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친구들이 저희끼리 깔깔거리며 몰려다니는 모습을 베란다 아래로 내려다보며, 효미는 처음으로 동네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졌었다. _14p
이사를 오고 나니 나를 둘러싼 것들이 모두 새롭게 보인다. 생활도 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 내 방을 많이 아껴 주어야겠다. 내가 매일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애정을 가질수록 나의 하루하루가 더 생기 있게 칠해질 테니. 그러니까 나에게 방이란? 음, 나만의 우주가 아닐지! _18p
“엄마랑 나는 방 꾸미는 취향이 다른 거잖아.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다른 것처럼. 그런데 엄마는 자꾸 엄마가 맞다고 하니까 나는 스트레스 받아. 나도 내 취향이 있고, 이제 내 방은 내가 스스로 꾸밀 나이는 되었다고 생각해. 새로 이사도 온 만큼 내가 알아서 하게 해 줘.” _36p
처음에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옷들은 점점 차곡차곡 새 자리를 찾아 나갔다. 뿌듯했다.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도 방처럼 개운해져 있었다._36p
처음에는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옷들은 점점 차곡차곡 새 자리를 찾아 나갔다. 뿌듯했다.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도 방처럼 개운해져 있었다. _48p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만큼 더, 방이 효미 색깔로 물들고 있다._59p
방 안 가득 도하의 음악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게 하고 싶었다. 창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벽에 걸린 티셔츠가 춤추듯 가볍게 흔들거렸다. 효미 마음도 따라서 살랑이는 듯했다. 풀 냄새가 싱그러운 여름이었다._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