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적었으니 이제 다음은 네 차례야.”
겉은 달콤해 보이지만 속은 쉽게 으스러지는 어느 20대의 비밀 일기장
이상한데 보면 볼수록 자꾸 류며드는 50만 틱톡커 류라이가 처음으로 털어놓은 진짜 이야기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가 출간됐다. 책에는 지금을 살아가는 10~20대 여성들의 복잡한 감정 지도가 으깨진 딸기처럼 여기저기 묻어 있다.
저자 류라이는 어린 시절 또래에 비해 살이 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돼지기름 냄새가 난다”며 따돌림을 당했다. 얼른 돈을 벌어 성형수술으로 더 예뻐지겠다며 잠도 안 자고 온갖 알바를 하다 심장에 물이 차고 목에 종양이 생겼다. 삶의 마지막 피신처는 틱톡뿐이었고 아무 생각 없이 켠 라이브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접속자 수는 처음엔 한 자릿수였다가 다음날은 두 자릿수가 되었고, 며칠이 지나자 세 자릿수, 어떤 날은 네 자릿수까지 찼다. “대체 사람들이 왜 나를 보지?” 방구석 내향인 류라이는 그렇게 ‘류씨집안 아가들’과 만났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져서 너희의 숨겨진 빛을 잃어버리지 말기를!”
기분은 지각 중, 세상에는 결석 중… 아직 졸업하지 못한 마음들을 엮은 감정기록부
기이한 캐릭터 류라이의 삶에는 불행하고 불안한 일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곁에는 늘 끝까지 역할을 다한 어른들이 있었다. 급식실에 가기를 두려워한 류라이를 위해 자신의 도시락을 기꺼이 내어 준 보건실 선생님, 어린 소녀의 얼굴에 흉터를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 수술 집도의 교수님, 처음부터 끝까지 류라이를 함께 일하는 동료로 대우해 준 회사 사장님, 그리고 그 누구보다 딸을 한없이 사랑해 준 엄마와 아빠. 이들은 류라이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았고, 쉽게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저 곁에 있어 줬다.
어른은 너무 쉽게 아이를 판단하고, 아이는 그저 빨리 어른이 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딸기를 먹을 때는 울지 않기로 해』의 진짜 결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저자는 이 책을 읽을 어딘가의 또 다른 류라이들에게 그런 작은 숨구멍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류라이는 이렇게 말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져서 너희의 숨겨진 빛을 잃지 마. 과거의 내가 했던 어리석은 행동들을 너희는 절대 하지 않기를.”
“딸기는 색깔이 어두울수록 더 달콤하다.”
불행한데 행복한, 누군가의 하루 당도 1%를 올려 줄 국내 첫 길티플레저 에세이
- 현실이 외로워 방 안에서 홀로 인터넷 방송을 켜는 친구
- 병원 대기실에서 ‘티 안 나게 아픈 법’을 검색하는 친구
- 창피하고 도망치고 싶지만 그 순간을 ‘웃김’으로 버티는 친구
- 그리고 온라인 속 누군가의 댓글로 하루를 버티는 수많은 이름 없는 10대, 20대
- 오늘도 모진 말을 내뱉었지만, 10대 딸을 이해하고 싶은 부모님들
오늘 하루 당신의 기분은 충분히 달콤했나, 아니면 시큼하고 씁쓸했나? 우울과 기쁨, 혐오와 사랑, 무기력과 발랄함이 뒤엉킨 이 특이한 책을 읽고 나면 서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어쩌면 모두가 진짜였던 우리 안의 ‘길티플레저’들을 좀 더 선명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삶이 먹다 남은 딸기처럼 물러지고 으깨져 있는 것 같다면, 이 책이 우울한 하루의 당도를 1%쯤 올려줄지도 모른다.
해맑게 웃으며 꿈은 스물다섯 살에 행복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 괴기 발랄한 저자의 삶을 엿보며 상처 입은 감정도 괜찮다는 걸, 그리고 당신 인생에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새콤달콤한 딸기가 존재한다는 걸 믿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안에 있는 그 커다랗고 탐스러운 딸기를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