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엘, 네 실수를 직시하라. 너는 아담의 자손들에게 세례를 베푼다고 믿었으나, 실상 네가 축복한 이들은 날짐승에 불과했느니라. 네 무지한 열정 탓에, 지금 펭귄들이 하느님의 교회에 편입되어야 할 처지에 놓였느니라.”
그 말씀에 노인은 넋을 잃고 망연자실해졌다. 천사가 재차 명했다.
“일어나라, 마엘. 주님의 권능을 힘입어 저 새들에게 명하라. ‘사람이 되어라!’ 라고.”
성 마엘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린 뒤, 주님의 이름을 등에 업고 새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는 사람이 되어라!”
그 즉시, 펭귄들에게 경이로운 형질 변경이 일어났다. 좁았던 이마가 넓어지더니, 두개골은 로마의 성 마리아 로톤다 돔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타원형이었던 눈은 하늘을 향해 더 크게 뜨였고, 콧구멍만 있던 자리에는 살집 두툼한 코가 솟아났다. 부리는 입술로 변모했고, 그 입에서 ‘언어’가 터져 나왔다. 목은 짧고 굵어졌으며, 날개는 팔이 되고 발톱은 다리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그들 각각의 가슴에 ‘불안한 영혼’이 깃들었다는 점이다.
--- 「제1권 기원」 중에서
“저기 보게! 어떤 미친놈이 쓰러진 상대의 코를 물어뜯고 있어! 저쪽 놈은 여자의 머리를 돌덩이로 내리찍고 있잖나!”
“보입니다.” 불로크가 말했다.
“지금 저들은 법을 제정하는 중입니다. 소유권을 확립하고, 문명의 원칙을 세우며, 사회의 기반과 국가의 초석을 다지는 숭고한 과정이라고요.”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냐?”
늙은 마엘이 경악하며 되물었다.
“제 땅에 경계를 긋고 있는 것입니다. 저것이야말로 모든 정부의 기원입니다. 저 펭귄들은 지금 가장 숭고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먼 훗날, 법학자들이 저들의 피비린내 나는 소행을 신성한 권리로 옹호해 줄 것이며, 재판관들이 그 소유권을 법적으로 확고히 해 줄 것입니다.”
--- 「제2권 고대」 중에서
불운한 왕 ‘보스코 9세’ 치하에서, 왕국은 멸망의 벼랑 끝까지 몰렸다. 600척의 대형 선박으로 구성된 돌고래족의 함대가 알카 앞바다에 출몰했다는 비보에, 주교는 엄숙한 행렬을 명했다. 성당 참사회, 선출된 판사들이 대성당에 집결하여 성녀 오르베로즈의 유해함을 메고 시가행진을 벌였으며, 전 국민이 찬송가를 부르며 그 뒤를 따랐다.
과연 펭귄니아의 수호성인은 헛되이 불리지 않았다. 그토록 간절히 기도한 보람이 있었는지 돌고래 군대는 수륙양면으로 도시를 포위하고 총공격을 감행하여 펭귄니아를 함락시켰고, 3일 밤낮으로 마치 습관처럼, 그리고 무심하게 펭귄들을 죽이고, 약탈하고, 겁탈하고, 불질렀다.
이 무쇠 같은 시대에, 펭귄들 사이에서 기독교 신앙이 터럭 하나 다치지 않고 온전히 보존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경탄해도 부족함이 없다.
--- 「제3권 중세와 르네상스」 중에서
거대한 전쟁을 수행해야 했던 공화국은 군대를 창설했는데, 이 군대는 공화국을 구원할 운명이자 동시에 파괴할 운명이었다. 입법자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장군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운 없는 장군들의 목을 칠 수는 있었지만, 공화국의 존립 자체를 구해낸 운 좋은 군인들에게는 감히 손을 댈 수 없었다. 승리의 열기에 취한 펭귄들은 이솝 우화 속 개구리들이 황새에게 잡아먹히듯, 자신들을 14년 동안 만족을 모르는 부리로 쪼아먹을 용에게 스스로를 바쳤다. 그 용은 전설 속의 용보다 훨씬 끔찍했다.
--- 「제4권 근대: 트린코」 중에서
“사람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공화국을 전복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화국을 ‘복원’하고, ‘정화’하고, 더 ‘아름답게’ 만들려 한다고 믿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 손에 피를 묻혀선 안 됩니다. 우리는 ‘공화국의 친구’, 아니 ‘공화국의 수호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후보는 많습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고, 감히 말하건대 가장 공화주의적인 인물을 골라야 합니다. 아부와 선물, 그리고 무엇보다 ‘약속’으로 그를 포섭하면 됩니다. 약속은 돈도 안 들고 효과는 더 좋으니까요. 우리가 고를 놈은 똑똑할 필요 없습니다. 아니, 지능이 좀 모자란 친구일수록 더 좋습니다. 멍청한 자가 저지르는 악행에는, 똑똑한 자는 흉내 낼 수 없는 일종의 순진무구함이 서려 있거든요. 제 말을 들으십시오. ‘공화주의자’를 앞세워 공화국을 무너뜨리는 겁니다.”
--- 「제5권 근대: 샤티옹」 중에서
“국방부가 납품받지도 않은 건초 8만 묶음을 피로가 훔쳤을 리 만무하다. 왜냐하면 모벡이 돈만 챙기고 건초를 인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토록 명쾌한 논증이 담긴 성명서를 인쇄하여 알카 거리에 배포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읽기를 거부하고 분노하며 종이를 찢어발겼다. 상점 주인들은 배포원들에게 주먹질을 해댔고, 빗자루를 든 여인들이 쫓아내자 배포원들은 줄행랑을 쳤다. 광기는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저녁이 되자 거칠고 누더기를 걸친 무리가 콜롱방을 죽이라고 울부짖으며 거리를 누볐다. 애국자들은 신문팔이 소년들에게서 성명서 뭉치를 빼앗아 광장 한복판에서 불태웠다. 그들은 치마를 허리까지 걷어 올린 여인들과 함께 불타오르는 종이 더미 주위를 돌며 광란의 춤을 추었다.
--- 「제6권 근대: 건초사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