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강이라의 소설집 「웰컴, 문래」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 실렸다. 코로나펜더믹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을 법도 하지만 그녀는 이를 소설화하지 않았다. 여기에 소설에 관한 강이라의 염결성이 드러난다. 강이라는 코로나 펜더믹을 소설로 전면화하지 않는다. 현상을 겉이 아닌 그 내부로 침투해 들어가는 강이라의 소설이라면 코로나 펜더믹은 피하고 싶은 선택지였을 것이다.
강이라의 소설집 「웰컴, 문래」 속 연인, 친구, 가족의 스펙트럼은 이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단일하지는 않다. 공통항으로 범주화하였으나, 멀리서 보면 군락을 이루지만 가까이서 보면 저마다 모양과 크기와 색이 다르듯, 개별 작품으로서의 독특성을 지닌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연인으로서 이뤄지는 관계의 스펙트럼에 대해 강이라는 말한다. 사랑이 통념을 가로질러 어디까지 확장되고 깊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하면서 강이라는 지극한 이별이 또 다른 사랑일 수 있다고.
한편 강이라가 말하는 연인의 스펙트럼과 친구의 스펙트럼은 겹치는 부분이 있다. 강이라의 작품 속에서 연인과 친구 사이를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나름의 기준을 세워볼 수는 있다. 연인의 스펙트럼에는 사랑의 속성이 보다 뚜렷하게 감지되고, 친구의 스펙트럼에는 우정의 속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강이라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겠지만, 우정의 스펙트럼은 사랑보다는 분명 우정 쪽에 방점이 찍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강이라 소설속 서사는 가족을 주제화한다. 가족은 우리가 속하는 최초이자 최소 사회 단위이기에 그러하다. ‘나’는 혼자서 태어날 수 없고, 태어나자마자 가족의 영향력 아래 놓인다. 물론 혈연으로만 가족이 구성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핏줄로 이어진 가족만이 이른바 정상 가족이라는 풍조가 있었고, 지금도 그러한 풍조가 사라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인 가구 서사와 퀴어 서사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목하 서사는 공동체 담론이 가족 담론을 대체하거나 흡수하는 추세로 점차 전환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혈연에 기초한 가족에 대한 논의는 중대한 사안이다. 가족 시스템이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하는 까닭이다. 강이라도 이번 소설집에서 가족의 스펙트럼에 주목한다. 앞서 연인과 친구의 스펙트럼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이 소설들 역시 가족의 스펙트럼을 배면에 깔고 있다. 강이라 소설 속 인물들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겠지만, 그렇게 강이라는 가족이면서 타인인 존재를 끝내 자기화하는 이해의 지난함을 예증한다. 이것이 강이라가 펼쳐내는 가족의 스펙트럼에 내포된 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