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생명을 다시 부르는, 우포늪과 인간의 서사시
생태공동체를 꿈꾸며 우포와 함께한 시간을 그의 소박한 밥상처럼 꾸밈없이 담담하게 그려낸 수체화 같은 삶의 기록
〈야생동물의 품 우포늪-비밀의 정원에서 만나는 왜가리 할배〉는 이인식 선생님의 두 번째 생태 에세이이다. 2016년에 〈비밀의 정원 우포늪〉을 출간해, 1억 4천만 년의 역사를 간직한 늪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들였다. 〈비밀의 정원 우포늪〉이 환경운동가 이인식 선생님이 우포늪에 스며들어, 자연과 하나가 되는 과정을 기록한 책이라면 〈야생동물의 품 우포늪〉은 자연과 하나가 된 왜가리 할배의 30여 년 여정을 담백하게 그려낸 성찰의 글이다. 우포늪과 저자의 오래된 인연을 하나하나 풀어내기에 우포에 담겨있는 사연과 굴곡진 삶의 옹이 박힌 시간들이 무수하기도 하고, 끈질기기도 하다.
〈야생동물의 품 우포늪〉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저자의 삶을 일별해야 한다. 그의 하루, 한 달, 일 년을 엿보지 않고서는 수많은 이야기와 역사를 간직한 우포늪의 변화와 진통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저자는 중학교 선생님이었다. 이 책 서문과 1부 첫 꼭지의 글 「우포늪에 왜 사냐고 묻는다면 그냥 웃지요」에 간략하게 소개돼 있듯이 사회의 요구와 인연의 흐름에 따라 교사에서 참교육 교사로, 민주화운동가로, 환경운동가로 변화하면서 자연과 생태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깊이를 더해간다.
학교를 명예퇴직하고, 우포늪으로 거처를 옮겨 늪과 하나가 된 저자는 우포늪 지킴이로 생활과 환경운동을 일치시켰고, 우포늪의 미래를 구상, 설계하는 기획자로 람사르습지로 우포늪이 선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김수일 교수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서는 따오기 복원이라는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해 실행했고, 2008년에 중국에 방문해 따오기 2마리를 안고 들여와 따오기 복원의 출발을 알릴 수 있었다.
그가 우포늪을 지키기 위해 나무를 부둥켜안기도 하고, 불에 타는 갈대밭에 뛰어들기도 하면서 헌신한 시간을 넘어서, 이제는 우포늪 주변 농지의 늪으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주민과 함께 공생하며 우포늪 보존을 이끌어가는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가고 있다. 이제 우포늪은 저자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고, 저자의 구상에 따라 람사르습지를 넘어서 야생동물공원과 생태경제공동체의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야생동물의 품 우포늪〉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저자 철학의 밑바탕이 되는 우포늪의 사계절과 삶의 내밀한 부분을 서정적으로 풀어쓴 에세이를 만날 수 있다.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돼, 우포늪의 생태를 한폭의 그림처럼 섬세하게 그려내 글과 사진을 통해서 우포 전시관에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글 중간중간 저자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도 있고, 우포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체화하는 실천가로서 제언을 들을 수 있다. 우포 지킴이 왜가리 할배를 노여운 목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자연을 닮은 언어로 소박하게 풀어내고 있다.
2부는 환경생태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가득 채우고 있다.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수천 꼭지 중에서 선별했다. 우포늪 동식물의 생명그물과 우포에 사는 뭇생명의 순간의 모습을, 그를 바라보는 왜가리 할배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고, 마을 어르신, 우포를 찾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등과 교류하며 소통하는 순간들을 짧은 글 안에 채워놓고 있다.
3부는 저자의 오랜 약속이자 혼신의 힘을 다해 실현한 따오기 복원의 성공 이후 야생 방사가 이뤄지자, 따오기의 생존과 번성을 기원하면서 관찰한 기록이자 보고서이다. 저자의 2년여에 걸친 「따오기 관찰일지」를 수록했다. 따오기 복원이 야생 방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에서 자연의 일원으로 생존할 때까지 지켜보고, 서로 도와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마을 주민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지 잘 느낄 수 있다.
4부는 우포늪을 방문하는 이를 위해, 우포늪 생명길을 21가지 테마로 구분해 우포를 처음 방문하는 독자가 자연스럽게 늪을 즐기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이인식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우포늪 안의 걸음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5부는 우포늪을 함께 지키고, 가꾸는 지인이자 동지들의 추천글과 후기를 담았다. 우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들과의 인연을, 생명존중의 마음으로 하나가 된 이들의 짤막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