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7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눈다. 두 질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한 줄로 간단히 설명하자면 크론병은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을 침범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장의 모든 층을 침범하며, 병변이 연속되지 않고 드문드문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 또는 궤양이 생기는 질환으로, 병변은 항문에 인접한 직장에서 시작되어 점차 안쪽으로 진행되는데 끊어지지 않고 모두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서울대학교병원 N의학정보의 내용을 저자가 수정함). 다만 크론병은 흔히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의 어느 부위에서든 발생’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대부분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를 침범하며 이에 더해 나머지 소장이나 대장을 함께 침범한다. 간단히 말해서 크론병은 소장과 대장에 발생하고, 궤양성 대장염은 직장 또는 대장에만 발생한다고 기억해두자. 이런 기본적인 차이는 뒤에 설명할 증상과 치료 등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P49 정상 배변 횟수는 3일에 한 번부터 하루에 3번까지 개인마다 다르므로, 본인의 정상 배변 횟수를 기준으로 증상을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이틀에 한 번 배변하던 사람이 하루에 두 번 배변하는 것도 배변 횟수 증가 및 설사라고 볼 수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만성화되면 잦은 배변에 적응해 원래 본인은 이렇게 자주 화장실을 다닌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전히 염증이 있는 것이므로 적절한 치료를 하면 호전된다. 배변 횟수 증가뿐 아니라 변이 평소와 달리 일정한 형태가 없이 풀어지는 것도 설사다(브리스틀 대변 척도 5~7). 크론병에서는 장내 염증뿐만 아니라 소장 수술 후 담즙 흡수장애로 인해 설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수술로 소장이 짧아지면 음식물이 소장을 더 빨리 지나가며, 말단 회장부에서 흡수되지 않은 담즙이 대장으로 넘어가 대장 점막을 자극해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급성 장염이 동반되어 설사가 생기거나, 간혹 유당 불내성이 있어 유제품을 섭취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쓰이는 약제 중에는 특히 메살라진이 간혹 설사를 유발한다. 설사는 과민성 장 증후군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므로, 간혹 감별진단이 문제가 된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설사는 새벽과 아침에 더 심한 경향이 있다. 급성기 때 식사를 하면 설사가 악화된다고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분들이 있는데, 심한 설사 시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P106 염증성 장질환 치료의 이상적인 목표는 부작용 없이 효과적이고 빠르게 관해를 유도하고, 이후 최대한 길게 관해를 유지하는 것이다. 치료 반응 시기는 약제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급성기 악화에 흔히 사용하는 경구 스테로이드 제제는 대부분 치료 시작 2주 정도에 반응이 있고, 4주에는 관해가 유도되어야 한다. 고가의 약제인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제제는 국내 보험 기준에 관해 유도기가 명시되어 있다. 관해 유도기가 끝나면 약제 효과가 있는지 평가해, 효과가 있는 경우에만 관해 유지요법에 보험을 적용해준다. 관해 유도 평가 시 크론병은 자가문진과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한 CDAI 점수로 가능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내시경 평가가 필수다.
P175 환자와 보호자는 염증성 장질환이 만성 질환이고, 근본 원인도 규명되지 않아 평생 약물로 조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낙담한다. 평생 약에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히는 것이다(이런 생각 자체가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긴 하다). 따라서 증상이 오랫동안 잘 조절되면 약제를 끊으면 안 되는지 묻는 분이 많다. 약제는 현재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니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끊었을 때 재발 위험이 다르다. 또한, 장기간 깊은 관해를 유지한 환자가 때때로 질병 활성도를 보인 환자보다 약제 중단 시 재발 위험이 낮다. 쉽게 말해 고생을 많이 한 환자일수록 약을 끊으면 재발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약제 중단은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끊는다면 재발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어떻게 모니터링 할 것이며, 재발 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P250 염증성 장질환에서는 대장암과 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는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염증 반응이 장 점막 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염 연관 암colitis-associated cance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에서 발생하는 위장관 암은 일반적인 소장 및 대장암보다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염증을 잘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최근 치료법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위험이 감소했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여전히 일반 인구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2배 정도 높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 대장암 발병의 누적위험도는 진단 10년 후 1%, 20년 후 3%, 30년 후 7% 정도다.16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1.2~2배 정도 높다.17 젊은 나이에 진단된 경우, 침범 범위가 넓은 경우, 염증이 심하거나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오랫동안 염증성 장질환을 앓은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더 높다. 대장암의 잘 알려진 증상이 혈변이므로,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혈변이 보일 때마다 혹시 대장암은 아닌지 걱정할 수 있는데, 염증이 직장에만 국한된 궤양성 직장염은 대장암 위험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좌측 대장염이나 광범위 대장염은 증상 발생 후 약 8년 이상 지나면 대장암 감시를 위해 주기적으로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P289 염증성 장질환으로 확진되면 병무청 신체등급 판정기준에서 보통 5급으로 판정되어 군복무가 면제된다. 단, 신체등급 5급 판정대상자는 대구광역시에 있는 병무청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가서 2차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3개월 이내에 발행한 병무용 진단서가 필요한데,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으려면 6개월 이상의 치료 내역이 필요하다. 의무기록지(투약기록지 최근 6개월 이상), 내시경 컬러 사진이나 CD 및 판독지, 염색한 병리조직검사 슬라이드 및 결과지, 혈액검사 결과지를 지참해야 한다. 병무용 진단서는 주치의가 작성해 주며, 나머지 구비 서류는 외래 간호사나 직원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병무청 홈페이지의 병역판정감사를 참고하거나 병무청에 문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