다. 꿈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저자에게 활력을 불어넣었고, 저자는 퇴근 후 매일같이 미래의 책방이 될 자신의 터로 달려가 그곳을 가꾸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런 일은 은퇴하고 나서 준비하라며 저자를 뜯어말렸다. 책방을 준비할 돈과 시간으로 차라리 재테크를 하라며 걱정 섞인 잔소리를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천연기념물에 가까워진 이 시대에 책방을 준비하는 것은 확실히 무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타인의 시선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해왔던 ‘나중에’, ‘여유가 되면’이라는 말은 접어 두고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꿈에 가닿으리라는 다짐과 함께 그는 오늘도 걷고 있다.
단지 꿈을 좇았을 뿐인데 자잘자잘한 목표들이 눈앞에 나타나 자리 잡았다. 브런치 작가 되기, 대학원 등록하기 등등….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며 느끼는 성취감은 저자의 삶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살짜쿵 책방러』는 평일에는 책 읽고 글 쓰고 농사 짓고, 주말에는 곳곳의 동네책방을 방문하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하는 이, 꿈을 가지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이, 사랑하는 것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며 그 길을 걸어도 괜찮다고 응원한다.
책의 힘을 믿는 동네책방 이야기
안동, 청도, 통영, 강화도…. 저자는 매 주말 여러 지역의 동네책방을 답사했다. 책을 만나는 기쁨과 편안한 공간에서 하는 휴식이 즐거워서 한 답사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자신이 꿈꾸는 책방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중 하나였다.
책에는 저자가 방문한 동네책방 10곳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방을 운영하게 된 계기, 책과 책방이 주는 의미, 손님을 만나며 느끼는 기쁨, 책에 대한 사랑 등등. 책방뿐만 아니라 그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의 사연도 만나볼 수 있다. 책방지기의 손길이 가득 묻은 정성어린 공간들도 자세히 소개했다. 저자는 꿈을 이뤘지만 계속해서 그 꿈을 어루만지며 나아가는 용기 있는 이들을 조명했다.
저자는 여러 책방을 보며 자신이 차릴 책방을 어떻게 보완하고 구성할지 고민했다. 책방 리본의 중고 서적들을 보며 자신의 책방 터에 마련해둔 노란색 냉장고를 떠올렸다. 마을 사람들이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음식 대신 책을 채워 놓은 이 냉장고를 미래에는 더 풍성하게 확장하기로 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농부가 되어버렸다
책방 할아버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저자는 책방을 세울 터부터 미리 마련했다. 그리고 언젠가 동네책방이 되어 줄 오두막을 야심차게 주문했다. 기대로 부푼 가슴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배송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마냥 손 놓고 기다리지 않았다. 휑뎅그렁한 서재터에 푸른 싹들을 심었다. 오두막이 완성되고 동네책방이 문을 연다면 그는 방문객에게 직접 기른 재료들로 손수 차린 밥상을 대접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름하야 ‘시골책밥’이다.
물론 처음 하는 농사가 마냥 쉽지는 않았다. 잡초와의 씨름은 끝이 없었고, 혼자서 고구마 모종 3kg을 심고 근육통에 끙끙 앓기도 했다. 야생동물들은 저자의 작물을 호시탐탐 노렸다. 그러나 과일나무가 열매를 맺고, 알록달록한 꽃이 피고 푸릇푸릇한 채소가 자랄수록 저자 또한 보기 좋게 살이 오르고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청량한 자연이 주는 선물 때문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기쁨이 준 행복 덕분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마음이 일으킨 오늘
누구나 한 번쯤 불안을 안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있을 것이다. 저자 또한 그러한 불면의 밤을 견뎌야 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 그가 방 한 켠을 채우던 초록병을 치우고 일어난 것은 좋아하는 것 덕분이었다.
자신과는 연관도 없고 잘할 수도 없으리라 여겼던 책 읽기, 글쓰기, 농사짓기는 저자가 마음 깊이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문장과 자연은 낡고 해진 마음에 입힐 새 옷이 되어 주었고, 그것들을 통해 사색과 사유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저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자신을 존립하게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좋아하는 걸 먹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행복이며 이로 인해 전보다 덜 지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동네책방을 준비하는 이야기이지만 꿈을 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해야 한다. 지금 나이가 어떻든 꿈을 꾸어도 된다. 꿈을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를 일으키고 나아가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