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윈의 데뷔작 『인 메모리엄』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비극 속에서, 한 시대의 감수성과 젊음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낸 작품이다. 영국 시골에 위치한 가상의 명문 기숙학교 ‘프레슈트’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전쟁을 낭만적 상상으로 소비하던 십대 소년들이 실제 전장에 내던져지며 겪게 되는 급격한 인식의 전환과 내면의 균열을 따라간다. 저자는 학급 신문, 시,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을 교차시키며, 당시 청년들의 사고방식과 시대적 공기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한편, 제1차 세계대전이 언어와 감정, 그리고 인간성 자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집요하게 포착한다.
특히 이 작품은 전쟁 서사와 성장 서사를 넘어, 말해지지 못한 감정과 억압된 욕망을 서사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더욱 강렬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20세기 초 남성 간의 사랑은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는 사랑”이라는 예술적 표현으로 지칭되었지만, 명시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입 밖에 꺼내놓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소년들이 어둠 속에서 하는 행동은 모호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용인받을 수 있었다.”(29쪽) 침묵하지도 숨기지도 않았지만 모호한 성격을 띤 이 사랑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불분명하고 파악하기 어려우나 이미 알려지고 용인된 상태였다. 『인 메모리엄』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애타게 갈망한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광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가이자 『햄닛』의 저자 메기 오패럴은 이 작품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했다. “데뷔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확신에 차 있고 감동적이며 가슴 저미는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 메모리엄』의 저자인 앨리스 윈은 이 작품을 쓸 때 고작 26세에 지나지 않았다. 이 젊은 저자는 방대한 서사의 강렬하고 박진감 넘치는 시대극을 그려내며 대형 신인의 데뷔를 널리 알렸다. 개인의 사랑과 상실을 통해, 전쟁이라는 집단적 광기가 남긴 흔적을 가장 사적인 차원에서 증언하는 이 데뷔작은 영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스에서 2023년 ‘올해의 데뷔작’과 ‘올해의 소설’로 동시에 선정되었고 다음해에는 ‘올해의 영국 도서상’(데뷔 소설)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