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를 행복으로 초대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 복음
OECD 36개국 중 한국의 경제지수는 열 손가락 안에 들지만 행복지수는 겨우 24위에 머문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대다수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 그래서 병들고 아픈 사회, 그것이 우리의 서글픈 현주소다. 지난 산업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코 성장, 성공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수직적인 성공의 아우라에 홀리기보다 행복으로 뻗은 수평의 길을 갈구한다. 그 길에 영성적 해답을 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원교구 퇴촌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대우 모세 신부도 ‘행복’이라는 화두를 들었다. 로마 교황청립 안절리쿰 대학교에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행복론을 연구한 그에 따르면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여긴 이들은 그 뿌리가 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부터 시작해 에피쿠로스주의자, 스토아학파를 거쳐 중세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이르기까지, 행복은 덕과 선을 기초로 하여 궁극에 이르는 우리 삶의 열매다. 그런데 그 열매가 의외로 우리 가까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모세 신부의 핵심 전언이다.
“행복은 책 속에 잠자고 있지 않고 일상의 삶 속에서 그 얼굴을 보여주며 미소 짓습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소소한 행복이 여기저기 숨어 있습니다. 행복 찾기는 그래서 꼭 보물찾기와 같습니다. 행복은 오랜 친구와 마시는 차 한 잔에도 담겨 있고, 어린이가 보낸 성탄 카드에도 적혀 있으며, 시골 할머니가 준 고구마에서도 맛볼 수 있습니다. 행복은 화해하기 위해 건넨 손의 온기로 전해지고, 힘든 내 사정을 안쓰럽게 보는 친구의 온유한 눈동자 속에도 보이고 아픈 이를 병문안 가는 발걸음에도 새겨져 있습니다.” (9쪽)
《나는 오늘도 행복이라는 지름길을 걷는다》는 복음적 시각에 입각한 ‘행복’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 책은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라도 행복 바이러스에 자연스레 감염될 수 있도록 일상 안에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준다. 수원교구 제3대 교구장을 지낸 최덕기 바오로 주교는 이 책을 ‘우리를 행복으로 초대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 복음’으로 추천하면서 진솔한 행복 체험에 동참하자고 제안한다.
2.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행복의 조건
이 책은 한 젊은 사제가 일상에서 찾아낸 행복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 외에도 저자가 직접 찍은 국내외 사진 속 풍경과 사물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풍경과 사물이 건네는 대화 속에서 행복은 역동적인 실재로 드러난다. 보려 하고 들으려 하고 만지려 하는 사람에게만 다가오는 비밀처럼, 행복은 그렇게 은밀히 그러나 바로 옆에서 우리의 자각과 각성을 기다리고 있다. 행복의 조건, 행복의 비밀은 이렇듯 간단한데,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우선 우리가 어린아이였을 때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엔 상처 입은 나를 스스로 안아주라고 권한다. 그렇게 아픈 나를 일으켜 세운 뒤 내 옆의 사람들과 사슴처럼 기대며 살자고 제안한다. 그때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사랑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가톨릭이 지향하는 공동체의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거기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참된 행복이 솟아나는 샘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은 모두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입니다. 참된 행복은 순수한 마음을 되찾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예수님 말씀이 산들바람처럼 마음 위로 사뿐사뿐 지나갑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루가 복음, 18장 16절).”(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