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제국의 문화권력’ 연구, 10권의 마지막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는 2008년부터 9년 동안 ‘제국일본의 문화권력-학지와 문화매체’라는 연구 아젠다로 한국연구재단 중점연구소 지원사업을 수행했고, 바로 이어서 2017년부터 7년 동안 ‘포스트제국의 문화권력과 동아시아’라는 연구 아젠다로 인문한국 플러스 지원사업을 수행하면서 그동안 ‘문화권력’ 관련해서 다수의 연구성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며, 일제강점기 일본의 동화정책을 다루고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제국일본의 문화권력’ 연구에 가까운 책으로 보이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화정책이라는 식민정책이 작금의 한일 양국 관계에도 투영된다는 점에서 ‘포스트제국의 문화권력’ 연구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총 16년 동안 국책사업으로 ‘문화권력’ 연구를 수행한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가 인문한국 플러스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마지막 해에 세상에 내놓은 10권 중 한 권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크 카프리오 교수는 역자이자 연구소 서정완 소장과 연구자로서 개인적 교류가 있었으나, 2020년 세상이 COVID-19로 한창 시끄럽고 어려운 시기에 릿쿄대학 연구년을 이용해서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에서 1년 동안 함께 연구를 한 일이 계기가 되어, 이번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본의 동화정책』 간행으로 이어졌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려는 한 연구자의 시선과 균형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일본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개최되는 학회에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국인 연구자가 일제강점기 식민권력의 동화정책을 연구해서 펴낸 책이라는 점에 있다. 때로는 국내 독자한테는 조금은 낯선 시선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닌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철하게 바라보려는 한 연구자의 시선임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우리 스스로 균형을 더 잘 잡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본적인 동질성 속에 세부적인 이질성이 있는 차이를 서로 확인하고 공유할 때 그 공감대는 강해지기 때문이다.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본의 동화정책』을 구성하는 네 개의 층위
여기서 이 책의 구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크게 네 개의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첫째 층위는 서장과 제1장이며, 주로 식민지 팽창과 서양의 동화정책을 다룬다. 여기서는 주로 영국, 프랑스를 비롯해 일본에 앞서 해외에 다수의 식민지 팽창을 거듭해 온 유럽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동화정책을 개관하면서, 그러한 동화정책을 취한 이유와 구체적인 전개 과정과 결과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유럽 각국을 개관함으로써 제국 일본이라는 맥락에서만 바라보기 일쑤인 일본의 식민지 동화정책의 특징을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볼 때 훨씬 더 입체적이고 깊고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층위는 제2장으로, 식민지를 내국 식민지, 주변 식민지, 국외 식민지로 구분하면서 일본의 식민지 유형에 따른 동화정책의 양상을 밝히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에조의 아이누와 류큐, 대만인,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동화정책을 조감함으로써 일본제국이 취한 동화정책의 일반적 양상과 전체적 특징을 부조하고 있다. 셋째 층위는 제3·4·5장이며,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본의 동화정책을 시기별로 나누어 조선에서의 동화정책 구축, 1919년 3·1운동 이후 무단정치에서 문화정치로의 정책 개혁과 그 과정에서 집행된 동화정책, 전시 중의 급진적 동화정책을 각각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넷째 층위는 제6장과 종장이며, 일본의 동화정책에 대한 조선 및 조선인의 평가와 전반적인 식민지화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이처럼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본의 동화정책을 첫째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동화정책, 둘째 일본의 다른 식민지에 대한 동화정책, 셋째 조선에 대한 제국 일본 동화정책의 시기별 특징 등을 순차적으로 배열, 정리함으로써 독자에게 조선에 대한 일본의 동화정책을 훨씬 큰 틀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께서는 보통 황민화 정책으로 언급되는 동화정책의 실상과 이를 둘러싼 평가를 염두에 두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