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가끔씩 용과 싸워야 한단다.
옛날 옛날 땅속 아주 깊은 곳에 무시무시한 용이 한 마리 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해와 달과 별을 모두 떼어서 땅속 깊은 곳에 꽁꽁 감춰 버렸대.
온 세상은 밤보다 더 캄캄해 졌지.
그때 마침 숲속에 한 양치기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아주 지혜로워서,
어떻게 하면 다시 이 세상에 빛을 찾아올 수 있을지 알고 계셨대.
……
언제 적 일인지 아무도 몰라.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지 그 누구도 모르고.
어쩌면 수천 년 전 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막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어.
땅속 깊은 곳에 무시무시한 용 한 마리가 살았는데, 덩치는 커다랗고 힘은 장사인데다가, 무척이나 못생긴 용이었지.
한편, 땅 위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아가는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별인지도 모르고, 평화롭고 다정한 마음도 다 잊어버렸대.
그 대신 싸움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잔뜩 만들어 냈는데, 그게 그대로 흘러흘러 땅속까지 들어갔다지.
때마침 땅속에 살고 있던 이 무시무시한 용은 사람들이 흘려보내는 이 사나운 마음들을 꿀꺽꿀꺽 받아먹고는 무럭무럭 자라났대.
그런데 이 용은 빛이라면 아주 질색해! 그래서 아주 깊은 땅속에 꽁꽁 숨어 살았던 거지.
그러던 어느 날, 용은 굴에서 나와 날개를 활짝 펼치고 한번 멋지게 날아보려 했는데, 햇빛이 얼마나 밝던지 눈을 뜰 수조차 없더래.
밤에 다시 나와 보니 어이쿠 이런, 달빛이 환한데다 별들이 얼마나 많던지, 별이 반짝반짝 빛날 때마다 수천 개의 바늘이 제 눈을 찔러대는 것처럼 쓰리고 따갑더래.
용은 너무나 화가 나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
어느 날 저녁 해가 기울어 서쪽으로 막 넘어가려 할 때, 용은 바로 그 밑에 가만히 숨어 있다가 해의 한 쪽이 땅에 닿자마자,
날카로운 발톱으로 하늘에서 해를 뚝 떼어낸 후, 깊고 깊은 땅속으로 끌고 들어갔어..
……
그런데 그때 깊은 산속에 한 지혜로운 양치기 노인이 아들 삼 형제와 함께 살고 있었대.
이 양치기 노인은 하늘과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늘 살펴보았고, 또 바람이 하는 이야기도 알아들을 수 있었어.
그래서 해와 달과 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고는 삼 형제를 불렀지.
“사랑하는 아들들아, 드디어 너희들이 숲을 떠나야 할 때가 왔구나.
너희들의 용기와 힘과 지혜로 저 사나운 용을 무찌르고, 이 땅에 빛을 다시 찾아오너라. 너희들이 이 일을 반드시 해내리라고 나는 믿는다.”
이렇게 해서 세 아들은 한 사람씩 차례로 용을 찾아 먼 길을 떠나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