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다들 아시는 유명한 문구일 텐데요, 독일의 문호인 괴테가 한 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무언가를 빠르게 이뤄내는 것보다 맞는 길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로 자주 쓰이는 문장이지요. 그런데 제게는 약간 당황스러운 말로 다가옵니다. 왜냐면 '속도'와 '속력'을 혼동한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선 둘 다 빠르기를 나타내는 단어로 비슷하게 쓰이지만, 과학에서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p.20)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놀이기구도 있습니다. 자이로드롭은 높은 곳에 올라간 다음 뚝! 하고 빠르게 떨어지다가, 도착 지점(아래)에선 갑자기 천천히 내려오죠. 원리는 이렇습니다. 사람이 앉는 좌석의 등받이 쪽에 자석이 있고, 기둥 맨 아래부터 3분의 1 되는 지점에 금속판이 있습니다. 자석이 금속판 가까이로 내려오면 금속판에 전류가 흐르는데요, 이 전류로 인해 떨어지는 자석을 밀어내는 자기력이 생깁니다. 그 힘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떨어지다가도 도착 지점에선 천천히 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p.83)
뉴턴의 운동 법칙으로 설명되던 세상에서 살던 인류가, 이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원자와 전자의 세계를 알게 됩니다. 눈에 보이는 거시세계의 법칙으로는 전혀 설명이 안 되는 미시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해진 거죠. 그래서 나온 게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p.100)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미시세계는 불확정성과 확률의 지배를 받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연을 확률로 이해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과학자라면 확실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닐스 보어는 그 말을 듣고 시원하게 받아쳤다고 합니다.
“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 (p.104)
평소 카드 게임을 즐겨하던 멘델레예프는 원소의 이름, 질량, 성질 등을 종이에 적고, 카드 게임을 하듯 비슷한 특징을 가지는 원소들을 묶어보려고 했죠. 그런데 이게 녹록지 않았던 겁니다. 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죠. 그러던 어느 날 멘델레예프가 자다가 꿈을 꿨습니다. 꿈에서 자신이 고민했던, 원소의 규칙성이 반영된 주기율표의 모습을 본 겁니다! 꿈에서 깨자마자 그대로 옮겨 적었는데 이것이 현재 주기율표의 기본 틀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생각했으면 꿈에까지 나왔겠어요. 이렇게 미쳐있어야 뭐가 돼도 되는 건가 봅니다. (p.140)
전자를 서로 공유하거나 교환하며, 두 개 이상의 원자가 결합하여 새로운 성질을 가진 분자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물질을 이루는 과정을 '화학 결합'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산소는 다른 물질을 잘 태우고, 수소는 잘 타는 성질이 있습니다. 잘 태우고 잘 타는 둘이 만나면 생뚱맞게도 물이 됩니다. 독성이 강한 나트륨과 염소가 만나면 아주 무서운 놈이 나올 것 같지만, 의외로 소금이 만들어집니다.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서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이죠. (p.150)
외핵의 물질들이 회전하면서 지구 자기장을 만든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이 지구 자기장은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주에는 태양풍이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엄청난 에너지의 입자, 하전 입자(전하를 띠고 있는 입자)가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겁니다. 태양풍은 일종의 방사선이기에 몸에 엄청나게 해로운데, 이것을 자기장이 막아줍니다. 남극과 북극 주변에서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데요, 이건 자기장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증거랍니다. (p.266)
가끔 저한테 지구가 진짜 멸망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요,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멸망할 뿐입니다.”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만한 말입니다. 지구는 지구일 뿐, 아무렇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지구를 살려야 하는 게 아니라 인류를 살려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지구를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거죠. (p.274)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 온도가 올라가면, 따뜻한 바닷물과 대기 위쪽의 차가운 공기 사이에 온도 차가 커지면서 태풍의 에너지가 더 커집니다. 더 강력한 태풍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죠. 지구온난화라고 하면 더워지는 현상이니까 가뭄이나 산불 등이 쉽게 연상되지만, 태풍이나 폭우, 홍수도 심해질 수 있습니다. 재난 형태가 한쪽으로 쏠리는 게 아니라 양극화되는 것이죠. (p.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