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0“아부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 더보기
P. 56“요놈!”
……이렇게 아홉 장을 모조리 물에 띄워버렸다. 물살을 타고 아홉 장의 육군본부가 일렬종대로 동실동실 떠내려간다. 참 희한하다. 판수는 그만,
“왓핫핫하…….”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통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오십여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 왔지만, 이런 통쾌한 맛은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판수... 더보기
P. 159“손 들어!”
고함을 질렀다. 손 노인은 두 팔을 벌렁 옆으로 벌리듯 들어올렸다. 그러자 적삼이 약간 위로 쳐들리며 주먹만 한 배꼽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총을 든 두 사람의 긴장된 표정이 손 노인의 그 배꼽을 보자 약간 풀리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은 눈언저리에 분명 웃음기 같은 것을 띠기까지 했다. 손 노인은 두 팔을 ... 더보기
P. 200계집아이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물론 연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던 연이는 별안간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만 앞으로 풀썩 꺾어져 버렸다. 뜻밖의 일에 실내의 모든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교실 안은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유 선생과 교장, 교감은 정신없이 연이에게로 달려들었고, 서양 사람들은 왓즈 해픈, 왓즈 메라…… 하고 노란 눈, 파란 눈들을 대고 굴렁거렸다. 그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카메라를 얼굴로 가져가는 고약한 친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