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리뷰〉
‘복원된 반달가슴곰은 인간의 소유물인가?’
‘먼 곳으로 떠나던 오삼이는 왜 자꾸 붙잡혀 왔을까?’
‘반달가슴곰이 많아져서 인간에게 피해가 되면 어떡하지?’
‘우리는 야생동물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오삼이의 길을 따라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
반달가슴곰 오삼이는 ‘이상한 곰, 곰 세계의 ADHD’ 같은 인간중심 사회가 만든 별칭을 가졌었다. 인간이 정한 서식지인 지리산을 떠났다가 강제로 붙잡혀오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던 곰이었다. 2015년에 태어난 오삼이는 올해 6월 마을에 내려왔다는 신고로 붙잡혀야만 했고, 마취 과정에서 죽고 말았다.
글 지은이 윤주옥은 인간의 시선으로만 반달가슴곰을 제한하는 일을 그만두자고 말한다. 반달가슴곰 오삼이(KM-53)가 인간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자고 손을 내민다. 야생동물이 살 곳은 야생동물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며,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는 방식은 인간중심 사회가 아닌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이 현장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오삼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그림 지은이 결은 오삼이가 자기 습성대로 마음껏 자연을 돌아다니는 순간들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좋아하는 열매를 보고, 바람과 대화를 나누고, 인간이 놓은 덫을 피해 가는 여정을 반달가슴곰의 시선에서 표현해 ‘동물이 동물답게, 자연스럽게’ 사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기 위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앞에서는 편지글이 시작하고,
뒤에서는 그림책이 시작하여 서로 만나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표현한 책 꼴
앞에서 시작하는 편지글과 뒤에서 시작하는 그림책이 서로 만나는 구조로 돼 있다. 앞에서는 지리산 생명 활동가 윤주옥이 오삼이에게 보내는 편지가 시작하고, 뒤에서는 오삼이가 자유롭게 일상을 보내는 그림책이 시작해 결국 서로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상징하는 장치다.
이 책은 반달가슴곰 특징과 생애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어쩌다가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에 처했는지, 생태계에서 포식자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지, 숲을 관통하는 도로가 생기는 게 야생동물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기후변화로 지리산 생명들이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와 같은 반달가슴곰을 둘러싼 사회적 생태적 질문을 푸는 데도 도움이 될 책이다.
〈추천사〉
박병상(60+기후행동 함께이끔이) : 이제 오삼이는 다시 볼 수 없지만, 곰을 복원하려 노력해 온 우리는 남은 영혼의 자유로움을 배려할 수 있습니다. 황새와 따오기를 복원하며 먼발치에서 반갑게 맞는 마음으로 제2 오삼이, 제3 오삼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비인간동물이 볼 때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그들의 터전을 되살리며 애틋해질 수 있습니다. 오삼이가 떠나 텅 빈 마음을 추스른 윤주옥 선생은 우리에게 그 길을 다정하게 안내합니다. 윤주옥 선생, 그리고 우리 마음에 남은 오삼이도 고마워하겠지요.
최태규(곰보금자리프로젝트 이끔이) : 이 책은 반달곰친구들 윤주옥 선생님과 결 님의 글과 그림으로 오삼이를 기억하고 고민을 나누려는 시도입니다. 오삼이가 살아 있던 시간에 우리는 무엇을 더 해야 했을까요? 천천히 읽고 생각하며 앞으로 우리와 함께 살 곰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