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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ISBN-13
    978-89-356-7885-3 (0385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도서출판 한길사 / (주)도서출판 한길사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1-2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예니 에르펜베크
  • 번역
    유영미
  • 메인주제어
    근현대소설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근현대소설 #독일문학 #외국소설 #독일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440 Page

책소개

“절제에 대한 동경은 절제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소망, 

딱 그만큼인 것이 틀림없다.”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 예니 에르펜베크의 『카이로스』가 출간되었다.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작품으로 주목받은 『카이로스』는 “암울하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소설”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 사이의 단절된 간극을 깊숙이 파고드는 소설” “시간, 선택, 역사의 힘에 대한 철학적 탐구”라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카이로스』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역사의 격동기를 무대로 펼쳐지는 한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다. 열아홉의 어린 여성과 서른넷 연상의 중년 남성과의 특이하고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독일의 현대사와 절묘하게 결합해냈다. 이러한 파격적인 주제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행간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역사적 메타포는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파괴적인 사랑과 열정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권력, 예술, 문화, 역사와 함께 한 소녀의 성장에 도달한다.

 

독일의 현대사와 역사에 얽힌 개인의 삶에 천착해온 에르펜베크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은 “박물관으로서의 소설”이다. 자신의 기억들, 친구들의 기억들, 주변 사람들의 기억들, 어지러웠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들, 그들이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한 편의 소설 속에 담고자 한 것이다. 『카이로스』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던 시대의 혼란을 한 남녀의 관계와 교차시켜 보여주며, 6년간 이어진 두 사람의 사랑이 마치 스러져가는 동독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동독의 몰락과 맥을 같이한다.

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상자

막간극

두 번째 상자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인용

  1. 절제에 대한 동경은 절제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소망, 딱 그만큼인 것이 틀림없다. (42p)

 

  1. 찢어낸 페이지는 영원히 그 책에서 상실된 페이지로 남겠구나. 그녀는 생각한다. 이런 빈틈이 그녀가 그의 현실에 남긴 첫 흔적인가 보다, 라고. (88p)

 

  1. 하나가 다른 하나를 교대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물결이 한 사람을 어디론가 실어가면, 다른 사람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었던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모든 것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었던가? (190p)

 

  1. 하지만 그가 40년 동안 해답으로 여겼던 것이 해답이 아니었고, 더 이상 답이 될 수도 없다면, 40년 전 희생자들의 죽음은 헛되었던 걸까? 누가 감히 저승으로 내려가 죽은 자들에게 그들이 헛되이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를 묻을 수 있는가? 그럴 수 없다. (216p)

 

  1. 이제 ‘사랑’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남은 인생 내내 그냥 토하고만 싶다. (244p)

 

  1. 그러나 누락하고, 침묵하고, 회피하는 가운데 누락된 것, 침묵된 것, 회피된 것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영원히 간직된다. (275p)

 

  1. 기본적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뒤집힐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278p)

 

  1. 증거로 남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속임수를 만들어내는 종이의 독특한 속성, 하나의 현실을 다른 현실에서 분리하는 속성. 현실의 위계질서를 만들어내는 속성.
     사람이 종이 위에서 이런저런 것을 읽는 동안, 어떤 무인지대에서는 기록되지 않은 또 다른 진실이 계속 살아간다. 그 진실은 영원히 독자적인 삶을 이어나간다. 베를린의 밤, 거짓말도 잘 만들어야 믿지, 라고 카타리나는 홀로 집에 앉아 생각한다. 힘없는 자들의 힘은 거짓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302p)

 

  1. 그리하여 점점 더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도둑질에서의 단 한 가지 즐거움은 속이는 것 자체에 있다는 것, 속임으로써 힘을 가진 것처럼 느끼는 것, 속이는 것이 선사하는 힘의 환상에 있다는 것이다. (391p)

서평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이념의 세계가 무너지며 펼쳐지는 파괴적인 사랑과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

 

“내 장례식에 올 거야?” 이야기는 자신의 장례식에 올 것이냐는 반복된 물음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넉 달 뒤의 그의 장례식 날, 그녀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후 누군가가 그녀에게 커다란 상자 두 개를 전해주고, 순식간에 무대는 그녀가 열아홉이었던 수십 년 전의 평범했던 하루로 전환된다.

 

1986년 7월 11일, 동베를린. 두 사람은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다. 열아홉 소녀인 카타리나와 쉰셋의 유부남 한스는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쉽게 가까워진다. “당신은 나랑 자야 해요.” 카타리나가 선을 넘고, 한스는 이에 응한다. 이들의 부정不正한 사랑은 숱한 위기를 맞고, 카타리나가 동료인 바딤과 가까워지며 관계는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다. 설핏 두 사람 사이의 치정으로만 보이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밝혀지는 반전을 계기로, 개인과 역사가 어떻게 얽히고설키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작가의 치밀한 설계 덕분에 이 책을 두 번 읽은 독자는 에르펜베크가 숨겨놓은 암시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

 

『카이로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반복되는 교차와 대비다. 에르펜베크는 문장의 대구와 상황의 대비를 통해 두 사람의 심리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결코 다시는 오늘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한스는 생각한다. 영원히 이럴 거라고 카타리나는 생각한다”와 같은 문장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 이러한 대비는 심리 서술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동독으로 대표되는 무너지는 구체제와 독일 통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의 대조라고도 볼 수 있다.

 

동독 출신의 작가 예니 에르펜베크

시간, 희망, 그리고 물거품이 된 희망을 그리다

 

『카이로스』의 저자 예니 에르펜베크의 삶은 작중 주인공 카타리나의 삶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다. 작가와 카타리나는 모두 1967년생으로 나이가 같으며, 동베를린 출신으로 고향도 같다. 두 사람 모두 국영 출판사에서 직업 교육을 받았고, 프랑크푸르트 안 데어 오데르 극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이 자전적인 소설은 아니며, “박물관으로서의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에르펜베크는 미국의 유명 문예지 『파리 리뷰』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비상한 ‘자유’라는 개념이 혼란스러웠다며,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 자신의 어린 시절은 ‘박물관’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은 아니지만, 이러한 작가의 성장 배경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베를린의 생생한 풍경은 개방된 사회의 눈으로 보기에는 기이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그러나 카타리나와 한스, 그리고 작가인 에르펜베크에게는 이러한 일상은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이었다. 우리는 흔히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해방’으로 이해하곤 하지만, 『카이로스』가 그리는 장벽의 붕괴는 ‘상실’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더불어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베를린 장벽 붕괴 전후 독일에 감도는 긴장을 선명하게 묘사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나라, 독일민주공화국. 『카이로스』는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리얼리즘적 다큐멘터리이자, 개인과 체제, 시대와 역사가 어떻게 서로 복잡하게 관계 맺으며 직조되는지에 대한 우화다. 한국 독자들이 소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동서독의 지도와 베를린 장벽 지도를 넣었다. 이 소설을 읽는 시간이 우리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에르펜베크의 말처럼,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소설이 사라져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애도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소개

저자 : 예니 에르펜베크
예니 에르펜베크 Jenny Erpenbeck, 1967-
21세기 독일어권의 대표적인 서사적 소설가인 예니 에르펜베크는 독일 동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훔볼트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고 한스 아이슬러 음악학교에서 오페라 연출을 공부했다. 하이너 뮐러, 루트 베르크하우스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베를린과 오스트리아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많은 오페라 작품을 연출했다. 1999년 『늙은 아이 이야기』를 발표하고 독일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단편집 『탄트』(2001), 장편소설 『사전』(2004)과 『가다, 갔다, 가버렸다』(2015) 등 여러 작품을 발표했다. 『카이로스』(2021)로 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2023년 전미문학상 번역부문 최종후보를 비롯해 2021년 제5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잉게보르크 바하만 심사위원상, 예술가협회 문학상, 졸로투른 문학상, 하이미토 폰 도더러 문학상, 헤르타 쾨니히 문학상, 리테라투르 노르트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전업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 유영미
유영미 柳英美, 1968-
연세대학교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일하며, 문학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독일어권 책들을 작업해왔다. 『헤르만 헤세의 나로 존재하는 법』 『부분과 전체』 『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울림』 『여자와 책』 『제정신이라는 착각』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환상적인 문어』 외에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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