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의 비전은 단순한 기술 혁신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에서 AI는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고, 로봇은 육체 노동을 대신하며, 핵융합 에너지는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여기에 기본소득 제도를 결합해 기술 발전이 초래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생명 연장 기술을 통해 인간 수명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이 모든 것이 언뜻 공상과학 소설이나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샘 올트먼은 이 모든 영역에 실제로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직접 참여하며 기술과 인류의 공존 방식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샘 올트먼을 ‘비전가Visionary’라 칭하는 이유다.
_〈들어가며〉 중에서
오픈AI는 단순한 금전적 보상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연구’라는 명확한 대의명분을 내세웠다. 이는 높은 연봉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이상과 사명감을 중심으로 모인 인재들이 오픈AI의 기술적 토대를 구축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또한 오픈AI의 목표가 일반 기업처럼 주주 가치 극대화가 아닌 ‘인류의 이익’이라는 점은 연구자들에게 전례 없는 자유와 책임감을 부여했다. 단기적인 수익이나 시장 반응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기술의 본질적 혁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_〈오픈AI 성공 방정식〉 중에서
흥미롭게도 브렛 애드콕은 샘 올트먼과 마찬가지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인물이다. 젊은 시절부터 창업에 나서고,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으며, 연쇄 창업을 통해 빠르게 성공을 거듭한 이력까지. 그는 여러모로 샘 올트먼과 닮아 있었으며, 이러한 공통점은 두 혁신가가 서로를 주목하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샘 올트먼은 피규어 AI의 잠재력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래서 한때 인수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최종적으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대신 올트먼은 전략적 투자자이자 협력 파트너로 피규어 AI와 손을 잡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오픈AI의 언어 모델과 피규어 AI의 로봇 기술을 장기적으로 통합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_〈피지컬 AI〉 중에서
샘 올트먼은 2014년 95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2021년 시리즈 E 투자 라운드에서는 무려 3억 7,500만 달러의 개인 자금을 헬리온에 투자했다. 이는 샘 올트먼의 투자 중 가장 규모가 큰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14년은 오픈AI를 설립하기 전으로, 샘 올트먼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샘 올트먼이 수많은 에너지 기업 가운데 유독 헬리온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헬리온의 상업적 가능성에 있다. _〈핵융합 에너지〉 중에서
그가 생각하는 기본소득은 단순히 빈곤층을 돕는 전통적인 복지 정책의 연장선에 놓인 게 아니다. AI 혁명이 창출할 막대한 부가 소수의 기술 엘리트나 자본가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모든 개인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과 인간적 존엄을 보장하며, 나아가 소비 여력을 유지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구조적 해법에 가깝다. 즉, AI와 로봇이 생산의 주체가 되더라도, 인간이 여전히 ‘소비의 주체’로서 경제를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자는 것이다. _〈샘 올트먼의 기본소득 실험〉 중에서
샘 올트먼이 기본소득을 넘어 UBC를 제안한 핵심 이유는 무엇일까? AI의 발전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컴퓨팅)이 등장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래의 초지능 AI는 인간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AI를 개인이 직접 활용하게 될 경우, 이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선 생산 기반의 자립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 가운데 이것이 기본적인 생계는 보장해주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이에 비해 기본 컴퓨팅은 사람들에게 AI라는 새로운 생산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능동적이고 발전적인 방식의 지원이 될수 있다는 주장이다. _〈범용 기본 컴퓨팅〉 중에서
샘 올트먼은 특히 세포 치료와 유전자 치료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세포나 유전자 수준에서 해결하려는, 가장 근원적인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가 투자한 대표적인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이 바로 애스펀 뉴로사이언스Aspen Neuroscience(이하 애스펀)다. 애스펀은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생산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현재의 치료법은 대부분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애스펀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보다 훨씬 근본적이다. 쉽게 말해, 고장 난 자동차 부품을 단순히 수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에 가깝다. _〈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삶〉 중에서
샘 올트먼이 그려놓은 미래의 청사진은 정교하고 야심 차다. 그 밑그림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상상을 품게 된다. 완성된다면 분명 인상적인 그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밑그림만으로는 진정한 대작이 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채색이다. 세심하고 균형 잡힌 채색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문제는 올트먼의 그림이 너무 거대하고 복잡하다는 데 있다. 채색 과정에서 단 하나의 실수, 이를테면 통제가 어려운 AGI의 등장이나 불평등을 심화하는 경제 시스템, 생태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훼손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존엄이나 사회적 신뢰처럼 반드시 담겨야 할 요소가 빠질 경우, 이 계획은 오히려 해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우려는 샘 올트먼이 구상하는 미래가 매력적인 동시에 얼마나 어려운 도전인지를 잘 보여준다.
_〈기술 혁신의 빛과 그림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