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올해의 문제소설』을 발간하며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또 함께 읽는 일은 문학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매해 국내에서 발표된 단편소설 중 ‘문제적’인 작품을 선정해온 『올해의 문제소설』을 2022년에도 발간하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고 현실이 달라진 만큼 문학의 모습도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그 변화들은 대체로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어서 문학의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게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가치에 대해 믿음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여러 매체와 콘텐츠들이 이야기로서의 소설을 위협하고 있지만 ‘언어’라는 가장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도구를 통해 무궁한 세계를 각자 다르게 그려낼 수 있는 소설의 매력은 분명하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2021년 한 해 동안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검토해왔다. 서울대 국문과 ‘현장문학 읽기’ 세미나 팀이 약 400여편에 이르는 소설들을 그때그때 따라 읽으며 정리한 결과를 토대로 복수의 한국현대소설학회 심사를 거쳐 대상작을 선정하였다.
● 김멜라, 「저녁놀」, 『문학과사회』, 2021년 가을호
● 김병운, 「11시부터 1시까지의 대구」, 『작가들』, 2021년 여름호
● 박서련, 「그 소설」, 『문학동네』, 2021년 여름호
● 박솔뫼,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문학과사회』, 2021년 여름호
● 서이제, 「두개골의 안과 밖」, 『자음과모음』, 2021년 여름호
● 위수정, 「풍경과 사랑」, 『자음과모음』, 2021년 봄호
● 이서수, 「미조의 시대」, 『악스트』, 2021년 3/4월호
● 이선진, 「부나, 나」, 『자음과모음』, 2021년 여름호
● 이주란, 「위해」, 『문장웹진』, 2021년 6월호
● 이주혜,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자음과모음』, 2021년 겨울호
● 최은영, 「답신」, 『현대문학』, 2021년 6월호
● 한정현, 「쿄코와 쿄지」, 『문학과사회』, 2021년 봄호
2021년은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쓴 해로 기억될 것이고 한국 문학의 현장에서 발표되는 소설들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다.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문학은 상대적으로 그 창작과 발표 등 활동에 있어 제약이 덜했지만 현실을 반영하면서 시공간에서 움직이는 인물을 그려내야 했을 때 작가들의 고민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팬데믹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 문제점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적·계급적 양극화는 심각해졌고 차별과 혐오는 노골적으로 거세졌다.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 분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삶을 견디는 사람들을 그려내고 있다. 결코 낙관적이라고만은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지금 한국의 작가들이 재현하는 풍경들이 아주 작은 희망의 씨앗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지독하고도 참혹한 세계에서 독자들이 미약하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이 책의 역할이 충분할 듯하다.
『올해의 문제소설』은 ‘문학상’이 아니기 때문에 추천작의 숫자도 정해져 있지 않고 굳이 한 작품을 ‘대상’으로 뽑지도 않는다. 모쪼록 많은 독자들이 한국 소설의 현장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2년 2월
한국현대소설학회 『2022 올해의 문제소설』 기획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