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숲을 그린이에게


  • ISBN-13
    979-11-986983-2-2 (7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반달서재 / 반달서재
  • 정가
    13,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유순희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한국창작동화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유아/어린이
  • 도서상세정보
    207 * 265 mm, 60 Page

책소개

초등 국어 교과서 수록작 《우주 호텔》에 이은 유순희 작가 신작 

초록이 지닌 생명력으로 마음 구석구석을 물들이는 이야기

액자 속 그림이 갈아 끼워지듯 짤막하게 읽히는 그린이의 에피소드들이 마치 한 통의 편지처럼 엄마에게, 독자에게 전해지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밤, 샛별빌라 3층에서 그린이가 창밖을 내다본다. 밖은 이미 캄캄한데 일하러 간 엄마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된다. 전봇대 갓등 아래로 떨어지는 가느다란 비를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니, 어느새 왔는지 엄마가 1층 세차장 문턱에 앉아 있는 게 보인다. 후다닥 1층까지 내려갔는데, 울고 있는 엄마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린이는 엄마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석 달 전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그린이도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숲이 눈에 들어왔고, 숲은 그린이의 눈길을 받아 주었다. 다행히 그린이가 친구들과 친해지면서 숲을 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그린이에게 너른 품을 내어 주었고, 물음표를 던지면 스스로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놀이터였다. 

 

엄마의 작고 쓸쓸한 뒷모습을 본 오늘, 울고 있는 엄마를 마주한 지금, 그린이는 엄마에게 아주 중요하고 대단한 말을 해 주고 싶어졌다.

목차

없음

본문인용

“먼저 가.”

그린이가 말했지만, 청설모는 겁에 질린 듯 눈동자가 뱅글뱅글 돌고, 빗자루 같은 꼬리도 덜덜 흔들렸습니다. 그린이는 이상해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예전에 본 청설모들은 마주치면 재빨리 나무를 타고 도망갔거든요. 그래서 모든 청설모는 사람을 만나면 다 그렇게 도망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 청설모는 왜 도망도 안 가고 떠는지 모르겠습니다.

“숲이 네 집인데 왜 떨어?”

그린이가 청설모에게 물었습니다.

“…… 왜 안 가?”

청설모가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조그맣게 물었는데도 계속 떨기만 했습니다. 그걸 보니 청설모가 생긴 건 똑같아도 성격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어른인데 유난히 겁이 많았습니다. 작은 벌레가 신발에 밟혀 죽은 걸 봐도 쩔쩔매고, 한밤중에 ‘뿌앙’ 하고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에 놀라 눈이 똥그래지기도 했습니다.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런 이유로 겁먹는 엄마는 없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벌벌 떠는 청설모를 보니 ‘아하, 엄마라고 해서 모두 강한 건 아니구나. 겁보 엄마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수수께끼가 풀린 것 같아 개운했습니다.

 - 본문 12~14쪽 - 

 

엄마는 참나무를 쳐다보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린아……. 엄마는 저기 참나무까지 일직선을 긋고 선을 따라 걸어가듯이 인생도 그렇게 일직선으로만 걸어가고 싶었어. 이리저리 헤매면서 살고 싶지 않았어. 그런데 가고 싶지 않은 길도 가게 되고, 자꾸 헤매게 돼…….”

그린이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엄마, 숲에서는 삐뚤빼뚤 걸어가야 해요. 일직선으로만 가면 다른 길에 핀 꽃이랑 풀은 보지 못해요…….”

그린이의 말에 엄마는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렇지. 일직선으로만 걸어가면 예쁜 꽃들도 다 보지 못하고 재미없지. 숲이니까 삐뚤빼뚤 걸어 보자.”

그린이와 엄마는 까만 숲속을 삐뚤빼뚤 걸어 다녔습니다.

 - 본문 53쪽 -

서평

엄마 같지 않은 엄마? 작고 여린 듯싶지만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엄마  

이 동화의 원고를 처음 읽을 때, 그린이의 엄마를 보면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엄마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미안한 표현이 될 수 있겠는데 ‘엄마 같지 않은 엄마’였다. 대개 ‘엄마’라고 하면 우리는 강인한 이미지,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해내는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무섭고 두려운 것 앞에서도 아이를 위해서는 아닌 척, 강한 척을 해야 하는 게 엄마의 숙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어쨌거나 우리는 엄마라는 그늘 아래에서 그 덕을 보고 자라난 존재들이다. 그러는 사이, 엄마는 모름지기 강해야 한다는 당위를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강할까? 어떤 일에도 잘 견디고, 대처 능력이 뛰어나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건지 물음을 던진다면 다양한 답이 돌아올 것 같다. 그린이의 엄마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환경에서 그린이와 자신을 지켜 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비록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엄마는 아니지만 그린이의 말 한마디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고 엄마의 따스한 사랑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게 꽉 안아 주는 엄마였다. 덕분에 그린이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아이에게 어떠한 위험도 닥치지 않도록 앞길을 열어 주는 것보다 정말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세상 모든 관계에서 일방적인 것은 없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니 부모나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걸 해결해 주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이가 하나의 주체로서 단단하게 설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기다려 주는 게 어떨까. 그린이의 엄마는 겉보기에 보통의 엄마들처럼 강인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는 아이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린이와 엄마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서로에게 단단한 기둥이 되어 줄 그런 힘 말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각 가정의 자녀 수가 줄었고, 아이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는 어른이 아이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기도 하고, 거꾸로 아이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렇게 요즘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관계의 한 부분이 그린이와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오버랩되었고,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독자들이 이 책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누군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면 참 좋겠다. 

 

초록의 생명력으로 숲이 주는 치유와 포용의 힘을 그려 내는 아이 

흔치 않은 주인공 이름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떠올리는 순간, 책의 주요한 배경이 숲이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은 초록을 연상시키고, 초록을 영어로 표현하면 그린(green)이니까. 그린이가 숲과 만나고, 친구가 되고, 숲으로 걸어 들어가 무언가를 느끼고 치유받는 과정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불멍, 물멍처럼 숲멍을 하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딴생각도 해 보았다. 숲속을 걷고 있으면 초록이 만들어 내는 향기를 들이마시고 산새 지저귀는 소리, 나뭇잎 바스락대는 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 자연 속으로 스며드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힘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린이의 이름은 읽을수록 초록의 의미만 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숲에서 청설모와 우연히 만난 뒤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즐거운 만남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후에도 그린이는 숲에서 마주하는 단상과 느낌을 머릿속으로, 종이 위로 계속해서 그려 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단단해 보이는 그린이가 퍽 대견하면서도 이 아이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그린이가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심플한 액자에 그림이 갈아 끼워지듯 다양한 상상을 일깨우는 동화 

그린이는 퇴근이 늦어지는 엄마를 기다렸고, 울고 있는 엄마를 발견했고, 엄마와 함께 숲으로 걸어가 희망 품은 숲의 기운을 느꼈다. 이야기의 줄기는 이렇듯 간단하다. 그런데 중간중간 엮어져 있는 에피소드들이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해 주었다. 그린이네 집 이야기, 그린이의 학교생활, 그린이가 숲에서 관찰하고 느낀 것들이 엄마와의 대화 속에 녹아들면서 마치 심플한 액자에 다양한 그림들이 갈아 끼워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각각의 장면으로 각인된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의 편지처럼 이어져 엄마에게 전해지고, 그린이와 엄마의 이야기는 다시 독자들에게 편지처럼 다가갈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주하는 그림들은 구체적인 장면을 포착한 표현도 있지만, 이야기와 함께 마음속의 숲을 거닐면서 펼쳐지는 생각이 그림으로 옮겨진 것들도 많았다. 텍스트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두 개의 장면에서 특히 그랬는데, 작가들과의 교감 혹은 독자적인 상상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부분으로 다가왔다. 

저자소개

저자 : 유순희
어릴 때부터 다락방에서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순희네 집』으로 MBC 창작동화대상을, 『지우개 따먹기 법칙』으로 푸른문학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 『진짜 백설공주는 누구인가』, 『박지민이 안 그랬대』, 『뚱보 개 광칠이』, 『우리들의 비밀 클럽』, 『명숙이의 숙제』, 『왕주먹 대 말주먹』 등이 있으며, 『우주 호텔』과 『지우개 따먹기 법칙』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 어린이의 꿈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으로 한 줄, 한 줄 진심을 다해 글을 쓰려 노력한다.
그림작가(삽화) : 오승민
작은 방에서 달력 뒤에 그림을 그리며 자랐다. 2004년 그림책 『꼭꼭 숨어라』를 짓고부터 어린이 책 작가로 살고 있다. 『우주 호텔』, 『명숙이의 숙제』, 『나의 독산동』, 『검은 여우를 키우는 소년』, 『루호』, 『히든』, 『불량한 자전거 여행』 3편과 4편, 『백 번 산 고양이 백꼬선생』 시리즈 외에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책으로 『소원이 이루어질 거야』, 『점옥이』, 『오늘은 돈가스 카레라이스』 등이 있다. 먹는 것이 나를 만들 듯,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영양가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