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황허 유역의 허난 지방에는 코끼리가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후 변화와 코끼리 남획 등의 영향으로 코끼리가 남쪽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먼 훗날 허난 지방의 사람들은 실제 코끼리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대신 코끼리가 많았던 시절에 죽어서 남아 있던 코끼리 뼈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었다.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뼈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코끼리의 뼈를 통해 코끼리의 모습과 크기를 생각한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 상상이다.
-01_“AI, 상상, 권력” 중에서
그동안 인간을 위한 설계(design for human) 차원에서 발전해 온 인체 공학 혹은 인간 공학(ergonomics) 덕분에 ‘기술에 의한 인간의 편리함’이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지만, AI는 그것을 넘어선다. ‘인간을 위한 기술’은 물론이고 ‘기술에 의한 인간’, 그리고 그 ‘기술에 의한 인간’이 제공해 주는 인간의 편리함을 낳게 하는 고도의 기술이 AI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전에는 ‘기술’로 표현되었지만, AI는 ‘AI’로 표현된다는 점이다. 인간을 편리하게 해 주는 ‘기술’이라는 말보다는 인간을 편리하게 해 주는 ‘AI’로 언급되는 것이다.
-03_“AI와 편리성의 상상권력” 중에서
위신을 추구하는 인간은 변화된 사회에 발맞추기 위해 AI를 배운다. 아니, 앞서 언급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사례처럼 배워야만 한다. 적어도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위신을 유지하거나 더 높이기 위해서는 AI에 대해 알려고 한다. AI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서 AI와 관련한 몇 가지 정도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려고 한다. AI는 위신의 문제로 나에게 맞닿아 있는 것이다.
-06_“AI와 위신성의 상상권력” 중에서
부정성은 긍정성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가 아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떤 측면에서는 부정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일 수 있다.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 바뀔 수도 있다. 때로는 부정성이 긍정성으로 변할 때도 있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으로 여겨져도 절대적인 부정성으로 단정할 수 없다.
-09_“AI와 부정성의 상상권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