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쪽)
2. 진주임제혜조선사어록(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
【원 문】 住三聖 嗣法小師 慧然集
【번 역】 삼성(三聖)에 거주하는 사법(嗣法)의 소사(小師) 혜연
(慧然)이 편집하다.
22쪽)
임제(臨濟)의 상당(上堂)설법
【원 문】 府主 王常侍, 與諸官 請師升座. 師 上堂云, 山僧今日事不獲已, 曲順人情, 方登此座. 若約祖宗門下, 稱揚大事,
直是開口不得. 無爾措足處. 山僧此日 以常侍堅請, 那隱綱宗, 還有作家戰將, 直下展陣開旗麽. 對衆證據看.
【번 역】 진주(鎭州)지역의 통치자인 왕상시(王常侍)가 여러 관료들과 함께 임제선사를 초청하여 법상에 올라 설문해 주실 것을
간청했다. 임제선사가 법당에 올라 설법했다. 산승이 오늘 부득이하여 인정상 어쩔 수 없어 이 법상에 오르게 되었다. 만일 조종(祖宗) 문하
의 수행법에 의거하여 선승의 대사(大事)를 제시하여 설법해 보려고 한다면, 선승의 대사(大事)는 곧바로 입을 열어도 체득할 수도
없고, 수행자 그대들이 의지하거나 발 붙일 곳도 없다.
산승이 오늘 왕상시(王常侍)가 간곡히 법문해 설해줄 것을 간청하기에 이 법상에 오르게 되었는데, 여기서 어찌 선문의 근본 종지
를 감출 수가 있겠는가? 정법의 안목을 갖춘 작가(作家)가 있다면 전쟁의 장수처럼 곧바로 군대의 진영을 갖추고, 깃대를 높이 꽂아
정법의 안목으로 견처(見處)를 펼쳐 보일 사람이 있는가? 대중들에게 자신이 깨달아 체득한 견처를 분명하게 제시해 보라.
663쪽)
덕산화상(德山和尙)과 문답
【원 문】 師 侍立德山次, 山云, 今日困. 師云, 這老漢寐語作什麽.
山 便打. 師 掀倒繩牀. 山 便休.
【번역】 임제선사가 덕산화상을 모시고 옆에 서 있을 때, 덕산화상이 ‘오늘은 피곤하다’라고 말했다. 임제선사가 ‘이 늙은이 무슨
잠꼬대 같은 말을 합니까!’라고 하자, 덕산화상이 곧바로 방망이로 쳤다.
임제선사는 덕산화상이 앉아 있는 법상을 밀어버렸다. 덕산화상은 곧 그만두었다.
665쪽)
보청(普請) - 임제와 황벽의 문답
〔41-1〕【원 문】 師 普請鋤地次, 見黃檗來, 拄钁而立. 黃檗云, 這漢困那. 師云, 钁也未擧, 困箇什麽. 黃檗 便打. 師接住棒, 一送送倒.
黃檗 喚維那. 維那扶起我. 維那 近前扶云, 和尙 爭容得這風顚漢無禮. 黃檗纔起, 便打維那. 師 钁地云, 諸方火葬, 我這裏一時活埋.
【번 역】 임제선사가 대중과 함께 괭이로 땅의 잡초를 제거하는 노동을 할 때, 황벽선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괭이를 붙잡고 서
있었다. 황벽선사가 ‘저 놈(這漢)이 피곤한가?’라고 말했다. 임제선사가 ‘괭이도 들지 않았는데, 본래인(箇)이 피곤할 일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하자, 황벽선사가 곧바로 주장자로 쳤다.
임제선사는 황벽선사의 주장자를 붙잡고, 황벽선사를 밀어 자빠뜨렸다.
황벽선사는 유나(維那)를 부르며, ‘유나(維那)여! 나를 붙잡아 일으켜 주게!’라고 말하자, 유나가 황벽선사를 붙잡고 일으키면서
‘화상께서는 어찌 저 미친놈(風顚漢)의 무례함을 용서하십니까?’라고 말했다.
황벽선사가 간신히 일어나서 주장자로 곧 유나(維那)를 쳤다.
임제선사는 괭이로 땅을 파면서 말했다. ‘제방에서는 화장(火葬)을 하지만, 나는 지금 여기서 곧 산 채로 묻어 버린다.’
853쪽)
2. 선불교(禪佛敎)의 참사람(眞人) 정신
(1) 序言
중국 당대 뛰어난 선승들에 의해 완성된 조사선의 선불교는, 불법의 정신을 선의 수행과 실천으로 각자가 직접 깨닫고 이를 인간
의 일상생활에서 지혜롭게 생활화하며, 중생구제와 자비의 구현으로 인격적인 자아를 전개하는 참된 인간(眞人)의 생활종교였다.
선은 인도에서 발생되었지만 선불교는 중국에서 완성된 것이다.
당대 조사선은 9세기 이후에 祖師나 禪師들이 새로운 선불교의 이상적인 인격으로 주장하면서 인도불교의 교학적인 형식에서 완전
히 탈피하여 지상에서 활동하는 현실생활의 종교로 체질을 개선하여 정착시켰다. 또한 전통적인 율원중심의 교단에서 독립하여 독자적인 청규를
제정하고, 전 대중이 노동에 참여하는 의무 규정과 자급자족의 생산노동으로 경제적인 자립을 이룬 수행교단을 만들었다.
교단의 지도자인 선사나 조사를 모시고 법당에서 설법하는 상당시중 법문을 청법하는 등 살아 있는 조사의 말을 제불 보살의 설
법과 같이 신뢰하고 이를 信行하여 각자의 생활종교로 확립했다. 이러한 당대의 선불교를 조사선이라고 했다. 조사란 할아버지라는 뜻이며, 지금 살아 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일반적인 사람과 달리 불법을 깨닫고 진리를 체득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참사람(眞人)이라고 불렀다.
조사선의 불교는, 인간이 만법의 근원이고 본질인 불법을 체득하여 자기 본래 모습인 참된 인간이 되는 것이며, 참사람(眞人)의
가치관과 인간성의 혁신으로 진실된 지혜로 창조적인 삶을 전개하는 생활의 종교라고 하겠다.
이러한 조사선의 참사람(眞人) 정신은 육조혜능(638∼713)의 설법집으로 간주되고 있는 『육조단경』의 사상적인 과도기를 거쳐
조사선의 완성자라고 할 수 있는 마조도일선사의 유명한 平常心是道와 卽心是佛의 정신을 계승한 임제의현이 무위진인 혹은 무의도인을 주창하면서
전개된 선불교의 중심 사상이며 실천 생활 그 자체라고 하겠다.
당대의 선불교는 거의 모든 선승들이 無位眞人, 無依道人의 지혜를 체득하는 종교를 제시했다. 참사람 운동도 眞人뿐만 아니라
本來人, 無事人, 閑道人, 自由人, 無碍人 등 다양한 언어로 참된 인간의 종교를 자유자재로 펼쳤다.
여기서 선불교의 참사람(眞人) 정신이 성립된 역사적인 사실과 더불어 당대의 조사들이 펼친 참사람, 참인간의 종교와 함께 임제의 참사람을 중심으로
그 사상적인 의미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870쪽)
(4) 임제의현과 無位眞人의 선사상
조사선의 선불교에서 임제의 선사상적인 위치는 거의 절대적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그만큼 임제는 조사선의 선사상을 인간의 사상으로는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는 단계까지 발전시켜서 생활화한 최고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대 하북의 진주 임제원에서 행화를 펼친 임제의현(?∼866)의 법계는 육조혜능― 남악회양―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임제의현으로 이어지는데,
그는 조사선의 대성자인 馬祖의 선법을 정통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임제의현에 대한 기본 자료는 『조당집』 제19권, 『송고승전』 제12권, 『전등록』 제12권 등의 임제의현전에 전하며, 『임제어록』의행록,
시중(四家語錄本 및 天聖廣燈錄本) 등에 비교적 자세히 전하고 있다.
임제의 수행과 開悟를 전하는 유명한 이야기는 『임제어록』 행록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조당집』의 기록과는 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