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물론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짓지 못하게 막는 일도 중요해. 그렇지만 내가 누리는 풍요로움을 포기하지 못한 채 정부 정책이 바뀌기만을, 과학 기술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해 주기만을, 대체에너지가 우리를 구원해 주기만을 바라는 일은 결코 개인 철학과 삶을 바꾸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가 아니야. 자연을 지배하고 다 써 없애 버리는 길에서 벗어나 망가진 자연이 다시 스스로 그러할 수 있게 돕는 길로, 그러니까 지속 가능한 자급과 살림 길로 돌아가자. 친구들아.
청라 편지 > 마트에서 산 쑥으로 끓인 쑥국하고 반나절 내내 산에 올라 가시덤불에 손 긁혀 가며 뜯어 온 쑥으로 끓인 쑥국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맛이나 향은 물론이고, 느낌도 다를 수밖에 없죠.
청라 편지 >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저도 세상 어딘가에 더 맛있는 게 있을 것 같고, 그걸 먹어야 행복이 찾아올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되니까 그때 비로소 제 잠재능력들이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밥, 떡, 빵, 죽, 김치… 제가 먹고 싶은 걸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들이요.
보파 편지 > 세계의 생태마을들을 여행하고 온 친구들이 모여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에 관한 생각과 고민을 나누며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지키고 싶은 혹은 변화하고 싶은 지점들을 나누며 서로를 응원하고 축복하는 만남을 가져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조화를 이루는 일을 연습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들은 같이 배움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보파 편지 >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생존의 권리이자 저항의 모습이겠지요. 이렇게 우리가 행하는 선택과 서로 관계를 맺어 가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습관들이 내가 다음 세대에 남겨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고 생각되어 힘을 내어 봅니다.
성현 편지 > 우리는 이 신종 바이러스의 대유행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 자연농 농부인 나는 자연농의 눈으로 그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 잘 아시다시피 세상 사람들은 모두 벌레와 싸운다. 해충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연농에서는 해충이 없다.
성현 편지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기 속의 탄소를 줄여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탄소가 나온 곳, 곧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것이 최선인데, 그 일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나무와 풀입니다. 식물입니다. 다 잘 아시듯이, 식물은 광합성을 합니다. 그것이 식물이 밥을 먹는 방식입니다.
미수 편지 > 더 나아가 땅이 살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작물도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텃밭 농사, 아니면 베란다 화분 텃밭이라도 지어 우리 스스로 조금이라도 필요한 먹을거리를 직접 길러 먹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나가 쓰레기 없는 생태 순환의 삶을 사는 것이 지금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수 편지 > 독일에 살면서 저는 급변하는 기후에 대처해 소소하지만 지속 가능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 삶을 날마다 좀 더 생태적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생태적인 삶’의 중심에 바로 지속 가능한 살림살이를 가능하게 하는 생태부엌이 있습니다.
기영 편지 > 군포에는 귀농운동본부라는 시민단체가 있어서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어. 어느 해 봄 누군가가 “우리가 입는 옷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럼 목화를 심어서 솜으로 조끼를 만들어 보자고 일곱 명이 모여서 ‘목화두레’를 만들었어.
기영 편지 > 패스트패션에 대해 알수록 심각한 게 너무 많지? 그래서 너희는 몸살을 앓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오늘부터 옷은 한 벌도 안 사겠다고 선언할 거야? 네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해. 두세 해 전만 해도 인터넷에서 슬로패션에 대해 검색하면 기사가 많지 않았어.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긍정적 변화가 더 빨리 더 많이 일어나고 있었어.
하연 편지 > 늘 도시보다는 농촌이 대안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꾸러미를 받아서도 하루하루 야근에 지쳐 썩은 음식 재료를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버리는 일이 일상이었다. 우리는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하연 편지 > 그날도 내 가계부에는 0이라고 쓰겠지만, 도시에서의 숫자와 이곳의 숫자는 어쩌면 다른 게 아닐까. 물건을 팔아서 내 지갑을 부풀리고 가는 것보다 서로의 가방을 부풀리고 가는 마음이, 혹시나 누구는 너무 적게 팔면 어쩌나 걱정하며 기웃거리는 마음들이 얼마나 푸근한 것인가.
창영 편지 > 자연농을 통한 생각의 변화를 길게 이야기한 까닭은 이를 통해 기존에 나를 힘들게 했던 여러 가지 생각들, 가령 삶에 대한 불안감, 비교를 통한 우월감, 상대를 항상 의식하게 하는 경쟁, 나도 열심히 해서 성공해야만 할 것 같은 강자동일시, 비교를 통한 억울함을 극복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창영 편지 > 그래야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는 선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각자가 억울한 감정이 생기지 않을 정도만 공동체에 이바지하고, 도움 주는 방법과 정도가 다를 수 있음을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 도움 자체만으로 만족하고,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슬 편지 >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은 다르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지구와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에요. 지속 가능한 삶, 지속 가능한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제자리를 찾는 일이 아닐까 해요. 그 지속 가능성의 다른 말로 저는 ‘다양성’을 생각해요.
이슬 편지 > 그래서 농부로서 저는 자연의 생김새를 닮은 농사를 지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배추! 하고 한가지 배추만 줄지어 심기보다는 무릉배추, 개성배추 같은 재래종 배추부터 황금배추 같은 개량종 배추도 심고 배추 사이사이 조선파, 대파, 대가리파와 백일홍처럼 배추와 함께 자라면 서로 도움을 주는 친구들을 섞어 심어요.
쪼 편지 > 그분의 일상은 무엇이었을까요? 한 해에 한두 번 정도는 친구들 혹은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는 것, 좋은 차를 사서 주말에는 교외로 나들이 가는 것, 친구들과 맛집 기행을 떠나는 것,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찾는 문화생활을 하는 것, 소비하고 소비해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채우려는 것… 그렇게 의문을 품다 질문을 바꿔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의 일상이란 무엇일까요? 지구의 일상은 무엇이었을까요?
쪼 편지 > 우정을 나눌 사람과 지키고 싶은 터전, 고향을 갖는 것 그리고 그곳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기후위기를 막을 해법일 거예요. 제가 농사를 짓는 까닭이기도 하지요. 그 작지만 소중한 한걸음에 함께 하실 분 어디 없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