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출판협회 SF공모전 대상 수상 작가
★SF스토리공모전 우수상·특별상 동시 수상 작가
★밀리의 서재 ‘밀리로드’ 화제작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오직 아가씨의 꿈에 의해서 정해지지요.
아가씨께서는 어떤 꿈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잊었던 추억을 되살려주는 마법 같은 공간
디어 그레이스 호텔은 단순한 호텔이 아니다. 투숙객이 원하는 꿈을 이뤄주는 마법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함께 먹고 싶었지만 시도해 보지 못한 음식 조합, 몸을 보여주는 것이 싫어 피하던 은혜만을 위한 수영장, 누군갈 쥐어패고 싶은 날의 복싱 수업 등. 은혜는 호텔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게 된다.
또한 디어 그레이스 호텔에서는 투숙객의 꿈과 추억을 맞춤형으로 재현하여,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고 묻어두었던 감정을 끌어올린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을 그대로 구현한 객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 좋아하는 캐릭터와의 만남까지. 은혜는 젊은 시절의 엄마와 어린 동생을 만나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게 된다. 디어 그레이스 호텔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그 순간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좋은 기억은 물론이거니와 나쁜 기억을 통해
배웠던 경험의 가치 또한 결코 가볍게 보셔서는 안 됩니다.”
꿈을 이루는 대가,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선택
한편 호텔 밖에서 은혜의 현실은 점차 엉망이 된다. 상견례까지 마친 동생의 결혼이 사기였음이 밝혀져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혜는 아버지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은혜는 이 모든 문제를 안고 호텔 디어 그레이스로 향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꿈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 규칙이다. 예를 들어,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과 함께 그것에 엮인 기억을 호텔에 지불해야 한다. 더 나은 삶, 평범한 가족을 꿈꾸는 은혜는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지불하며 자신이 간과했던 순간들을 되짚어 보게 된다. 『호텔 디어 그레이스』는 모든 사람이 잘해내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 가족이라는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가족이기에 애틋하지만, 가족이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가족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 쌓아놓은 감정이 미래의 우리를 지탱해 줄지도 몰라요.
이 기억은 사라지겠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질 거예요.”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연대
『호텔 디어 그레이스』에는 하나의 장이 끝날 때마다 ‘그녀들의 이야기’라는 부록이 있다. 〈인간극장〉의 나레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목소리로 은혜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본문과는 다르게 엄마 명자, 동생 미혜, 매니저 메이의 시점에서 저마다의 인생사를 보여준다.
디어 그레이스 호텔의 특별함은 꿈을 이루는 데만 있지 않다. 이곳에는 호텔 매니저 메이와 목각 로봇 직원 도어봇이 있다. 이들은 손님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이상으로 은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묻어두었던 감정을 이해한다. 몇 차례의 호텔 방문으로 세 존재는 꿈과 우정을 나눈다. 결말부에서 메이와 은혜는 서로를 구하는 선택까지 나아가고, 은혜는 엄마와 미혜를 이해하며 새출발을 응원하게 된다. 단순히 ‘나’의 꿈을 실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를 만들며 새로운 페이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평범하게만 살고 싶다’고 바라게 되는 지친 어느 날, 디어 그레이스 호텔의 문을 두드려 보자.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환영하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작은 용기를 선사할 것이다. 오늘도 다정한 목각 로봇이 잔잔한 선율이 흐르는 호텔 로비에서 당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