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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 ISBN-13
    979-11-308-2085-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9-1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안준철
  • 번역
    -
  • 메인주제어
    시: 근현대 (1900년 이후)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시집 #연꽃시 #시: 근현대 (1900년 이후)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40 Page

책소개

연꽃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노래

 

안준철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가 〈푸른사상 시선 181〉로 출간되었다. ‘산책자’인 시인은 매일 연꽃과 만나면서 수많은 명상을 통해 새로움을 발견하고 사색의 깊이를 더했다. 연꽃잎의 생성, 절정, 소멸을 통해 우리는 우주적 운명과 생의 가치를 깨닫는다. 연꽃을 향한 시인의 사랑이 이 시집에서 은은한 향기로 울려 퍼진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첫 15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16
당신 17
환대 18
곁 19
연잎 쟁반 20
개화 22
결핍 23
오솔길에서 24
숨은 꽃 25
너를 피운 것이 여럿이듯 26
있다 28
연꽃과 리어카 29
너 30
운다 31
올 때 필 때 32
문득, 연꽃에게 미안했다 33
고요하면 34

제2부 

칠월의 신부 37
도둑과 장물 38
아름다운 협연 39
고요한 일 40
오늘 41
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42
가슴에 핀 꽃 44
연꽃과 손님 45
일 46
만개 47
십분 먼저 48
연꽃과 발코니 49
면목 50
꽃이 웃을 일 51
길 52
아침 연꽃 53
비유 54
쉼 55
변명 56
연꽃과 아내 57
제3부 

꽃신 61
절정 62
연서 63
목숨 건 꽃들 64
밥 66
법화경 68
다짐 69
탱탱 70
안부 71
어미 72
바람의 얼굴 73
철없는 사랑 74
너를 만나러 가는 일이 75
집 76
선물 77
후드득 78
꽃시 79
사흘은 없는 날 80
연기론 81
제4부 

어떤 교역 85
정 86
나의 천국은 87
먹고살아야 하니까 88
고요 연습 90
밥 91
할머니와 연꽃 92
팔월의 연꽃 93
고맙소 94
오늘은 꼭 좋은 하루가 되어야 한다 96
연잎과 잉어 98
연밥 99
연밥 할머니 100
연잎과 여인숙 101
꽃잎 102
적막 103
충분해요 104
작별 106

■작품 해설 : 애련(愛蓮), 연꽃과 사랑에 빠지다 - 권순긍 109

본문인용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덕진연못까지는

자전거로 십오 분 거리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연꽃은 눈 세수라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신호등에 한 번도 안 걸린 날은

연못 입구에서 조금 서성이다 간다

연밭을 둘러보니 어제 꽃봉오리 그대로다

아,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한 것을

 

 

 

 

목숨 건 꽃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연꽃 보러 간다

아침에 눈 뜰 이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고작 연꽃 보러 가는 것이

눈뜰 이유라니?

생을 무겁게 생각하는 이가

던질 만한 물음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오늘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비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연꽃밭에는

목숨 건 꽃들이 많다

 

 

 

 

 

참새 한 마리

연밭에서 해묵은 줄기에 매달려

아침 식사 중이다

 

그 장면을 딱 잡았다

헌데, 나도 목덜미를 잡힌 것처럼

침묵 속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아, 볼품없이

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

죄다 새들의 밥이었던 거네

 

그 꾀죄죄한 것들이

밥 멕이고 남은 흔적이었던 거네

 

아, 구순 장모님

축 늘어진 난닝구 속이었던 거네

서평

그는 참 지극하다. 눈과 귀, 손과 발에 닿는 대상들을 허투루 지나치지 않는다. 온 정성 기울여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물상인들 기꺼워하지 않으리. 연꽃과 그의 관계를 한번 보라. 둘이는 얼마나 설레는지. “날이 흐리거나 맑거나/당신이 오신다면/피어 있”고 “날이 맑거나 흐리거나/그대가 피어 있는 한/나는”(「연서」) 간다. 대단한 교감 아닌가. 어디 이뿐일까. 그는 연을 통해, “볼품없이/깨지고 상처 난 연밥들이/죄다 새들의 밥”(「밥」)이라는 만물 순환의 이치를 깨닫는가 하면, “저 꽃들 중에/고요의 연습 없이 핀 꽃”(「고요 연습」)은 하나도 없구나 하는 자각에까지 이른다. 가히 연과 내가 하나 된 ‘연아일여(蓮我一如)’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안준철은 연이 된 최초의 시인인 셈인데, 과연 그가 연에게만 머물게 될까. 그의 지극한 성정과 시적 바람기가 불러일으킬 이후의 행보가 무척 궁금하다.  ― 정우영(시인)

 

오랜만에, 시를 읽는 마음이 가볍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목숨을 건다”(「목숨 건 꽃들」)는 시인 덕분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치열한 생로병사의 현장인데 희한한 것은 그 무거운 사람의 일들이 그를 통과하면서 문득 가벼워져버린다는 사실이다. 시인에게 무슨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오늘 나를 설레게 한 것은/오늘 만난 꽃이”(「오늘」)라고 노래한 지점일 것이다. 지금 그는 암과 싸우고 있으나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누구보다 행복하다. “아픈 뒤에 더 고요해진/내 안이 그렇듯이”(「꽃은 피면서 향이 날까 지면서 향이 날까」) 세상도 그를 따라 고요해지는데 거기서 연꽃시가 탄생한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렇게 “허공에 던진 남자의 말을” 시로 바꿔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오늘 살다가 내일 죽어도/나는 아무런 후회가 없어”(「연꽃과 리어카」)라고 말이다. 그것은 “부끄럽기도 하고/고요하기도”(「고요한 일」) 한 시인의 일상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다.  ― 이봉환(시인)

 

저자소개

저자 : 안준철
1954년 전주 출생으로 전남 순천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했다. 1992년 제자들에게 써준 생일시를 모아 첫 시집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를 출간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다시, 졸고 있는 아이들에게』 『세상 조촐한 것들이』 『별에 쏘이다』 『생리대 사회학』 『나무에 기대다』, 산문집으로 『아들과 함께 하는 인생』 『그 후 아이들을 어떻게 되었을까』 『넌 아름다워, 누가 뭐라 말하든』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등이 있다. 교육문예창작회와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전주에서 산책가로 살고 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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