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신 차 한잔, 그 안에 더 큰 우주가 담겨있기를.
티소믈리에 양태영의 차며드는 이야기!
길을 걷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카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연간 평균 405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다시 말해 국민 평균 하루 최소 1.1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커피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미는 이가 있다. 그는 당당하게 커피를 경쟁 상품이라 여기며 차를 연구한다. 언젠가 “차 한잔하자.”라는 말이 “커피 한잔하자.”라는 말보다 앞서게 되기를 꿈꾸면서.
“혹시 F(coffee)세요? 전, T(tea)인데.”
《한잔에 우주》 저자 양태영 작가는 “혹시 F(coffee)세요? 전, T(tea)인데.”라는 재치 있는 문장으로 ‘차’의 매력을 설파한다. 이는 ‘차’하면 자연히 떠오르는 오래되고 고전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데, 그래서인지 작가가 전하는 ‘차’ 이야기는 어딘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멋진 다구와 오랫동안 우려야 좋은 맛이 날 것 같은 찻잎 대신, 머그컵과 티백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자부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차 한잔’이 부담이 아닌 작은 쉼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책도 작가가 차를 대하는 마음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차의 종류와 효능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기존의 차 관련 도서와 달리, 이 책에는 차와 얽힌 작가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차에 대한 전문 지식 대신 우리가 얼마나 차와 가까이하며 살고 있었는지를, 우리가 나눠 마신 ‘차 한잔’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차 한잔’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차며들게’ 된 것이다. 책 사이사이에는 차와 관련된 재밌는 상식 이야기가 더해져 있는데, 이 또한 차에 대한 정보보다는 차와 관련된 역사나 사회, 문화 현상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가 나눠 마셨던 차 한잔,
그날의 풍경, 향기, 그리고 이야기에 관하여
단순히 ‘차를 마시는 행위’보다 ‘차와 함께했던 그날의 풍경, 향기, 그리고 이야기’가 더 중요한 사람. 양태영 작가가 권하는 차 한잔의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다 보면 늘 곁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 잊고 지냈던 추억 속의 사람들이 생각날 것이다. 더 나아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내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잠깐의 시간을 내어 그들에게 안부를 건네보면 어떨까. 기회가 된다면 차 한잔을 나눠봐도 좋겠다. 차 한잔의 힘을 빌려 우리를 둘러싼 이들과 다정한 시간을 가져보기를. 각자 자신만의 아름다운 우주를 가꾸고 보듬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