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주의와 자유주의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자유에 대한 개념이다. 공화주의는 자유의 반대말이 ‘예속’이라고 이해한다. 반면 자유주의는 자유의 반대말을 ‘간섭’으로 규정한다. 둘째는 권리에 대한 관점이다. 자유주의에서 권리는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천부인권의 특징을 지닌다. 도덕적 판단에서는 인간이 따라야 할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 원칙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자유주의는 개인적 권리를 우선시하며 다른 권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한다. 반면 공화주의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조건으로 이해한다. 개인이 향유하는 자유와 권리는 그가 속한 공동체의 규범과 제도 속에서 규정되며, 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특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가치를 공정하게 존중한다.
_“공화주의,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대안” 중에서
페팃은 비지배 자유가 한낱 이데올로기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이 원하며 가치가 있다고 여길 만한 이유를 보여 주려 노력한다. 비지배 자유는 도구적 선의 맥락에서 적합하다. 흔히 소극적 자유는 행위자의 선택을 금지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구적 선으로 간주된다. 이는 소극적 자유가 장애물이 존재하더라도 외부의 간섭만 없다면 자유는 여전히 성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비지배 자유는 타인의 자의적 간섭을 제거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자의적 간섭이란 행위자가 타인에 의해 견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방적 간섭을 의미한다.
_“04 정치적 이상으로서 비지배 자유” 중에서
민주주의와 입헌주의는 종종 혼용되지만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민주주의가 시민 대표의 선출에 중점을 두는 반면, 입헌주의는 법의 지배에 따른 통치 원리를 강조한다. 민주주의에서는 공적 결정권을 행사할 때 전통적으로 암묵적 동의 방식이 활용되어 왔다. 동의는 개인 간 동등한 입장에서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기보다는 한쪽이 상대방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에 기반한 대리자는 시민의 의지를 대표해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권위를 남용할 위험이 있다.
_“07 입헌주의와 민주주의” 중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서구에 비해 짧은 기간에 자리 잡았다. 시민들은 독재자들에 맞서 민주주의, 공화주의 정신을 실현했다. 촛불시위가 이에 부합하는 사례일 것이다. 페팃은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은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에 아주 좋은 일이었다. 정치적 격변은 공화주의 정치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촛불집회가 신공화주의 정신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페팃은 비지배 자유가 단순한 이론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비지배 자유는 시민에게 정부 권력에 맞서 이의를 제기하고 부당한 지배를 견제하는 능력과 권리까지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즉 신공화주의 정신은 민주주의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민 참여와 권력 견제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정치 체계임을 보여 준다.
_“10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