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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낙엽


  • ISBN-13
    979-11-308-2082-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푸른사상사 / 푸른사상사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8-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유경
  • 번역
    -
  • 메인주제어
    현대 대중소설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한국소설 #탈북문학 #통일문학 #현대 대중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280 Page

책소개

통일 이후의 남북 문화를 준비하는 탈북문학의 정수

 

탈북작가 김유경의 세 번째 소설집 『푸른 낙엽』이 <푸른사상 소설선 50>으로 출간되었다. 목숨을 건 사투 끝에 한국 사회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탈북민들의 고민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렸다. 목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진솔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어 공감과 이해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목차

평양 손님 13
자유인 45
정 선생, 쏘리 71
푸른 낙엽 99
장첸 씨 아내 133
그 나날들 161
사생아 185
밥 207
붉은 낙인 233

본문인용

“그 단장은 북한에서 상위층이었고, 누구보다 많은 것을 누렸다고 하던데요?”

“북한에서의 그 어떤 요란한 삶도 보람되거나 영예로울 수 없지요. 단지 고급 노예에 불과하니까요.”

“고급 노예라고요?”

처음 들어보는 표현에 나는 놀라서 반문하였다.

“북한에서 아무리 헌신적으로 일하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도 결국은 정의롭지 못한 일에 동참했을 뿐이지요.”

그의 대답은 여전히 명쾌하지 않았지만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자유인으로부터 그 이상의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사 그가 단장이 맞고 엄청난 능력이 있다 해도 본인이 싫다면 억지로 사회로 끌어낼 수 없었다. 세상의 일과 격조하고 싶고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살고 싶은 것은 그의 자유였다. (「자유인」, 68쪽)

 

“전 조선에서 예술체조를 전공한 체육대학 학생이었어요. 국제경기에 두 번 나갔어요. 그런데 고난의 행군으로 우리 집 생활이 어려워져 대학을 그만두게 되었고……. 부모님을 잃었어요. 중국에 가면 배불리 먹고 돈 벌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탈북했어요. 그런데 여자를 팔아먹는 거간꾼에게 잘못 걸려들었어요. 두만강을 건너 중국 브로커에게 인계돼 꼼짝 못 하고 갇혀 있었죠. 그리고 술집에 팔려갔어요. 일 년 새에 세 번이나 술집을 옮기며 팔려 다녔어요.”

술 마실 생각이 싹 없어지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처음 보는 북한 아가씨 이야기는 들을수록 공포를 자아냈다. 인신매매라는 말은 책에서나 보았지 당사자를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푸른 낙엽」, 112~113쪽)

 

 

“진미야, 걱정 마. 보위부 감시망에서 벗어났어. 여기는 안전해. 보위원하고 통화하던 전화기는 그 방에 버리고 왔어. 그래야 널 찾지 못하니까. 안심해.”

진미는 고개를 푹 수그리며 늙은이처럼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진미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며 눈물을 밀어냈다. 도르르 눈물이 굴러가는 흰 볼이 창백하게 반들거렸다.

“언니야, 난 그 집으로 돌아가야 해. 언니하고 같이.”

“그게 무슨 소리야? 거긴 보위원이 포위하고 있는 위험한 곳이야.”

“아니야. 보위원 동지는 언니를 구원하려고 왔어. 언니를 조국의 품으로 데려가려고 나와 함께 왔어. 남조선 괴뢰들로부터 언니를 구원하려고. 지금 애타게 나를 찾고 있을 거야. 어쩌면 나까지 조국을 배반한 줄로 오해할지 몰라. 어서 그 집으로 가야 해!” (「붉은 낙인」, 253쪽)

 

서평

『푸른 낙엽』의 단편은 모두 9편이다. 이 9편은 쉽게, ‘탈북시대’ 북한 실상을 다룬 것, 탈북해서 입국에 이르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다룬 것, 입국 이후 정착해서 생기는 일을 다룬 것 등의 내용으로 이해된다. 반디(『고발』)나 도명학(『잔혹한 선물』)이 북한 실상만을 다루고, 또는 김정애·이지명(『서기골 로반』)이 주로 탈북 과정만을 다룬 것 등에 비하면 『푸른 낙엽』의 체험 영역은 탈북을 가운데 두고 그 전후의 사정을 두루 거느리고 있는 셈이다.

아시다시피 ‘탈북’은 1990년대부터 공산권의 와해로 냉전 체제가 해체되는 글로벌 환경에서 체제 모순의 누적과 연이은 자연재해 등으로 배급 시스템이 붕괴된 북한에서 일어난 심각한 국가 이탈 현상이다. 그 누적 수가 적어도 몇십만이며, 한국에 입국한 수는 그 10% 아래라는 설이 유력하게 들린다. 『푸른 낙엽』은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탈북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실상(「평양 손님」 「사생아」)에서부터 탈북 후 입국해 정착해 있으면서(「자유인」 「밥」) 탈북 과정의 고통과 연루되는 정황(「정 선생, 쏘리」 「푸른 낙엽」 「장첸 씨 아내」 「붉은 낙인」 「그 나날들」)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적어도 ‘탈북민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성공한다. (중략)

지금까지 탈북민의 체험 세계라는 관점을 위주로 설명했지만 『푸른 낙엽』은 미학적 관점에서도 여러 가지 얘깃거리를 낳을 수 있는 소설집이다. 가령 ‘소설은 인간의 이야기이며 그것이 던진 질문을 형상화하는 것’이라는 명제와 관련해 『푸른 낙엽』이 창출한 캐릭터를 주목할 수 있다. 탈북민 소설에서 탈북의 실제 경험을 수행하는 인물을 설정하는 일은 실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정 선생, 쏘리」의 ‘정’, 「푸른 낙엽」의 ‘미선’, 「밥」의 ‘순녀’ 같은 인물이 탈북 시대의 탈북민의 전형을 보여준다면 그로부터 보다 창조적 전형의 자리에 「사생아」의 ‘경수’, 「붉은 낙인」의 ‘진미’ 같은 미성숙한 인물이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평양 손님」에서 체제에 비순응으로 맞서는 허수혁, 「자유인」에서 엘리트 탈북민의 지위를 버리고 무위도식하는 삶을 지향하는 ‘자유인’ 등 전에 없이 질문거리를 안기는 문제적 캐릭터들이 탈북민 문학을 한국문학사에 내적 지위로 자리매김하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 박덕규(소설가,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김유경
북한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북한에 남은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 때문에 실명과 과거 행적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지만, 작가로서의 의무를 포기할 수 없어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장편소설로 『청춘 연가』 『인간 모독소』가 있다. 『인간 모독소』는 Le camp de l’humiliation이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 번역 출판되었다.
푸른사상은 2000년 출판사를 연 이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좋은 책을 만들기에 노력하며 1,000여 종의 책을 출간해왔다. 경제적 이익보다는 인문학의 발전을 꾀하는 책,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창의성 있는 기획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이 시기에 인문학 전문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오히려 인문학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욱 양질의 도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출판영역의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해마다 문학의 현주소를 모색하는 <올해의 문제소설> <오늘의 좋은 시>를 비롯한 현대소설과 현대시, 잊혀져가고 있는 고전문학의 복원, 한류의 열풍과 함께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어학과 언어학, 한국의 역사,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과 중국의 문학과 문화, 그리고 근대기의 영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양사, 서양문학, 서양문화 등 인문학 연구서뿐만 아니라, 종교, 철학, 문화, 여성학, 사회학, 콘텐츠 등 푸른사상의 영역은 갈수록 확장,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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