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6. ‘발도르프를 만나다’ 중에서
시골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집에는 제대로 된 컴퓨터 한 대도 없었고 인터넷 연결망이 발달하기 전 스무 살을 맞이했기에 정보력이 어두웠다. 세련된 문화 예술의 경험도, 박식한 지식으로 이끌어줄 멘토도 없었다. 하지만 우물에 산다고 한탄하고만 있지 않았다. 우물의 고즈넉한 정취에 감사하며 이른 아침부터 이 논 저 논 열심히 뛰어다녔다. 눈앞에 조그마한 궁금증이 보이면 다가가서 호기심을 풀었다. 차근차근 삶의 폭을 넓혀가며 내 결에 맞는 것들을 곁에 두었다.
남과 비교해서 무엇하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진 개구리는 초보 선생님이 되었다.
p108. ‘제로 웨이스트와 상상력’ 중에서
옛이야기를 보면 부잣집 도련님을 첩첩산중 절로 보내 헌 옷 입혀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지으며 글공부를 하도록 한 다음 집으로 다시 돌아와 시련 하나쯤 통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소재가 꽤 있다. 귀한 아이일수록 물질에 둘러싸이게 하기보다 두루두루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인성을 갖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었으리라. 소중한 내 아이 둘을 머나먼 절로 보내는 것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물건 물려 쓰기’는 제로 웨이스트와 상상력 모두 챙기는 우리 집만의 전략이다.
p130. ‘자연에서 자라는 아이들’ 중에서
지금 사는 곳이 꼭 시골이 아니어도 좋다. 대도시 가보니 좋은 공원도 많고 산도 참 좋더라. 거창한 장소 아니더라도 내 집 근처 작은 자연을 찾아보자. 아이들은 유명한 관광지에 가도 개미 관찰하며 종일 논다. 뒷산이나 동네 공원, 매일 거기만 가도 좋다. 오히려 하루의 변화와 계절의 리듬을 느끼기엔 쉽게 갈 수 있는 자그마한 장소가 낫다.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강이 흐르는 자연 속에 노는 마음은 아마도 ‘평화’에 더 닿아있을 것이다.
p187. ‘내 아이를 위한 엄마표 발도르프 한글 놀이’ 중에서
모든 글자를 빠짐없이 익히며 지식으로 습득하기보다 글자는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감각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아이의 첫 한글을 아름답게 펼쳐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엄마표 한글 놀이를 한바탕 펼친 다음, 아이는 학교에 들어갔다. 자음 몇 자와 모음을 조금 구별하는 까막눈으로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1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짧은 시 한 편 술술 적을 정도로 한글을 잘 사용한다. 역시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p237. ‘어쨌든 가정, 우리 가족의 오롯한 문화 챙기기’ 중에서
우리 가족만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은 엄마 닮아 친구를 무척 좋아하지만 쉼이 있는 우리만의 시간도 좋아한다. 정서 통장에 좋은 추억들을 차곡차곡 저축하고 있다. 오늘 하루 아이와 얼마나 안았는지, 칭찬과 공감과 놀이를 잘 챙겼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사랑한다는 말도 자주 한다. 가끔 혼나고 삐지고 화내는 지출이 있더라도 평소 쌓아둔 저축액이 많다면 절대 파산하지 않는 마음 부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사춘기를 대비한 자산이기도 하다. 가족과 오롯한 시간으로 성공하는 인생 투자를 꼭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