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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문장들

생의 고단함을 끌어안는 통찰과 위트


  • ISBN-13
    978-89-6090-912-0 (03890)
  • 출판사 / 임프린트
    마음산책 / 마음산책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2-0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 번역
    오종우
  • 메인주제어
    문학연구: 소설, 소설가, 산문가
  • 추가주제어
    희곡 , 희곡: 근현대 (1900년 이후) , 희곡: 고전, 20세기 이전 , 소설: 일반 및 문학
  • 키워드
    #문학연구: 소설, 소설가, 산문가 #희곡 #희곡: 근현대 (1900년 이후) #희곡: 고전, 20세기 이전 #소설: 일반 및 문학 #고전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192 mm, 224 Page

책소개

‘러시아의 대문호’ 체호프의 정수

생의 고단함을 끌어안는 통찰과 위트

 

체호프가 남긴 희곡, 단편소설, 편지 등에서 선별한 문장들을 엮은 책 『체호프의 문장들』이 출간되었다. 『예술 수업』 『예술적 상상력』을 쓰고 체호프의 『아내·세 자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등을 번역한 오종우 교수가 체호프의 문장들을 고르고 옮겼다. 

2024년은 체호프의 타계 120주기이다. 체호프는 세상을 떠난 지 1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적인 작가다. 그의 희곡은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무대 위에 오르고 있고, 그가 남긴 단편소설은 레이먼드 카버, 앨리스 먼로, 윌리엄 트레버 같은 소설가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체호프의 문장들』은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체호프의 정수를 그려낸다.

작가이자 의사였던 체호프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듯 생의 필연적인 고통을 포착했다. 그의 문장이 절개해서 드러낸 세계에는 살아 있기에 피할 수 없는 아픔이 가득하다. 사랑은 식어가고, 대화는 어긋나고, 세계는 침잠한다. 그러나 체호프는 인간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유머로 불가피한 인생의 상처들을 꿰맨다. 『체호프의 문장들』은 고단한 삶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끌어안는 마음을 건넨다. 

오종우 교수가 책의 서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풍요와 성장을 외치는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영혼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있다. 『체호프의 문장들』은 체호프가 남긴 작품들과 체호프라는 또 하나의 텍스트를 통해서 유일무이한 영혼의 가치를 복원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생명을 복제해도,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을 개발해도 영혼은 만들 수 없다. 영혼은 설명할 수 없어 논리를 세울 수도 없고 분석할 수도 없으니 조립할 수도 없다. 하지만 체호프는 영혼을 “당나귀나 파충류와 인류를 구별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풍요와 성장을 외치는 최첨단 과학기술 시대에 인간의 영혼을 보는 자연과학도 작가 체호프가 우리에게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들어가며」에서

 

견디면서 삶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체호프의 희곡작품 속 명대사

 

『체호프의 문장들』에는 체호프의 희곡작품 속 명대사가 실려 있다. 서로 다른 작품의 대사들을 나란히 읽다 보면, 삶을 대하는 체호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체호프의 작품에는 처절하게 고민하고, 좌절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체호프는 가난한 잡화상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모스크바 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글을 써야 했다. 스물네 살부터 앓은 폐결핵은 평생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생의 피로를 겪어봤기에 인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배우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온 『갈매기』의 니나는 “중요한 것은 꿈꿨던 빛나는 명예가 아니라 견뎌내는 능력이에요”라고 말한다. 이뤄지지 못한 사랑과 풍비박산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바냐 아저씨』의 소냐는 이렇게 말한다. “운명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들을 참아내요. 지금도, 늙은 후에도, 쉬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요.” 모스크바에 돌아가기를 꿈꿨지만 그러지 못한 『세 자매』의 올가는 마지막 대사를 통해 말한다. “오, 사랑하는 내 동생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살아가야 해!” 체호프는 삶이 늘 견딤을 요구하는 괴로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만일 내가 나를 위해 반지를 산다면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을 고를 것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없으며, 우리가 내딛는 아주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현재와 미래의 삶에 중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견뎌온 일들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체호프의 문장들』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고유한 이야기

위대한 예술가 체호프의 창작론

 

체호프는 셰익스피어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극작가이자 현대 단편소설의 체계를 정립한 예술가다. 『체호프의 문장들』은 체호프가 남긴 작품과 그가 쓴 편지 등을 통해서 그의 예술 철학을 소개한다.

체호프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주로 평민이고, 부유하지 않으며, 일상의 작은 번민에 시달린다. 레이먼드 카버는 체호프가 “바닥으로 가라앉은 사람들에 대해 썼다”라고 말한 바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택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체호프는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시베리아를 거쳐 사할린섬까지 가서 3개월간 머물며 유형지에 갇힌 죄수들의 보건·의료 실태를 조사했다. 작가로 성공한 뒤에도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방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농촌 학교와 공공도서관 설립에도 기여했다. 체호프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토대로 세상의 조명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무대 위에 올려서 그들이 스스로 말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체호프는 정치가가 아닌 예술가였다. 그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창작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을 공들여서 창조하고, 그 인물이 살아가는 사회를 그려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독자에게 질문을 건넸을 뿐이다. 체호프가 남겨둔 여백 덕분에 그의 작품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유효하다.  

 

예술가는 작품의 인물들과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단지 공정한 목격자가 되어야 합니다. (…) 나의 유일한 관심은 중요한 말과 중요하지 않은 말을 구별하면서 인물을 조명하고, 그들의 언어로 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는 것입니다.

―『체호프의 문장들』에서

목차

들어가며 

 

Ⅰ 삶의 진리에 대하여 

Ⅱ 사랑에 대하여 

Ⅲ 자연과 사회에 대하여 

Ⅳ 예술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연보 

본문인용

26쪽

진실을 추구할 때 사람들은 두 걸음 앞으로 갔다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도 하지. 고민과 실수와 삶의 권태가 뒤로 물러나게 하지만, 진실에 대한 갈망과 굽히지 않는 의지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누가 알겠어? 아마도 그들은 진정한 진리에 도달하게 될걸…….

 

38쪽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런데 말이다, 자기 잘못을 뉘우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죽는다면 그건 다른 문제야. 마음이 뻔뻔한 채 죽는 것보다 더 사악한 것은 없거든. 뻔뻔한 마음으로 죽으면 악마가 기뻐한단다. 

 

46쪽

유명한 사람들은, 가문이나 따지고 재산이나 챙기는 대중에게 복수라도 하듯이, 빛나는 자신의 명성으로 그들을 멸시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이처럼 울기도 하고, 낚시질도 하고, 카드놀이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다니, 다른 사람들처럼…….

 

48쪽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남의 말에 끼어들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모순된 주장을 내세우며 내키는 대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두세 시간씩 다투다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젠장, 대체 왜 우리가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거야! 안부를 물으며 시작했는데 명복을 빌고 있잖아!”

 

60쪽

운명은 작은 배 같은 나를 폭풍처럼 아무런 연민도 없이 대해.

 

63쪽

아래에서 들려오는 단조롭고 황량한 파도 소리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안식과 영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얄타도 오레안다도 없었던 때에도 이렇게 파도 소리가 울렸을 것이고, 지금도 울리고 있고, 우리가 없어진 후에도 똑같이 무심하고 황량하게 울릴 것이다. 이 불변성이, 우리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이 어쩌면 우리의 영원한 구원을 약속하고 부단하게 움직이는 지상의 삶과 중단 없는 완성을 보장해주는지도 모른다.

 

143~144쪽

진보는 결국 사랑이 실천되고 도덕이 지켜지는 일에 있지 않나요. 누군가를 노예로 만들지 않고 아무도 억압하지 않는다면 그 이상 어떤 진보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179쪽

인생은 계속될 겁니다. 당신과는 관계가 없는, 적어도 당신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인생 고유의 법칙에 따라서 말이죠.

 

191쪽

예술가는 작품의 인물들과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판단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며, 단지 공정한 목격자가 되어야 합니다. 

 

215~216쪽

그러나 그들보다 더 뛰어난 작가들은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삶을 씁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각각의 문장들에 마치 액즙과 같은 목적의식이 스며들어 있다면서 실제의 삶을 배제하고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당위를 느낍니다. 또 그런 것이 당신을 홀립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삶을 있는 그대로 씁니다. 그 이상은 알 바 아닙니다.

서평

-

저자소개

저자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1860년 1월 17일(러시아 구력), 러시아 남부의 항구도시 타간로크에서 태어났다. 1876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이 파산하면서 그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모스크바로 떠났다. 고향에 홀로 남은 그는 입주 과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한 끝에 장학금을 받고 모스크바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생활 중에도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유머 잡지와 신문에 필명으로 단편을 기고했다. 1884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의사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글을 썼으며, 1887년 출간한 단편집 『황혼』으로 이듬해 푸시킨상을 받으면서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그는 1890년 시베리아를 거쳐 사할린섬에 방문해 3개월 동안 유형수들의 보건·의료 실태를 조사했다. 이후 그의 작품 세계는 더욱 원숙해져서 「6호 병동」(1892) 「대학생」(1894)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1899) 같은 단편과 4대 희곡 작품 『갈매기』(1896)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 동산』(1904)으로 이어졌다. 한편 그는 집필을 하는 와중에도 농민들을 무료로 진료하고 콜레라 퇴치 자선사업을 벌이는 등 의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체호프는 1901년 여배우 올가 크니페르와 결혼하면서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결핵이 악화되었고, 요양차 방문했던 독일 바덴바일러에서 1904년 7월 2일 세상을 떠났다.
번역 : 오종우
성균관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 고려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체호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모스크바국립대에서 수학했다.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 『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 『대지의 숨』 『예술 수업』 『무엇이 인간인가』 『예술적 상상력』 등을 썼고, 체호프의 『아내·세 자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벚꽃 동산』을 비롯해 『러시아 희곡 1』(공역) 『영화의 형식과 기호』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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