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4(2461) 이숙견(李叔堅)
한(漢)나라 때 여남(汝南) 사람 이숙견의 집에서 기르던 개가 갑자기 사람처럼 서서 걸었다. 집안사람들이 모두 그 개를 죽이라고 청하자 이숙견이 말했다.
“개와 말은 군자에 비유되는데, 사람이 걷는 것을 보고 흉내 낸 것이니 무슨 해가 되겠는가?”
후에 이숙견이 갓을 벗어 평상 위에 놓았더니 개가 그것을 쓰고 달려 다니자, 집안사람들이 크게 놀랐지만 이숙견은 또한 괴이하게 여기지 않았다. 얼마 뒤에 개가 또 부뚜막 앞에서 불을 지피자 집안사람들이 더욱 경악했는데 이숙견이 말했다.
“노복들이 모두 밭에서 일하고 있는 참에 개가 불을 지피는 것을 도와주어 다행히 마을 사람을 번거롭게 하지 않았으니 또한 무엇을 꺼린단 말인가?”
열흘이 지나서 개는 저절로 죽었고 결국 털끝만큼의 재앙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이숙견은 끝까지 높은 지위를 누렸다.
평 : 《광이기(廣異記)》에 이런 고사가 있다. [당나라의] 위원충(魏元忠)은 미천했을 때 집이 가난했다. 한 여종이 물을 길러 나갔다가 돌아와서 보았더니, 한 늙은 원숭이가 불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종이 놀라 그 일을 아뢰자 위원충이 천천히 말하길, “원숭이가 나에게 일꾼이 없음을 딱하게 여겨 나를 위해 불을 지켜 주었으니 매우 좋은 일이로다!”라고 했다. 또 한번은 위원충이 하인을 불렀는데, 하인이 미처 대답하기 전에 개가 대신 하인을 부르자 위원충이 또 말하길, “이 착한 개가 나를 대신해 수고하는구나”라고 했다. 또 위원충이 혼자 앉아 있을 때 쥐 떼가 손을 모으고 그의 앞에 서 있자 그가 또 말하길, “쥐가 배고파서 나에게 먹을 것을 달라는구나”라고 했다. 그러고는 먹을 것을 가져다주게 했다. 한밤중에 올빼미가 지붕 끝에서 울자 집안사람들이 탄궁(彈弓)으로 쏘려 했더니 위원충이 또 말리면서 말하길, “올빼미는 낮에는 사물을 보지 못해서 밤에만 날아다닌다. 이것은 천지가 길러 주는 것이니 남쪽 월(越) 땅이나 북쪽 오랑캐 땅으로 가지 못하게 한다면 장차 어디로 간단 말이냐?”라고 했다. 그 후로 마침내 괴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78-17(2507) 설이낭(薛二娘)
당(唐)나라 초주(楚州) 백전현(白田縣)에 설이낭이라는 무당이 있었는데, 스스로 금천대왕(金天大王 : 화악신)을 섬기며 요괴를 쫓아내 없앨 수 있다고 말하자 현읍 사람들이 그녀를 받들었다. 마을 주민 심(沈) 아무개의 딸이 요괴에게 홀려 실성했는데, 간혹 몸을 자해하기도 하고 불 위를 걷거나 물속으로 들어가기도 했으며, 나중에는 배가 점점 커져 마치 임신한 사람 같았다. 부모는 이를 걱정해 무당 설이낭을 모셔 왔다. 설이낭은 도착한 뒤 방에 제단을 만들고 병자를 그 위에 눕혔으며, 옆에 커다란 화덕을 놓고 무쇠 솥을 벌겋게 달궜다. 설이낭은 마침내 옷을 차려입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춤을 추며 신을 청했다. 잠시 후 신이 내려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재배했다. 설이낭은 술을 올리면서 빌었다.
“속히 요괴를 불러오십시오!”
설이낭은 말을 마치고 화덕 안으로 들어가 앉았는데, 안색이 태연자약했다. 한참 뒤에 설이낭은 옷을 털고 일어나서 달궈진 솥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춤을 추었다. 곡이 끝나자 설이낭은 솥을 치우고 걸상에 걸터앉더니 병자를 꾸짖으며 스스로 포박하라고 했는데, 병자는 마치 묶인 것처럼 손을 뒤로 했다. 이어서 그녀에게 스스로 해명하라고 했더니, 병자가 처음에는 울면서 말하지 않자 설이낭이 크게 화를 내면서 칼을 들고 그녀를 베었는데, 휙! 하고 칼날이 지나갔지만 몸은 그대로였다. 그러자 병자가 비로소 말했다.
“항복합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말했다.
“저는 회수(淮水)에 사는 늙은 수달로 그녀가 빨래하는 것을 보고 반했습니다. 뜻밖에도 성사(聖師)를 만나게 되었으니, 부디 저를 살려 주신다면 이후로는 자취를 감추겠습니다. 다만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새끼를 아직 낳지 못했으니, 만약 낳은 뒤에 죽이지 않고 저에게 돌려주신다면 바라는 것 이상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오열하자 사람들이 모두 불쌍하게 여겼다. 병자는 마침내 붓을 잡고 작별의 시를 지었다.
“조수가 밀려올 때 조수 따라왔다가, 조수가 빠져나가니 빈 모래밭만 남았네. 올 때가 있으면 결국 떠날 때가 있으니, 정은 쉽게 생기지만 다시 그 정을 떼기란 어렵네. 배 속의 새끼 때문에 창자가 끊어지는데, 밝은 달 비치는 가을 강은 차갑기만 하네.”
병자는 본래 글을 몰랐는데, 이때에 붓으로 쓴 시구는 모두 아름다웠다. 잠시 후에 병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다음 날에야 깨어나서 비로소 말했다.
“처음에 빨래하고 있을 때 멋진 젊은이가 유혹해 왕래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스스로 알지 못했습니다.”
한 달 후에 심씨의 딸은 수달 새끼 세 마리를 낳았는데, 그 새끼를 죽이려 하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요괴는 약속을 지켰는데, 우리 인간이 거짓말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놓아주는 것만 못합니다.”
그 사람이 수달 새끼들을 호수로 보내 주자, 커다란 수달이 뛰어올라 맞이하더니 등에 태우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79-19(2526) 해목국(輆沐國)
월(越)나라의 동쪽에 해목국이 있다. 미 : 해(輆)는 음이 선(善)과 애(愛)의 반절(反切)이다. 그 나라에서는 장자가 태어나면 몸을 갈라 먹는데, 그것을 “의제(宜弟)”라고 부른다. 또 아버지가 죽으면 어머니를 업고 가서 버리면서 귀신의 아내와 함께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초(楚)나라 남쪽에는 염인국(炎人國)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부모가 죽으면 그 살을 발라내 버린 뒤에 그 뼈를 묻는데, 그래야만 효자가 된다고 한다. 진(秦)나라 서쪽에는 의거국(義渠國)이 있다. 그 나라에서는 부모가 죽으면 땔감을 쌓아 시체를 불태워 위로 올라오는 연기를 쐬게 하는데, 이것을 “등연하(登烟霞)”라고 부르며, 그런 연후에야 효자가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