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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

설조스님, 41일간의 단식 이야기


  • ISBN-13
    979-11-950847-1-5 (03070)
  • 출판사 / 임프린트
    지유서사 / 지유서사
  • 정가
    13,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18-09-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고원영
  • 번역
    -
  • 메인주제어
    철학, 종교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불교개혁 #설조스님 #단식 #그대가아프니밥을굶는다 #설조스님단식 #설정스님 #총무원장 #자승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5 * 185 mm, 244 Page

책소개

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 (책소개)

 

 

 

밥을 굶으면서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는 스님을 보았다. 먹고사는 일이라면 어떤 모욕이라도 감내하는 시대에 개혁, 희망, 부처를 내세워 노승은 기꺼이 가진 자들 앞에 목숨을 내놓았다. 설조스님, 그가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단식이었다. 죽음과 밥이 대립하는 조계사에서 작가는 설조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글을 썼다. 

 

 

- 우리나라 사찰 90%가 조계종이고 , 전체 불교신자의 80%인 조계종이 왜 이러나?  


 

17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불교가 MBC PD수첩에서 ‘큰스님께 묻습니다’를 방영한 이후 크게 흔들렸다. 우리나라 전체 사찰의 90%를 차지하고, 전체 신도수의 80%를 거느린 조계종 스님들이 TV화면에 비쳤다. 모두 조계종 최상위 직급인 총무원장이거나 교구본사 주지였다. 그들은 즉각 사실을 부인했지만, 그를 입증하는 자료는 부족해 보인다.

 

PD수첩이 보도하기 전에 이미 스님과 고소, 고발인 사이에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도 있었고, 재판부에서 반박자료 부족으로 고소인인 스님들이 제출한 명예회손죄를 기각한 경우도 있었다.

 

1, 반성 : 2018년의 여름은 유례없이 뜨거웠다. 정확히 111년 만의 무더위를 비닐 천막 한 장과 물과 소금만으로 버틴 설조스님도 그렇거니와, 그 죽음도 불사한 단식을 비웃어 넘기는 조계종의 기득권층 세력이 ‘국민 이기는 정부 없는’, 이 촛불민주화 시대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날씨 못지않은 뜨거움이었다. 

설조스님은 단식기간 대중 앞에서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란 말로 잘못을 빌었다. 작가는 한국불교 현대사와 함께해온 대중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스님의 사과, 바로 이 ‘죄송합니다’란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994년 개혁 당시 재가자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후에는 더할 나위도 없다. 조계종은,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불교를 유린한 사태를 법난이라 부르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하지만, 스님들 내부에서 물고 물리면서 접전이 벌어지는 최근 사태는 승난(僧難)에 가깝다. 

우리나라 불교 역사는 1,700년에 이른다. 까마득한 날까지는 모르겠으되, 적어도 불교 현대사로 지칭되는 시기에 스님들이 저지른 온갖 잘못을 종단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때 비로소 불교 개혁의 새날이 열리라고 작가는 믿는다.

 

2, 희망 :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이를 청산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끈질긴 노력과 전방위적인 개조가 필요하다. 설조스님은 단식장에서 기득권 세력의 벽이 두껍다고 우려하는 사람에게 말했다. 악이 계속 승리할 거 같아도 선한 마음을 이길 순 없어요. 불자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일이 ‘성사되고 안 되고’에 관계없이 옳은 주장을 하고, 옳은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정진해야 합니다. 분노하라. 나치에 저항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을 펼친 노익장 스테판 에쎌에게는 어떤 정치셈법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용기와 희망만을 전 세계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전했다. 설조스님 또한 모든 기도에는 희망이 있다면서, 희망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외쳤다. 설조스님은 불교 개혁이 정말로 어렵다고 생각했을 때 홀연히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그가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준 건 아니지만 그를 통해 희망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3, 자비 : 종교 인구가 줄고 있다. 돈이 있어야 교회든 절이든 갈 수 있다고 한탄하는 신자도 있다. 무종교라서 종교인처럼 불행하지 않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유마힐은 ‘중생이 병들어 아프니 나도 아프다’란 유명한 말을 남긴 인물이다. 유마힐이 남긴 말의 수레바퀴는 2500년을 굴러 우리 앞에 이르렀다. 유마힐이 병이 든 것은 중생과 아픔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생이 행복하면 유마힐도 따라서 행복할까. 작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생이 행복할 때도 유마힐은 늘 아프다. 중생이란 원래 아픈 사람들이기에 유마힐의 아픔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병이다. 단언컨대 유마힐의 본질은 아픔이다. 조계종의 높은 자리에서 돈 걱정 없이 부유하고 풍요롭게 사는 스님들은 유마힐의 아픔을 알아야 한다. 당신들의 돈과 권력은 중생의 가난과 희생 위에 지은 누각이기에. 

설조스님은 올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천막 하나로 버텨냈다. 작가가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진 않았냐고 물었더니 설조스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침에 눈 뜨면 바로 저녁이더라고요. 나는 한 30일 살면 내 목숨이 끊어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갈 수 없었어요.”

그는 죽기를 마다하고 단식했던 것이다. 그렇게 극한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는 단식장을 찾아오는 사람 누구나 만났으며, 단식장 주변 우정국 공원에서 소주병과 빵 봉자와 더불어 굴러다니는 노숙자들을 관대히 여겼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극심한 아픔은 굶주림과 같다. 설조스님은 그들과 아픔을 함께하고 싶었으나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저 무도한 조계종 기득권 세력을 설득할 법력이 없어 몸이라도 바쳐 항거하려고 단식했듯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설조스님은 밥을 굶었을지 모른다.

 

스님들은 학력위조, 은처자, 성폭행, 시줏돈이나 국고보조금 횡령, 사유재산 과다 보유 등 광범위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총무원장으로 재직하다가 지난 8월 21일 사퇴한 설정스님은 조계종 자체 조사로도 ‘서울대 졸업 위조 의혹은 그 허물을 참회했지만,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면서 사실상 학력을 위조한 것을 인정했다. 은처 문제에 대해선, ‘친딸로 의심되는 전모 씨에게 수년 동안 금전을 전달한 사실에 대한 설정 원장의 해명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계종 조사기구는 최종 입장을 표명했다. ‘유전자검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규명함이 마땅하다.

 

설정스님은 결국 탄핵을 당하고 수덕사로 되돌아갔다.

 

 

 

- 설조 스님, 41일간 단식하다

 

설정스님이 탄핵한 단초는 MBC PD수첩이 제공했지만, 그 후 등장한 설조스님의 단식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개혁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선언한 그는 88세의 나이에 41일간이나 단식했다. 그를 지지하러 조계사 앞에 모인 사람들은 진정한 개혁의 영웅으로 그를 추앙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다.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은 불교신자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파장을 일으켰다. 설조스님을 곁에서 지켜본 내과전문의 이보라 씨는 적지 않은 단식자를 경험했지만 설조스님처럼 단단한 각오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런 스님을 이보라 씨는 사실상 연명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얘기했다. 설조스님은 변호사를 불러 사후 문제를 논의했다고 대중들 앞에서 유언처럼 밝혀 긴장감을 더하기도 했다.

 

설조스님, 그가 41일의 단식을 통해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의 단식이 유독 파장이 컸던 건, 1994년 불교개혁의 실체를 밝힐, 살아있는 그 당시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원죄를 지었다’고 표현했다. 지금 불교계가 짓고 있는 죄의 근원을 개혁 당시 재정 투명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고, 그 이야기를 사부대중에게 숨김없이 알렸다. 설조스님처럼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사회에서는 양심이라 부른다. 설조는 돈과 권력과 집단 이기주의에 얽혀 있는 똥 덩어리 같은 불교계를 지팡이로 쑤셔 ‘있는 그대로’를 보게 했다.

 

7월 30일, 41일간 목숨을 건 설조스님의 단식은 기력의 한계와 사부대중의 눈물 어린 호소로 끝이 났다. 설조스님은 단식장을 떠나기 전 메시지를 남겼다. 선량한 다수 스님이 일어나 종단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단식을 하면서 재가자들에게 교단을 바로 세우자고 외쳤던 것이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청정 승가를 이루도록 노력해 주십시오.

 

 


 

목차

차례

 

작가의 말 4

부처가 오셨네! 13

당신이 소임자야? 20

설조스님의 단식선언 23

1994년 조계종단 개혁 28

국민에게 드리는 편지 35 

단식이란 무엇인가 39

소금 한 포대 45 

세상이 불교를 걱정하다 51

빗줄기를 눈물로 바꿔버린 우중 법문 58

침묵은 언제 깨질까 62

죽음 너머를 바라보다 65

촛불집회하면 빨갱이? 70

불이(不二) 75 

불자로 사는 아픔 79

나쁜 관습 84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86 

시위 군중이 흩어진 자리 90 

문재인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 95

마지막 잎새 99

종단에 원로는 설조스님 뿐 112

청정이란 무엇인가 116

누가 큰스님일까 120

수좌회에서 왔다 123 

장님이 장님을 인도하다 134 

지금은 틀리고 그때는 맞다 139

저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호흡합니다 142

올 것은 온다 148

불교와 외부 152 

적폐청산 시민연대의 관계자의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 160

그래 여름은 지독히도 뜨거웠네 163

김씨와 전씨 사이에서 낳은 전씨 171 

이에는 이, 눈에는 눈 174 

비구니들도 나섰다 178

막장이에요, 막장……. 181

위험한 가계도 187 

촛불이 점점 커지고 있다 192 

원로스님이 있기는 있나 보다 196

마지막 단식법문 202 

단식이 끝나다 207

거대한 회전문 213 

설조스님과의 대담 219

2018년 전국승려대회 235

모두가 아프기에 나도 아프다 241

본문인용

책 속으로

◆ 오계에서 금하는 술은 물론 조계종의 종법인 ‘독신비구’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꽤 많은 승려에게 숨은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조계종의 최상위 소임자인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이 모두 과거 여자를 거느렸거나 현재에도 거느리고 있다는 의혹에 싸여 있다. 경악할 노릇은 여자와의 육체관계가 타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간을 통해 맺어졌다는 소문이다. 이른바 큰스님이라 부르는 스님들의 이런 행태는 그들이 왜 출가하여 수행자를 자처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부처가 오셨네)

 

◆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사람들 대부분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말기 암으로 몸이 메말라가면서도 죽음을 준비하지 못해 마지막까지 허둥댄다. 법정스님은 죽음 쪽에서 보면 삶이란 조금씩 죽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죽음을 충분히 예습한 수행자다운 얘기다. 단식을 해본 사람도 삶의 의미를 충분히 복습해서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단식이란 무엇일까)

 

◆ 김용배 씨는 그런 스님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밥을 굶어 기력이 쇠잔한 단식자로서 그 순간 남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밖에 달리 방편이 없었겠지만, 남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으로도 말하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설조스님이 할머니에게 내린 법담은 별 게 아니었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기도 열심히 하시라. 그 기도에 간절함을 담으시면 부처님께서 응답하실 것이다. 할머니 얼굴이 그제야 활짝 펴졌다. 김용배 씨가 느낀 감동도 적지 않아 할머니가 물러나면서 스님에게 절할 때 하마터면 본인도 함께 절을 할 뻔했다.

(죽음 너머를 바라보다)

 

◆ 설조스님의 단식을 곁에서 살피는 이는 이보라 씨다. 내과의인 이씨는, 설조스님이 의학적 처치를 하지 말라고 당부해 곁에서 지켜볼 뿐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젊은 그녀는 매우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인다. 

“인간은 먹고살려고 무슨 짓이든 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인간다움, 정의, 더 높은 이상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는 존재지요.”

이보라 씨는, 그 두 부류가 지금 조계사에서 대립하고 있다고 했다.

(불자로 사는 아픔)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설조는 몇 차례나 당신의 원죄를 빌었다. 94년 개혁종단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이었던 당신의 잘못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개혁회의는 사부대중 가운데 비구니와 재가자를 배제했다. 오직 비구만이 개혁회의를 주도하자 재가자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의현 전 총무원장의 부패를 척결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재가자가 배제되면서 설조스님이 주장한 재정 투명화는 더욱 멀어져갔다. 반면, 개혁회의의 원칙 없는 인선은 개혁을 왜 하는지 본질이 의심스러웠다. 화합 차원이라는 허울로 일부 비개혁적 세력을 끌어들였는데, 그들은 종헌·종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자기 안위를 위해서만 투표권을 행사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중생이 아파하자 밥을 굶기로 작정한 스님이 있습니다. 단식 25일째. 스님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창밖의 넝쿨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 화가가 되어 담벼락에 나뭇잎을 그려 넣어야 합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 우리들의 마지막 잎새가 설조스님을 살려낼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마지막 잎새) 

 

◆ “저는 내생에도 이 한국 땅에 태어나 그때에도 조계종단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교단을 바로 세우려고 노력할 겁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숙연해졌다. 

(저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호흡합니다)

 

◆ 특정 매체에서 보도한 친자 의혹을 조사했지만, 친모의 진술영상과 친모가 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밝힌 진술, 친모의 기자회견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전씨가 총무원장 스님의 친자라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원행스님은 최종 입장을 표명했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유전자검사’를 통해 명명백백하게 의혹을 규명함이 마땅하다.

(원로스님이 있긴 있나 보다) 

 

◆ 설조가 41일의 단식을 통해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의 단식이 유독 파장이 컸던 건, 1994년 불교개혁의 실체를 밝힐, 살아있는 그 당시 최고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원죄를 지었다’고 표현했다. 지금 불교계가 짓고 있는 죄의 근원을 개혁 당시 재정 투명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고, 그 이야기를 사부대중에게 숨김없이 알렸다. 설조스님처럼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사회에서는 양심이라 부르고, 불교에서는 정견이라고 부른다. 설조는 돈과 권력과 집단 이기주의에 얽혀 있는 똥 덩어리 같은 불교계를 지팡이로 쑤셔 ‘있는 그대로’를 보게 했다.

(단식이 끝나다)

 

◆ 설조스님은 끊임없이 ‘죄송합니다’란 말로 잘못을 빌었다. 나는 한국불교 현대사와 함께해온 대중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스님의 사과, 바로 이 ‘죄송합니다’란 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1994년 재가자와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후에는 더할 나위도 없다. 조계종은,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불교를 유린한 사태를 법난이라 부르면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고 하지만, 스님들 내부에서 물고 물리면서 접전이 벌어지는 최근 사태는 승난(僧難)에 가깝다. 스님들의 싸움이 법난을 능가한다는 게 불교계 바닥 민심이니 그 후유증은 또한 법난을 능가할 것이다. 

(단식이 끝나다)

 

◆ 고원영, “올여름 유례없는 더위였습니다. 100년 만의 더위라고 하는데, 그 뜨거운 햇볕을 천막 하나로 버텨낸 하루하루가 길게 느껴지진 않으셨는지요?”

설조스님, “아니오. 아침에 눈 뜨면 바로 저녁이더라고요. 나는 한 30일 살면 내 목숨이 끊어지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루가 그렇게 빠르게 지나갈 수 없었어요.”

(설조스님과의 대담) 

 

◆ 돈도 권력도 없는 수좌들과 징계당하고 멸빈당해 집도 절도 없는 스님들은 용감했다. 물론 개혁을 갈망하는 우리 재가자들의 행렬은 거칠면서도 아름다웠다. 행진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주인공이고 부처였다. 절반의 승리다.

(2018년 전국승려대회)

 

◆ 유마힐이 병이 든 것은 중생과 아픔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생이 행복하면 유마힐도 따라서 행복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중생이 행복할 때도 유마힐은 늘 아프다. 중생이란 원래 아픈 사람들이기에 유마힐의 아픔은 근본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병이다. 단언컨대 유마힐의 본질은 아픔이다. 조계종의 높은 자리에서 돈 걱정 없이 부유하고 풍요롭게 사는 스님들은 유마힐의 아픔을 알아야 한다. 당신들의 돈과 권력은 중생의 가난과 희생 위에 지은 누각이다.

(모두가 아프기에 나도 아프다) 

서평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 

조계종 원로인 설조스님의 단식 이야기와 함께 대한불교조계종이 안고 있는 문제를 낱낱이 파헤쳤다. 설조스님은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의 퇴진과 종단 개혁을 주장하며 88세의 나이에 41일간 단식했다. 저자는 "설조스님을 보는 순간 옛 스님이 생각났다"며 "옛 스님의 기질이 살아 있었다. 노스님은 단식을 선언하면서 백척간두,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대 위에서 잘못을 사과했다. 잘못된 과거라고 했다. 그는 사과함으로써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그의 단식은 몸이라도 바쳐서 저 무도한 조계종 기득권 세력에 저항하겠다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대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의 하나인 밥을 굶어 미래로부터도 자유로워지려고 했다." 고원영 지음, 245쪽, 1만3000원, 천지간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920_0000424340&cID=10701&pID=10700

저자소개

저자 : 고원영
밥을 굶으면서 하루하루 죽음을 준비하는 스님을 보았다. 먹고사는 일이라면 어떤 모욕이라도 감내하는 시대에 정의, 개혁, 희망, 부처를 내세워 노승은 기꺼이 가진 자들 앞에 목숨을 내놓았다. 설조스님, 그가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단식이었다. 죽음과 밥이 대립하는 조계사에서 작가는 설조 스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글을 썼다.
저자는 스페인 산티아고 길과 달리 우리나라 는 국토 전체가 성지순례길이라고 여겨, 108군데의 불교성지 순례길을 답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700여 차례의 트레킹을 통해 국내 사찰과 불교유적지를 찾아다녔다. 그 길에 스님을 비 롯하여 다양한 직업,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도반으로서 함께했다. 현재 등산과 걷기여행 모임인 ‘서울불교산악회’와 ‘저절로가는길’을 이끌고 있다.

고원영의 저서는, 록 음악의 황금기와 저자의 성장기를 성찰한 '별에게로의 망명(2023년), 600년 고도 서울의 골목길과 집터를 산책하면서 느끼는 부재를 기록한 '낮은 창문 앞에 서다(2020년), 6·25 전쟁사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기록한 저격능선 전투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에 드리운 전쟁의 위험을 암시한 장편소설 '나뭇잎 묘지(2020년)', 베이비부머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해 현재를 성찰한 ‘골목길 카프카(2019년)’, 불교계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비리를 설조 스님의 단식을 통해 들여다본 '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2018년)', 오랜 답사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 순례길을 꼽아본 ‘저 절로 가는 길(2015년)’이 있다.
2023년, 저자의 산문집 '별에게로의 망명'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CO) 문학창작 에세이 부문에 선정됐다. 저자는 사진 분야에도 유별난 관심을 기울여 발표한 작품집 다수에 저자가 찍은 사진이 실려 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BBS 라디오 ‘김혜옥의 아름다운 초대’에 저자가 출연하여 불교순례길을 소개했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조계종 진명스님이 BTN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저 절로 가는 길’에 쓰인 문장을 일일 낭독했다. 이밖에도 여러 신문과 잡지에 불교순례길 칼럼을 썼다.

출판사소개

소설과 에세이, 사진집을 펴내는 1인 출판사다. 대표 고원영이 소설과 에세이를 쓰고, 사진을 찍기 때문에 그렇게 장르를 설정했다.
고원영이 처음부터 자기 책을 내려고 만든 출판사는 아니었다. 2012년 고등학교 동창의 소설책을 출간하려 출판사 신고확인증을 발부받았다.
2018년 조계종 개혁에 앞장선 설조 스님 단식 이야기를 쓴 고원영의 '그대가 아프니 밥을 굶는다'를 한 출판사에서 출간을 망설이다 포기했다.
그때 부득이 자비로 책을 만들면서 출판사 대표이며 저자라는 1인 2역을 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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