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지극하다. 눈과 귀, 손과 발에 닿는 대상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온 정성 기울여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물상인들 기꺼워하지 않으리. 연꽃과 그의 관계를 한번 보라. 둘이는 얼마나 설레는지. “날이 흐리거나 맑거나/당신이 오신다면/피어 있”고 “날이 맑거나 흐리거나/그대가 피어 있는 한/나는”(「연서」) 간다. 대단한 교감 아닌가. 어디 이뿐일까. 그는 연을 통해, “볼품없이/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죄다 새들의 밥”(「밥」)이라는 만물 순환의 이치를 깨닫는가 하면, “저 꽃들 중에/고요의 연습 없이 핀 꽃”(「고요 연습」)은 하나도 없구나 하는 자각에까지 이른다. 가히 연과 내가 하나 된 ‘연아일여(蓮我一如)’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안준철은 연이 된 최초의 시인인 셈인데, 과연 그가 연에게만 머물게 될까. 그의 지극한 성정과 시적 바람기가 불러일으킬 이후의 행보가 무척 궁금하다. ― 정우영(시인)
오랜만에, 시를 읽는 마음이 가볍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목숨을 건다”(「목숨 건 꽃들」)는 시인 덕분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치열한 생로병사의 현장인데 희한한 것은 그 무거운 사람의 일들이 그를 통과하면서 문득 가벼워져버린다는 사실이다. 시인에게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오늘 나를 설레게 한 것은/오늘 만난 꽃이”(「오늘」)라고 노래한 지점일 것이다. 지금 그는 암과 싸우고 있으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누구보다 행복하다. “아픈 뒤에 더 고요해진/내 안이 그렇듯이”(「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세상도 그를 따라 고요해지는데 거기서 연꽃시가 탄생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렇게 “허공에 던진 남자의 말을” 시로 바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오늘 살다가 내일 죽어도/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어”(「연꽃과 리어카」)라고 말이다. 그것은 “부끄럽기도 하고/고요하기도”(「고요한 일」) 한 시인의 일상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다. ― 이봉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