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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떼아


  • ISBN-13
    978-89-364-6498-1 (0387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창비 / (주)창비
  • 정가
    21,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2-0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미겔 데 세르반떼스
  • 번역
    최낙원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창비 #소설: 일반 및 문학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644 Page

책소개

『돈 끼호떼』 이전에 『갈라떼아』가 있었다

유럽 전통의 목가시를 넘어 진짜 ‘이야기’의 시초를 보여주는

세르반떼스의 첫 소설 국내 초역!

 

상상으로 만들어낸 꿈 같은 세계를 넘어

살과 뼈를 지닌 구체적 인간들이 탐구하는

다채로운 사랑의 의미

 

불멸의 고전 『돈 끼호떼』의 작가 세르반떼스가 쓴 최초의 소설 『갈라떼아』가 창비세계문학 101번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이 국내에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스페인 16세기 시를 전공한 역자 최낙원의 섬세하고 적확한 번역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서양 근대소설의 원형’이라 평가받으며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회자되는 『돈 끼호떼』보다 약 20년 앞서 출간된 『갈라떼아』는 작가 세르반떼스의 일생과도 연관이 깊은 작품이다. 세르반떼스는 1571년 벌어진 레빤또 해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으로 왼팔을 잃고 귀국하던 길, 튀르키예 해적에게 납치되어 5년간의 포로 생활을 했다. 한 종교단체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풀려난 그는 그 빚을 갚기 위해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갈라떼아』의 시작이었다. 문학적 야심이 충만했던 세르반떼스는 당대에 크게 유행했던 목가시 형식에 자신만의 천부적인 소설적 재능을 더해 시와 노래에 산문을 종합한 형식의 목가소설을 구상해냈고, 1585년 마침내 『갈라떼아』를 완성했다.

유럽의 전통적인 목가시에서 모든 여성 인물은 아름답고 덕성 높은 모습으로, 남성 인물은 사려 깊고 늠름한 지식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들이 사랑을 나누며 노래하는 형식을 따랐다. 그러나 세르반떼스는 이와 같이 이상적인 면모를 갖춘 인물들을 답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을 사랑에 끝없이 고뇌하며 몸부림치게끔 만들었다. 이러한 『갈라떼아』만의 특징은 꿈 같은 세계를 넘어 구체적인 세계를 담아내는 현대적인 이야기의 시초를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의 독자로 하여금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상에서 현실로, 『갈라떼아』의 ‘이야기’

 

『갈라떼아』는 ‘소설’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구체적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가 되기 전, 이상과 현실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하던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데다 덕성까지 갖춘 ‘갈라떼아’를 향한 절절한 사랑에 허덕이는 두 주인공 ‘엘리시오’와 ‘에라스뜨로’는 예의 바르고 사려 깊으며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양치기 청년들이다. 그들의 풍부한 지식과 재능은 궁중의 기사들도 감탄할 만한 수준인데, 이러한 모습은 이들 양치기가 소설 속 사랑에 대한 관념을 주장할 도구로서 “단지 옷만 그렇게 입은 변장한 존재들”(17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당시 유행하던 신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은 관념적이고 이성애적인 것인데, 이는 제4권의 ‘사랑에 대한 논쟁’ 대목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해당 대목에서 사랑에 냉담한 양치기 ‘레니오’와 사랑을 옹호하는 기사 ‘띠르시’는 “눈멀고 발가벗은, 활과 화살을 가진 어린 남자아이”(365면)로 그려지는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를 두고 상반된 해석을 하며 사랑의 가치와 폐해에 대해 논쟁한다. 이처럼 『갈라떼아』 속 인물들은 사랑이라는 관념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사랑을 가치관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논한다. 이들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절절한 노래를 바치고, 상대의 흘기는 눈길 한번에 고뇌에 빠지는가 하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기도 한다. 이는 분명 신화적이고 이상적인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에 인간의 현실과 경험을 결합시킨다. 아무리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을 바친다 해도 인간의 사랑은 질투와 배신, 복수심, 싸움과 분란을 피할 수 없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연인의 죽음에 분노한 청년은 자신을 기만한 친구를 죽이고(66면), 연인의 배신을 참지 못한 남자는 연인을 납치하며(452면), 아름다운 갈라떼아는 재산을 위해 자신을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때문에 절망의 노래를 부른다(445면). 이렇게 현실 세계의 요소들이 이상적인 세계 위에 겹쳐지며 비로소 『갈라떼아』만의 다채롭고 풍성한 ‘이야기’가 완성된다.

 

신화 속 완벽한 여성, 인간으로 거듭나다

 

표제이자 주인공인 갈라떼아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빚어낸 조각상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신화에 따르면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들어낸 조각상을 사랑해 마지않았고, 이 사랑에 감복한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조각상은 마침내 살아 있는 인간으로 탄생했다. 『갈라떼아』의 배경이 되는 따호 강변에서 풍요로운 자연의 축복을 받고 자란 아름다운 갈라떼아는 이 완벽한 여성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갈라떼아뿐 아니라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모든 여성 인물 역시 우아한 태도와 아름다움을 지닌, 고전문학 속 이상화된 여성상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나 소설이 전개됨에 따라 이들은 점차 사랑하고 질투하며 반항하는, 살과 뼈를 지닌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고향의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떼올린다’는 연인을 찾아 고향을 떠나 타지를 헤매고, 원수 같은 집안의 아들을 사랑하게 된 ‘레오니다’는 자신의 명예 따위 개의치 않고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니시다’는 연인을 찾아 헤매다 해적에게 붙잡히는 수모까지 겪지만 끝내 사랑을 이루어낸다. 주인공 갈라떼아 역시 자신을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아버지의 뜻에 반해 엘리시오와 에라스뜨로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다. 연모의 대상에 불과했던 아름다운 여성이 마침내 자신의 인생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살아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처럼 수백년 전에 쓰인 작품임을 믿기 어려울 만큼 주체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좇아가는 『갈라떼아』의 여성 인물들은 이 작품을 읽어나가는 독자들의 선입견을 깨뜨리며 놀라움과 더불어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금의 『갈라떼아』는 전6권으로 이루어진 1부에 해당한다. 서문 「호기심 많은 독자에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세르반떼스는 당초 『갈라떼아』를 2부작으로 구상하고 집필했다. 그는 1부가 독자를 즐겁게 하려는 의도를 이루지 못하면 2부에서 “더 놀라운 기법으로” 반드시 이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2부는 쓰이지 못했다. 그러나 미완성작으로 남겨진 『갈라떼아』는 시대를 초월하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지닌 작품이 되었다. 세르반떼스가 제6권 「칼리오페의 노래」를 통해 스페인의 르네상스기를 빛냈던 수많은 시인들을 톺아보고 찬미했듯, 이제 우리는 『갈라떼아』를 통해 세르반떼스의 작품세계와 더불어 스페인 고전문학의 진수를 누리고 또한 기릴 수 있을 것이다.

목차

감정가

오자에 관한 증명

허가증

특허장

헌사

호기심 많은 독자에게

루이스 갈베스 데 몬딸보가 작가에게

돈 루이스 데 바르가스 만리께가 작가에게

로뻬스 말도나도가 작가에게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제6권

 

작품해설 / 『갈라떼아』의 ‘목가시’적 특성

작가연보

발간사

본문인용

내 노래가 고통에서 나온

슬픈 탄식의 어조와 일치하는 동안,

산과 초원과 들과 강이 슬픔에 젖어

피곤하고 힘없는 님프 에코를 통해 대답하는 동안,

헛되이 강과 산과 초원과 들판에 도움 청하며,

우리는 뜨겁고 차가운 가슴에서 나온

고뇌 더한 탄식 소리를

황급히 지나가는 귀먹은 바람에 주고 있어요. (25면)

 

즐겁거나 때로 슬퍼 보이는 갈라떼아의 얼굴이 자네에게 기쁨이나 고통을 준다면 보리피리 소리에 실어 세상에 흘려보내게. 나는 나대로 나의 삼현금에 그것을 실어 고요한 침묵의 밤에, 혹은 태양이 작열하는 시에스따 시간에 우리 강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저 푸른 나무의 시원한 그늘 밑에서, 자네를 도와 자네의 곤고함, 자네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을 하느님께 호소하며 훌훌 날려버리겠네. 그리고 나무 그늘이 길어지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면 진정한 우정과 좋은 뜻의 징표로 악기 소리 나란히해 우리 할 일의 시작을 알리세. (35~36면)

 

엘리시오:

냉정한 사랑의 신이여,

태양의 황금빛 머리칼과 아름다운 이마를 보고

그 태양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날,

그대는 부드럽고, 달콤하고, 편안하게 나를

종으로 만들어버렸어.

금빛 머리칼에 숨은

뱀독처럼 잔인한 그대의 독,

나는 풍성한 머리 타래 속 태양을 보자

눈으로 태양의 모든 것을 마셔버렸어. 36면

 

엘리시오:

나는 불타오르지만 타버리지는 않아. 살아 있고 또 죽어 있어.

나 자신과 멀리 있으면서 또 가까이 있어.

오직 한점만 바라다가 또 절망하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심연에 빠져버려.

미워하면서도 좋아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잔인해.

나를 사랑의 치명적 실신으로 몰아넣기도 하네.

이러한 모순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나는 나의 종착역에 다가가고 있어. (38~39면)

 

갈라떼아:

사랑의 신을 벗어나서도 불은 태우고, 올가미는 조이고,

얼음은 차게 하고, 화살은 상처를 주네.

그런데 내 영혼은 불길을 싫어하고

올가미에 만족하지 않아요.

 

사랑의 신이여, 할 수만 있다면 엄한 마음으로

다 태워버리고, 친친 동여매고, 얼리고, 죽여버리세요.

그러나 창으로든, 눈雪으로든, 그물로든,

그 뜨거움에 내 의지 사라질 거라 기대하진 마세요.

 

그 불은 내 순결한 의지로 차게 할 것이고

그 매듭은 내 힘과 기술로 풀어버릴 것이고

그 눈은 나의 뜨거운 열심으로 녹일 거예요.

 

화살은 내 생각으로 무뎌지고 떨어지니

나는 사랑의 견고한 터 안에 있는

불도, 매듭도, 창도, 얼음도 두렵지 않네. (71~72면)

 

이 단단한 나무껍질에

새길 글자는

네 믿음보다 더 견고하게

자라날 것이다.

너는 그 믿음을 네 입속에

헛된 약속으로 삼켜버렸지.

그것은 바다에, 바람에

뿌리내린 바위처럼 견고하지 못해. (116면)

 

나의 축복의 길은 너무 좁고

나의 불운으로 만들어진

불행의 길은 너무 넓고 광대합니다.

 

당신의 냉담함에 힘을 얻어 화를 내며

나의 생명 이기기 원하는

죽음이 이 길로 급히 달려갑니다.

 

나의 행복은 죽음에 굴복하고

당신의 냉혹함에 쫓깁니다.

그 냉혹함이 결국 나의 짧은 삶을 끝내겠지요. (203~204면)

 

내 고통의 바다에서

나 한번도 고요함 본 적 없어요.

나의 믿음을 지탱할 그 사람에 대한

희망 또한 이루어진 적 없어요.

그러니 사랑의 신과 운명의 여신에게

불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기대하지 않아요.

기대해도 희망 없으니,

당신을 나의 향한 믿음,

그것이 유일한 믿음이에요. (576면)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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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번역 : 최낙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및 동 대학원 스페인어문학과를 졸업한 후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스페인 국립 마드리드 꼼뿔루뗀세 대학교에서 수학하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에서 교편을 잡았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스페인어문학회 편집위원장, 전북대학교학생처장, 인문학연구소장, 한국국제교류재단 중남미 지역 순회 강사, 미국 오스틴 텍사스 주립대학교 방문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역서로 『춘향전』과 황석영 『객지』의 스페인어판,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의 삶, 그의 행운과 불운』 『산 후안 데 라 크루스 시집』, 편저로 『카탈루냐어-한국어 사전』 등이 있다.
저자 : 미겔 데 세르반떼스
1547년 9월 29일경 에스빠냐 마드리드 근교의 대학도시 알깔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1571년 튀르키예군에 대항한 레빤또 해전에 참전해 왼팔을 잃는 부상을 당한 뒤 이딸리아 각지를 여행했다. 1575년 귀국길에 마르세유 근방에서 튀르키예 해적들에게 사로잡혀 알제리에서 포로 생활을 했고, 1580년에야 에스빠냐 종교단체의 보상금 지원으로 석방됐다. 1584년 까딸리나 데 빨라시오스와 결혼하고 이듬해 1585년 첫 목가소설 『갈라떼아』를 출판했다. 1587년부터 무적함대의 보급공출 세무사로 일하던 중 1592년 무단으로 밀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투옥되었고, 1597년에는 세비야 은행이 파산하자 공금횡령죄로 수감되었다. 이때부터 『돈 끼호떼』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1605년 『돈 끼호떼』 제1권을 출간했으며, 이후 『모범소설집』 1, 2(1613) 『성스러운 시단의 여행』(1614) 『돈 끼호떼』 제2권(1615) 등을 출간하며 죽는 날까지 창작열을 불태우다가 1616년 4월 22일 마드리드 중심가의 작은 집에서 향년 68세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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